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로벌 그린 뉴딜 - 2028년 화석연료 문명의 종말, 그리고 지구 생명체를 구하기 위한 대담한 경제 계획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20년 1월
평점 :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등으로 유명한 제러미 리프킨의 신작, 『글로벌 그린 뉴딜』

미래에 대한 이야기, 특히 미래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거고, 예측하는 바도 다를 거다. 또한 에너지 문제는 다른 분야보다 다루기가 더 까다로운데 왜냐하면 수많은 정치/경제 집단의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투기성 자본도 어마어마하게 몰려 있고, 그만큼 판돈(?)이 크다. 그리고 어떤 에너지를 쓰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존망이 좌우되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마다 제일 많이 신경 쓰는 분야가 바로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여러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핵심은 하나다.
<화석 에너지에서 그린 에너지로 변경하자는 것>
지구온난화, 화석연료 고갈 문제 등으로 인류가 그린 에너지로 전향해야 하는 이유는 많지만, 내가 이 책에서 느끼기에 제러미 리프킨이 정말 지구 환경을 염려하거나, 화석연료의 고갈이 두려워서 이 책을 쓴 것 같지는 않았다. 성장주의적 관점이라고 할까, 이런 관점이 책 곳곳에 엿보였다. <앞으로의 먹거리는 화석연료가 아니라 '그린 에너지'>라고 천명했달까. 환경운동가처럼 에너지 문제에 '당위', '정의'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경제의 논리'로 접근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1차 산업혁명, 2차 산업혁명. 두 산업혁명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19세기, 20세기 초만 해도 실업자에, 노숙자에, 거지들이 어느 대도시에서나 넘쳐났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회가 산업혁명에 적응하고 사람들 인식도 바뀌고, 사회구조적으로 체계를 잡으면서 실업자들은 공장에 취직 했고 돈을 벌었다. 변화된 산업, 변화된 사회 구조에 맞춰 인간들은 그에 알맞은 에너지(1차 산업혁명 때는 석탄, 2차 산업혁명 때는 석유, 가스 등등)를 생산했고, 사회 인프라를 새로 깔았다. 이 인프라 조성에 엄청난 규모의 사람들이 고용되었고, 사회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이제 화석 고갈과 지구온난화 문제가 우리 발등에 떨어졌다. 세계 경제는 저성장을 넘어 마이너스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에 제러미 리프킨은 '그린 뉴딜'을 제안한다.
새 에너지를 사용하는 인프라를 새로 깔아야하므로 여기에 새로운 거대 고용시장이 창출된다는 것, 또 인프라를 새로 깔 때 사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원재료도 필요하다. 한 나라 안에서 모든 재료가 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원자재 유통이 활발해지고 무역이 활성화되어 다시 세계경제가 성장할 거라고 제러미 리프킨은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계가 굴러가는 판(사회 인프라, 무역, 에너지 생산 모두)을 싹 바꾸자는 말. 경제를 위해, 발전을 위해, 새로운 고용 시장 창출을 위해...
1차 산업혁명 때와 2차 산업혁명 때처럼, 인간은 기존의 에너지와 사회 구조를 버리고 새롭게 그린 에너지 시대로 들어갈 수 있을까?
석탄에서 석유, 석유에서 그린에너지로의 변화와 이행은 있지만, 그 근본은 매번 똑같은 것 같다. 사용하는 에너지를 바꿔, 이 에너지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바꿈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를 고용을 하고, 그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노동자들이 소비자로서 소비를 하게끔 하자고. 어떻게 보면, 늘 똑같은 반복인 것 같다. 인간은 새로운 산업혁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에너지와 인프라를 바꿔야만 모두 풍족하게 살 수 있을까.
내가 이 책을 오독했는지 모르겠지만, 제러미 리프킨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얼핏 보기에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이면에 있는 이유는 전혀 다른 것 같다.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어느 정도는 그린 에너지로의 이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어느 수준으로까지 이행할 수 있을지, 과연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대로 새로운 직업교육과 새로운 인프라 건설을 위해 대규모 고용이 일어날지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제러미 리프킨은 세계적인 미래학자이고, 이 책에 자주 언급됐듯 유럽이나 중국은 제러미 리프킨의 생각이나 그의 미래 비전을 상당히 존중하며, 가급적 그가 생각해 낸 모델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렇게 여러 나라가 조금씩 참여하다 보면, 다른 나라들도 어쩔 수 없이 이 물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책도 제러미 리프킨이 미국 정부에 '유럽과 중국 정부는 이렇게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니 미국도 어서 빨리 이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읽혔다)
일개 개인인 내가 이 책을 읽고 뭔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없지만, 아무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에너지 분야에 관심 가져야 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이 맞고/그르고를 논하기는 이르며 또 사실 불가능하다. 그가 말하는 세상은 언제나 '도래하지 않은 미래'이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통찰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 읽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