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
AM327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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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좋은 일러+에세이집


일러스트도 마음에 들고, 내용도 정말 마음에 든다. 정말 좋다. 그림이 부드럽고 따뜻한데 그 그림처럼 내용도 부드럽고 따뜻하다. 특히 저자의 '엄마'와의 이야기가 참 좋았다. 나랑 사뭇 다른 저자와 엄마의 관계. 좋아 보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 (아, 나도 엄마랑 사이가 좋지만, 친구 같은 사이라거나 서로 조언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다)


그리고 간간이 나오는 지인들과의 이야기도 좋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려 할 때 저자는 많은 갈등을 한다. 역시나 <돈> 문제 때문. 저자는 이 걱정을 친구들에게 '나 일거리 없으면 한 달 치 방값 내 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 한 친구 '그랭', 또 다른 두 친구 '물론', 또 다른 친구 '콜'... 몇 달 치 월세 보장에 저자는 용기 지수가 급상승해서 생일날 기분 좋게 퇴사한다. 현자 저자는 프리랜서 3년 차. 지금은 월세 걱정 없이, 맥주값, 민구 사룟값(저자와 함께 사는 강아지 이름이 '민구')도 부담 없이 지불할 수 있는 정도다. 저자는 이 이야기의 마무리를 <다른 말로 하면 나의 용기 메이트들>이라고 쓰고 끝맺는데 좀 뭉클하기도 했다. 나도 어느 정도 비슷해서. 내가 하는 일이나, 올해 집에서 독립할 때나 친구의 '말'이 없었다면('친구의 말'이라 쓰고, '친구의 나에 대한 믿음'으로 읽고 싶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시도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AM327(본명 김민지)님이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마음 둘 곳이 없어 한동안 방황하다가 요가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SNS에 주기적으로 그림을 올리기 시작하셨단다. 그 연재가 이 책으로까지 이어졌다. 일상, 느낌, 생각, 요가 이야기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요가라는 운동(혹은 심신수양)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신체 활동이 정신과 밀접하다고 생각해서 읽어 보았다. 역시나 좋았다. 저자와 내가 관심 갖고 있는 운동은 다르지만, 요가 후(운동 후) 느낌이랄지, 몸의 변화랄지, 또 몸의 변화로 달라지는 정신의 변화에 대한 생각은 동감하는 바 많았다.



바빠도 밥은 꼭 그릇에 덜어 먹고, 물도 팔팔 끓여 우린 후 예쁜 유리 주전자에 담았다가 유리컵에 부어 마신다. 누굴 위해?! 나를 위해! 옷도 가급적 한 벌을 사더라도 좋은 것으로, 내가 자주 사용할 물건들도 많이 사기보다는 꼭 필요한 것으로 튼튼하고, 디자인은 심플해서 오래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 것으로. 누굴 위해?! 나를 위해!



<주파수가 맞지 않아 소음으로 가득한 친구 사이> 이 표현 너무 좋았다. 어떤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주파수가 맞지 않아서 어긋나는 사이가 있다. 예전에는 억지로 인연을 이어갔지만 이제는 미련 없이 끊는다. 예전엔 이런 게 냉정하고 '못된 행동'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서로를 위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아무 대화 없이 그림만으로 풀어낸 이야기. 개인적으로 무성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림 역시 대화를 없애고 이렇게 보여주는 것도 좋아한다. 설명이 없는데도 모든 게 설명되고, 이해가 된다.



<오줌 싸고 박수받는 인생> ㅎㅎ


이 부분은 나도 모르게 웃어서 올려본다. 종종 이렇게 재미난 일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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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박자 쉬어가는 느낌으로 '읽은' 혹은 '본' 책이다. 책에는 요가 자세를 그린 일러도 많은데 요가에 관심 있는 분들이 봐도 좋을 듯. 중간이던가, 뒷부분에 엄마와 관련 일화를 그린 내용이 갑자기 기억난다. 딸과 엄마가 '행복'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이야기였다.


딸 : 그런 일이 있었구먼? 그래서 안 행복해?

엄마 : 음... 그래도 행복해.

딸 : 그렇다니 다행이야.


이 부분을 읽고 눈물이 났다. 크게 별다른 내용이 아닌데도, '그래도 행복해'라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일러의 따뜻한 색감과 미세한 표정 변화가 내 마음의 뭔가를 건드렸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요가를 한 듯 몸의 긴장이 풀리고, 막혔던 혈이 뚫리며 몸과 마음이 따뜻해진 느낌.



이 책에 특별한 내용, 세상에 없는 내용이 실린 건 아니지만

읽고 나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음... 그래도 행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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