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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평점 :

두툼한 책이지만 정신없이 빠져 읽은 『 배움의 발견』
이 책은 미국 모르몬교 근본주의자 가정에서 태어난 한 여성의 자서전이다. 그녀가 태어난 해는 1987년. 미국식 만 나이로 하면 올해로 만 32세. 완전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창 젊디젊은 나이이다. 하지만 그녀의 16세 이전의 삶은 꼭 1887년에 태어난 1세기 전 사람들과 같다.
모르몬교 신자 중에서도 극단으로 치우쳐 있던 저자의 아버지는 처음 몇몇의 아이들은 출생신고도 하고, 학교에도 보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해가 갈수록 종교에 심취해졌고, 미국 정부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피해 의식은 걷잡을 수없이 커졌다. 3~4명의 자식은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또 가족이 심하게 아파도, 설사 그게 신체가 절단되는 사고라 해도 저자의 아버지는 아내의 민간요법에 의지하고, 하느님의 뜻에 따르며 가족의 실제로 느끼는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다. 가끔, 언덕 아래에 있는 할머니 집이나 조금 더 멀리 있는 외할머니 집에 가곤 했지만 그곳 역시 잡화점 하나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일 뿐이었다. 그녀는 인적 드문 산 아래 살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머니와 아버지 일을 도와 일을 했다. 아버지는 근면 성실하게 일했다. 그는 아내에게 산파 일이 하도록 했다. 단지 종교적 믿음 때문이었다. 병원을 극도로 싫어하고 불신했던 그는 아내가 산파 일이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에 부합한다 생각했다.
저자는 폐쇄적이고 극단적 믿음을 갖고 있는 아버지 밑에서 아버지의 말씀, 아버지가 해석한 성경의 말씀만이 옳다고 생각하며 자란다. 하지만 그녀 위로 많은 오빠들이 있었고, 언니도 있었다. 그들은 자라면서 아버지와 충돌했고, 한 명씩 집에서 나갔다. 그녀의 좁은 세계에서 오빠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녀를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특히 순종적이었던 타일러 오빠가 그가 간 길을 그녀에게 제시했다. 바로 학교, 즉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것 말이다. 타일러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가 대학에 들어갔었다. 막내 여동생인 저자에게도 타일러는, 집이라는 최악의 장소에서 벗어나 학교에 가라고 권유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강력한 영향 아래 매해 학교 가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우연히 그녀가 둘째 오빠인 숀에게 심하게 학대받던 날, 타일러가 몇 년 만에 집에 들르게 되었고 여동생이 학대받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사건은 어떻게 보면 일주일, 한 달 지나면 곧 잊을 숀 오빠의 학대였지만 타일러 오빠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된 건 그녀를 위축 시켰다. 그리고 그녀 속에 있는 뭔가를 뒤흔들어 놓게 된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그녀는 공부를 시작하고,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한다. 사실 그녀가 공부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우선 공부할 짬을 낼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고, 아버지 훼방을 물리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또 형제가 많고 가족이 하는 일이 위험한 일이다 보니 항상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녀 자신도 집이 점점 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으리라. 숀 오빠가 오토바이 사고로 심하게 머리를 다쳐 뇌가 보이는 데도, 아버지는 집으로 오라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말을 거부하고 병원으로 간다. 어쩌면 여기서 그녀는 아버지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결정적 계기였으리라.
이후 대학에 들어가서도 완전히 낯선 환경에 그녀는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완전히 낯선 이방인으로, 거의 외계인 같은 존재로서 생활하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보면 재밌는 에피소드로 느껴지지만 어떻게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게 느껴졌다. 그녀가 느꼈을 당혹감, 놀라움, 두려움 등이 어느 정도 상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이 년 전에 읽은 어떤 책에서는, 미국의 산을 트레킹 하는 독일 여성이 1~2세기 전 종교의 자유를 위해 독일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옛 독일어를 쓰는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고 했다. 길을 잃었기에 그들의 만남은 반갑고 고마웠지만 21세기에 19세기의 독일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기분은 참 이상했다고 적혀 있었다.
미국은 넓고, 인적 드문 곳이 많다. 그런 곳곳에 비록 소수이지만 오래전 종교의 자유를 찾아온 이들의 후손이 여전히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고, 우리들로선 생각도 할 수 없는 생활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놀랍도록 낯설고, 기이할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 그들의 삶...
실제 이야기인데 모두 꿈처럼, 소설처럼 느껴진 자서전이다.
Educated... 나는 무엇을 배웠고 앞으로 무엇을 배울 것인지 그리고 '배움'으로 내 삶의 지평을 얼마큼 넓힐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놀라운 삶은, 이렇게 내 삶에 파문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