영웅, 그들이 만든 세계사 - 역사를 뒤바꾼 결정적 순간들
이내주 지음 / 채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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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전염병은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인플루 때도, 사스와 메르스 때도... 나는 아무런 걱정, 두려움 없이 살았다. 그때만 해도 나는 어렸고, 부모님은 지금보다 젊으셨고 두 분 다 큰 지병이 없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전염병 때문에 전전긍긍하기는 이번이 처음. 내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물론 집콕하며 매일 밤 태평스레 두 발 뻗고 잠도 잘 자지만).


불안한 시국, 전 세계적으로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을 때(과연 내일 우리나 미국, 유럽 증시가 어떻게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제일 필요한 것이 '역사 책 읽기'가 아닐까 한다.


역사는 하나의 흐름이다. 강물처럼 시간을 따라서 어떤 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역사의 물줄기는 반듯하게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계곡물이나 강물처럼 혹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구불구불 거리며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방향이 달라지는 지점을 보통 '변곡점'이라고 하는데 인간 역사의 변곡점에는 항상 [영웅]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웅'이라는 단어를 안 좋아한다. 한국식 민주주의에 완전히 젖어있는 나로서는, 흠결 없는 영웅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무언가를 우상화하는 것에도 반감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는 특출나고 대단한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영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을 부르는 명칭은 있어야 하고, 통상 [영웅]이라 부르는 것을 인정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러한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은 『영웅, 그들이 만든 세계사』이지만, 저자는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인물들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 속의 영웅들을 역사라는 물줄기의 물꼬를 튼 사람들로 설명한다.


영웅들이 바꾼 역사사, 세계사에서 그들의 의미, 역사에 미친 그들의 영향 등등 저자는 여러 질문을 던져가며 본인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듯 이야기를 서술하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역사의 시기는 달라도, 모두 인간의 이야기들이고, 인간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재미나고 유익하게 읽었다.


지금 우리 시기가 참 힘든 시기인 것 같은데, 역사를 되짚어보면 그렇지는 않다. 전염병이 돌고, 두려움 혹은 분노가 느껴지는 시대이지만 그래도 옛날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이 책을 보고 또 들었다. 그래서 이 시대에는 영웅이 없고, 그뿐만 아니라 영웅도 필요치 않은 시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먼 훗날, 오늘날의 누군가 중 영웅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흠결이 없는 사람이기보단, 역사의 변곡점을 바꾼 사람으로 기억될 누군가. 그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까...



* 저자분이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시고, 또 이 책 속 글들이 국방일보에 연재된 글이기 때문에 군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군사 일알못인 내가 읽어도 전혀 어렵지 않고 재미있었다. 저자분이 글을 참 일목요연하게 잘 쓰시는 듯. 역사적 인물 중심의 짧은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또 인물뿐만 아니라 역사적 배경 이야기를 아는 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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