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낸시 (스티커 포함)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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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너는 우리를 사랑할 수 있을까



쥐들만 사는, 쥐 마을에 어느 날 버려진 아기 고양이가 찾아옵니다. 아니, 찾아왔다기 보다 누군가 놓아두고 간 것이죠. '지미'라는 어린 쥐는 밖에 버려진 아기 고양이가 불쌍합니다.


고양이 : 추워요...

지미 : 아기가 추워해.


아기 고양이를 보고 난감해 하던 아빠 쥐는 아들 말에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기로 합니다.


아빠 쥐(더거 씨) : 그러네... 데리고 들어가야겠다, 그렇지? 


아빠 쥐는 아기 고양이를 들고 집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기 고양이는 나이만 어리지, 아빠 쥐보다 훨씬 크고 무겁습니다. 낑낑거리다 겨우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갑니다.


아기 고양이와 지미가 평온하게 함께 자고 있을 때, 아빠 쥐는 고민에 휩싸입니다.


아빠 쥐 : ‘그러고 보니... 얘는 뭘 먹지?’


아빠 쥐는 백과사전을 찾아봅니다. 아이고 이런....!!! 고양이가 즐겨 먹는 음식으로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게 ‘쥐’입니다. 아빠 쥐는 당혹스럽습니다. 계속 고민에 고민입니다. 그러다가 지미가 다가오자 백과사전에 적혀 있는 ‘쥐’를 볼펜으로 지워버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쥐 : 지.... 지미야, 아빠랑 같이 장 보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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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렇게 해서 고양이 낸시는 더거 씨네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더거 씨는 고양이가 든든히 먹을 수 있도록 우유를 잔뜩 삽니다. 그리고 직장인 서점에 병가를 내고, 아픈 낸시를 극진히 보살펴 줍니다. 그런데 더거 씨는 아파도 출근하는 성실한 쥐입니다. 더거 씨의 직장 동료들은 더거 씨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합니다. 그래서 가게 문을 닫고 다 같이 곧장 더거 씨네로 병문안을 갔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들이 본 것은, 아픈 더거 씨가 아닌 엄청나게 큰 ‘고양이 낸시’입니다. 그들은 놀라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곧 더거 씨의 동료들은 고양이 낸시를 보고 반해 버립니다. ‘귀.... 귀여워....’


이렇게 직장 동료들도 고양이 낸시를 금방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더거 씨처럼 걱정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큰 고양이를 마을 쥐들에게 평생 숨길 수는 없기 때문이죠. 마을 회의를 소집합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쥐 마을에 사는 쥐들.... 엄청 놀라고 화가 났습니다.


화난 쥐 : 그래서 어쩌라는 거요? 커서 마을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려고?!


이때 고양이 낸시가 마을 쥐들 앞에 나타납니다.


화냈던 쥐 : 이런 망할! 정말 귀엽잖아! 


쥐들은 주저하며 집에 가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뿔뿔이 흩어집니다. 하지만 그들은 집에 가서 생각은커녕, 우유를 비롯해서 낸시가 필요로 할 것 같은 것들을 가져옵니다. 이렇게 마을 쥐들도 고양이 낸시를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죠.


하지만 어른 쥐들은 또 걱정이 생겼습니다. 어린 쥐들이 낸시가 고양이인 걸 알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고 또 자신들과 다른 존재라고 고양이 낸시를 괴롭힐 수 있으니까요. 이때부터 어른 쥐들은 어린 쥐들에게 낸시가 쥐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어린 쥐들도 낸시가 고양이인 걸 알게 됩니다. 책에서 낸시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의 이름이 ‘고양이’라는 것을 봤으니까요. 또 책에서 이런 내용도 봅니다.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는다고요. 어린 쥐들은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어린 쥐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무서워했냐고요? 어린 쥐들은 고양이 낸시가 자기들을 잡아먹고 마을을 초토화시킬까 봐 무서웠을까요?


아닙니다. 어린 쥐들은 어른들이 낸시의 정체가 고양이인 걸 알면, 어른들이 낸시를 마을에서 쫓아낼까 봐 이게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왜냐하면, 고양이 낸시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친구 쥐들을 도와주는 착한 고양이이자 털이 정말 부드럽고 예쁘고 귀엽게 생긴 고양이, 즉 그들의 친구 고양이였으니까요.


어른 쥐들과 어린 쥐들은 각자 서로가 서로에게 낸시가 쥐인 것처럼 연기합니다. 이렇게 고양이 낸시는 쥐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 완전히 들어오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날 외딴곳을 여행하고 돌아온 삼촌 쥐가 낸시를 보고 놀라 마을 쥐들에게 낸시를 쫓아내자고 합니다. 하지만 어른 쥐, 어린 쥐 모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마을 쥐들은 삼촌 쥐에게 이렇게 말하고 이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낸시는 정말 좋은 고양이라고, 우리와 다른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그 이유만으로 쫓아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고양이라는 '겉'만 보지 말고, 겉 '속'에 있는 착한 낸시의 마음을 보라고요.


삼촌 쥐는 차차 낸시의 선한 모습을 알게 되고, 낸시를 쥐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낸시도 본인이 고양이인 걸 알았을까요?


그렇습니다. 그것도 쥐 친구들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친구쥐1 : 고양이라도 상관없어! 그냥 조금 다른 거야!


친구쥐2 : ​맞아! 


친구쥐3 : 아냐, 더 멋진 거야! 


쥐 친구들 일동 : 낸시는 언제나 우리의 친구! 우리는 언제나 낸시를 사랑할 거야.



고양이 낸시는 자신이 정말로 좋은 친구들을 뒀다는 걸 느끼며, 고양이 낸시 이야기는 따뜻하게 마무리됩니다.




자신들을 잡아먹는 천적인 고양이를 받아들이는 이야기, 엘렌 심의 『고양이 낸시』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쥐 마을에 나타난 고양이 낸시. 낸시는 쥐 마을의 침입자이자 소수자입니다. 게다가 쥐를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천적!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그런 쥐들이, 낸시를 보자마자 낸시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너무나 순수하고, 연약하고, 귀엽기 때문입니다. 낸시가 쥐보다 엄청 커도, 낸시가 쥐보다 엄청 무거워도, 낸시의 발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도 이런 낸시의 외형만 보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런 외형 속에 낸시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바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엘런 심은 미국 미주리주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LA 근처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있습니다. 엘런 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성을 유추해 봤을 때 한국계 미국인이 아닐까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과 미국, 두 곳에서 그 나라에 완전히 소속된 사람이 아닌 '이방인'으로서 그리고 '경계인'으로 지냈던 시절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그런 마음을 느끼실 수도 모르고요. 순전히 저의 생각, 저의 상상입니다.


아마도, 경계인으로서의 경험이 『고양이 낸시』에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외모가 달라서 문제 될 건 없다고. 나도 너와 같이, 너도 나와 같이 마음은 서로 따뜻하니까...'



이방인에 대한 경계와 방어적 마음이 심한 요즘,

이런 생각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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