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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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준비하는 식탁에는 거의 언제나 고기가 오른다. 그렇다고 내가 고기를 좋아하느냐 하면,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라고 답할 수 있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지고, 너무 쉽게 뚝뚝 끊어져서 먹는다. 고기를 안 먹을 때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 손가락 사이로 머리가 한움큼씩 빠져 있다. 나도 놀라고, 그걸 보는 사람도 놀란다.

고기 대신 콩이나 두부도 열심히 먹어봤는데 확실히 식물성 단백질보다는 동물성 단백질이 효과가 좋았다. (집에서 먹는 내 디저트는 항상 볶은 검정콩!) 다른 가족들은 고기 안 먹고도 머리가 튼튼하기만 한데, 나만 이런 거 보니 내 체질 문제로 추측한다.

내가 고기를 매일 먹으면서도 고기를 막 좋아하는 건 아닌 이유는, 고기를 먹으면 일단 소화가 잘 안 되고 몸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때 채식주의자 그 비슷하게까지 갔다가, 대머리 될 것 같은 두려움에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보통 채식주의자들은 나처럼 이런 단순한(어이없는) 이유가 아니라 대체로 숭고한(!!)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된다. 종교나 동물 복지,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공장식 사육은 어마어마한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소와 돼지가 붕붕 끼는 방귀과 꺽꺽대는 트림 속 메탄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버스와 트럭, 비행기, 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더 많은 양이라고 한다. 이 세상이 날이 갈수록 더워지는 이유 제1순위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육되는 가축이다.

또 아프리카나 인도 및 동남아시아에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들이 먹을 양식이 세상에 부족해서일까. 아니다. 현재 생산되는 곡물양은 60억 인구가 모두 먹고도 남을 양이다. 인구에 초과 되는 콩과 옥수수를 생산하면서도 이 곡식들은 공장식으로 사육되는 가축들 사료로 대부분 소비된다.

전 세계 육지의 1/4이 가축 방목을 위해 사용되고, 경작지의 1/3이 동물의 사료가 될 작물을 키우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나무가 베어지고, 숲과 산이 파헤쳐진다. 얼마 전 해외뉴스에 나왔던 아마존 열대 우림의 화재는, 중국에 고기로 팔 가축을 키우고, 그 가축에게 먹을 작물을 키우기 위해 불을 지른 것이라고 했다. 화전(火佃)

중국의 중산층이 늘어나고, 소는 먹지 않지만 육식을 소비하는 인도인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점차 육류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과연, 이렇게 해서 지구는 견딜 수 있을까.

이런 과정에서 우리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는 동물들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을까. 왜 세상에는 곡물로 넘쳐나는 데도 배고픈 사람들에게 왜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혁신적 사고를 가진 몇몇 사람들이 ‘클린 미트’, 즉 청정 고기라는 것을 개발해 냈다. 청정 고기란 <가축의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고기>다. 세상에 없던 것을 유전자 조작이나 유전자 변형을 해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실제 고기 세포를 배양한 것으로 진짜 고기인 것이다. 이 책에서 설명하듯 양조장에서 효모를 키워 술을 빚듯이 고기 배양도 그것과 같다.

실제 살아 있는 동물을 먹이고 키워 고기를 얻을 것이냐, 실험실에서 고기를 배양해서 얻을 것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지금까지 세포 배양에 관한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의학, 의료 부분에서 연구되었다. 부작용 많고, 희소한 다른 사람의 장기를 기증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배양해서 만든 장기를 이식하자는 연구가 그 시초다. 이 분야는 현재 많이 발달했다.

그래서 누군가 이런 생각을 했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가 꼭 인간 몸에 이식할 장기여야만 하냐고. 인간의 미각을 위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동물들, 그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시장에 팔면 안 되는 것이냐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생각들은 확장되어 동물의 가죽과 우유에까지 활발한 실험과 상용화(가격 경젱이 되는 수준으로)를 위해 연구되고 있다.



이 책은, 혁신적 생각을 하고 이를 행동에 옮긴 과학자이자 스타트업 기업 및 그들의 연구 성과를 다루고 청정 고기, 즉 실험실 배양 고기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배양 고기는 실제 고기와 맛이 거의 똑같다고 한다. 왜냐면 진짜 고기니까. 맛은 조금 다른데 그 이유는 피를 운반하는 혈관이나 지방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모양이나 색깔이 우리가 익히 아는 적색 고기가 아니라, 하얀색의 가금류 고기 같다고 한다.

저자 폴 샤피로가 맛본 배양 고기의 맛은 아마도 실제 닭가슴살과 맛이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앞으로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이 책 속에 인터뷰한 사람들의 말처럼 인간은 결코 고기를 포기하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동물들에게 고통도 주지 않고, 환경 파괴와 환경 오염을 시키지 않는 실험실 배양 고기는 어떠할까. 사람들이 선택할까. 일단 효율성과 경제성, 환경, 위생 면에서는 배양 고기가 훨씬 낫다.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사람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어쨌거나 청정 고기가 슈퍼마켓 매대에 진열되고, 사육된 고기를 밀어내려면 이미지 개선이나 마케팅을 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고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었다. 만약에 인간이 배양 고기를 선택한다면 가축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었다. 인간이 실험실에서 고기를 배양할 수 있다면 그 가축들은 이제 무쓸모의 존재로 전락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래서 동물 복지, 동물 행복이 이뤄지기 전에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래나 저래나 지구별이라는 이 작은 행성에,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들은 여러모로 그 존재가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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