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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던지는 위험 - 예측 불가능한 소셜 리스크에 맞서는 생존 무기
콘돌리자 라이스.에이미 제가트 지음, 김용남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위기관리에 관한 책.
이 책의 제목만 보면, 트럼프 당선이나 브렉시트 따윈(?) 일어날 리가 없다고 자신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부친 일 등 이런 정치적 위험을 다룬 책 같다. 하지만 그것과는 좀 다른 위험을 다룬다. 가령, 정치와 아무런 상관없는 여성이,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씨월드'를 흔드는 일이나, 동남아의 의류 공장에 난 불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SNS에 퍼지고, 어떤 운동을 불러일으켜 해당 의류 브랜드에 압력을 넣는지, 등 그런 것들을 다루고 있다.
일단 정치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정치란 무엇인가.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 정책을 입안하는 자들과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들이 부리는 술수? 고위 행정직 관료들이 밀실 안에서 집행하는 정책들?
이 책은 그것과 좀 다른 뜻으로 '정치'를 다룬다. SNS에 퍼지는 예측 불가능한 여론들, 그 여론의 압력을 '정치'라고 이 책에서는 다룬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요즘은 해외 뉴스가 워낙 빨리 SNS로 퍼지고, 또 국내 언론사에서도 빨리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 접해 본 뉴스가 이 책에서 다뤄진다. 좀 전에 말한 씨월드 사건, 유나이티드 항공사 사건(직원들이 초과 예약을 받아 놓고 직원이 앉을 자리가 없자 승객 중 아무나 골라서 억지로 내리게 한 사건), 북한의 소니픽처스 공격, 보잉의 드림라이너 사건, 브렉시트, 911 테러 사건 등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사건들을 SNS나 지방정부(지방 정부라 쓰지만 미국으로 치면 주정부이니까 연합국 내의 한 개 나라 정도로 큰 정부를 의미함 또는 EU 내 하나의 국가)의 결정 등등
익숙하지만 사건들을 '위기관리 '관점에서 읽는 게 색달랐고, 뭐랄까 재밌었다. 위기는 어딘가 긴장감 돋으면서 흥미로우니까. 아드레날린 뽐뿌!!
사실 지금까지 내가 위기관리할 일은 없지만 좀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해 보면, 위기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내 삶,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데 위험, 위협이 될 것은 무엇인가, 내가 얼마의 돈을 모으고 불리는데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이런 방식으로 돈을 불릴 때 어떤 위기가 있을 것인지 등등 이런 나의 상황에 이 책의 내용을 좀 변형해서 적용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발달한 소셜 미디어와 여론으로 인해 기업이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할 것이냐에 중점을 두지만, 기업이나 한 개인이나 위기가 닥치는 것은 비슷하고,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할 것인지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흥미롭게 잘 읽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 해도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이 제각각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위기를 안이하게 여기거나 긍정적 편향이라고 그냥 제대로 된 정보 수집 없이 막연하게 앞으로 잘 될 거라고 생각한 기업은 큰 타격을 입었고, 기민하게 위기를 파악하고 그 위기를 장애물이 아닌 디딤돌로 생각한 기업은 날개를 달았다는 게 재밌고 흥미로웠다. 나도 위기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도움닫기하는 데 이용하면 좋겠다.
이 책은 기업 내에서 위기 관리하는 사람을 독자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그런 일과 관계없는 일을 하는 사람도 충분히 유익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 같다. 추천한다.
덧> 참고로 이 책의 저자로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콘돌리자 라이스의 이름이 찍혀 있다. 그런데 내용을 아무리 읽어보아도 콘돌리자 라이스가 쓴 부분은 없는 듯하다. 공동 저자로 되어 있는 에이미 제가트가 거의 다 쓴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