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오늘의 젊은 작가 24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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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긴밀히 이어져 있으며, 부처의 '인연과보'의 법칙이 떠오른 소설이었다.

현실적이면서도 '소설 같은' 소설, 그럼에도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한 소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중심 인물은 총 7명.

군수업체 하청 기업을 운영하는 윤사장. 남편이 죽고 혼자 회사를 일으켜 세운다고 고생이 많았다. 책임감 때문에 회사를 운영하지만 그녀에게 제일 소중한 것은 아들인 정우와 딸인 정인이다. 윤사장의 장남인 정우는 미국에 유학 갔다가 '섬머'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정인은 피아니스트 유망주 성장한다. 윤사장은 음악을 무척 사랑해서, 정우보다 정인을 더 좋아한다. 그녀의 바람은 어서 은퇴하고 정인의 순회 공연을 따라다니며 그녀를 케어하는 것이다.

무난한 성격을 가진 윤사장 아들 정우. 우연히 들어가게 된 동물보호 협회에서 '섬머'를 만나고, 그녀의 당당함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 이끌려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윤사장의 딸, 정인. 젊은 피아니스트로 성장 가능성 높은 피아니스트로 알려졌다. 윤사장의 자랑. 성격도 좋고, 아름다운 외모. 특히 손이 예쁘다. 정인은 잘못한 게 없었지만 훙의 잘못된 생각과 복수심으로 그녀의 꿈, 그녀의 일상은 산산조각난다.

베트남 출신의 불법체류 노동자, 훙. 돈을 벌기 위해 러시아 어선을 탔다가 더 오래 머물면 죽을 것 같아서 잠깐 한국에 정박했을 때 도망친다. 흘러흘러 윤사장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손재주가 좋고 손놀림이 빨라 섬세한 작업에 자주 동원되었다. 작업 물량이 많았던 날,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잔업하다가 손가락 3개를 잃게 된다. 평소 사장 딸인 정인을 흠모하였다.

벤, 퇴역한 미군. 꽤 많은 연금으로 넉넉히 생활하며 천사의 도시로 불리는 방콕에서 방탕한 생활을 한다. 그곳에서 예쁘고 아름다운 와이를 만나 동거중이다.

섬머, 벤의 딸. 열렬한 동물 보호자. 동물보호협회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다. 그 때문에 동남아 상아 밀수업자들에게 협박을 당한다. 정우와 사랑에 빠진다.

와이, 태국 방콕에서 돈 많고 나이 많은 외국인 한 명을 만나 여생을 편하게 사는 것이 그녀의 소망이다. 본인이 창녀라는데 자격지심이 심하고, 벤에 대한 집착이 크다.

린, 태국에서 훙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미스터리하지만, 믿음직하고 매력적인 훙에게 빠져들지만 그의 과거와 본모습을 알게 되고 그를 떠난다.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세상의 모든 사람, 모든 것들은 자기도 모르게 세상 반대편과 긴밀히 이어지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옷, 지금 우리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 우리가 먹고 있는 것 거의 대부분이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온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갑과 을의 관계가 연쇄적으로 형성되며, 피해를 입고 앙심을 품은 을은 간혹 잘못된 대상을 향해 복수를 한다.

이 소설에서는 '훙'은 잘못된 방향으로 복수를 한 乙로 나온다. 윤사장은 그가 불법체류자임에도 불구하고 입원비와 월급을 넉넉히 줬으니 자신이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훙은 자신이 인간으로서 제대로된 대우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윤사장에게 앙심을 품는데 여기서 비극이 발생했다. 훙은 윤사장에 대한 복수심을 그녀의 딸, 정인에게로 돌렸다.

그런데 과연 복수심 때문이었을까. 나중에 밝혀지지만 훙이 손가락을 잃기 전에도 성폭행 가해자로서의 시각으로 그의 욕망을 자기 일기장에 빼곡히 적어 놓았다. 그의 복수는 그가 평소에 하던 망상을 실행에 옮기게 한 하나의 계기였을 뿐이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훙의 복수는 여러 잘못된 결과를 자초한다. 그와 아무런 관련 없는 벤의 죽음, 린의 떠남, 정인의 사고, 마지막에 그의 죽음까지.

신자유주의로 세상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지고 다른 나라,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필연의 법칙에 따라 반드시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원인과 결과를 알 수 없게 서로 복잡하게 엉켜있지만 이윽고 내 잘못에 대한 과보는 기어코 나에게 돌아오며, 그 죗값은 피할 수 없다.

오랜만에 부처의 '인연과보'의 사상이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오늘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줬는데 그 상처는 언젠가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인과 연의 법칙에서 나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데 그걸 알면서도 나는 어리석게도 나쁜 행동을 했다. 그런데 이 역시 그 상대방이 지은 원인 때문에 그 결과로 인한 행동이었다. 이렇게 계속 끝없이 윤회를 반복한다. 나는 언제쯤 이 비극적인 윤회를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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