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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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운동에 관심은 많은데 실제로 하는 운동은 별로 없는 나, 그래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운동하시나 궁금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은 한 여성의 운동 분투기(?) 혹은 운동 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다. 나나, 저자나 똑같이 운동에 관심 많지만, 관심 있는 운동이 완전 다르고, 신체 컨디션이나 운동하는 이유가 달라서 막 완전히 공감하며 읽은 건 아니다. 그냥 운동하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군데군데 재미나고, 운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여성)으로서 공감되는 바는 있었다.




내가 처음 접한 운동은 일본의 가라테다. 어릴 때 우리 동네에 순전히 태권도 도장이 없어서 가게 된 곳. 확실히 태권도장이랑 달랐다. 일단 애들이 없다. 초등학생은 나랑 오빠뿐이었다. 가면, 대부분 고등학생 오빠(그렇다. 중학생도 없었다)나 20~30대 아저씨들이었다(당시만 해도 고등학교 졸업하면 내 눈엔 다 아저씨였다). 아이들에게 특화된 곳이 아니라, 어른 남성들을 위한 곳. 아드레날린에다 남성호르몬으로 쩔어서 문만 열어도 그 특유의 '남자 냄새'가 지독하게 나던 곳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그곳에서 어리기도 제일 어렸고, 여자 초등학생이었으므로 기초 체력만 열심히 키웠다. 도장 뺑뺑이 돌기, 윗몸일으키기, 정강이로 상대방 허벅지 때리기(반대로 허벅지 맞기) 등등. 내가 워낙 운동 신경이 없고, 대련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이렇다 할 기술도 기억나는 게 없지만 어쨌든 그때 이후로 체력장 하면 모든 게 5등급이어도 윗몸일으키기만큼은 자신 있었고, 내 허벅지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단 한 번도 물러본 적이 없다. 언제나 단단. 지금도 운동선수 출신마냥 딴딴하다.


이때 경험 때문인지, 저자가 처음 복싱 학원을 찾았을 때 느꼈던 것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저자와 내가 달랐던 건 나는 그때 너무 어려서 배척이나 나만 다른 공간에 존재한다는 느낌보다는 아예 무존재이거나, 그냥 귀여운 대상 혹은 배려해야 할 소수자이자 약자였다. 당시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었는데(그렇다, 나는 초등학생 때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도장에서만큼은 나를 대우해주고 배려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그곳의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그곳에서 한 명의 아이일 뿐 신체나 정신적으로나 여성이 되지 않았을 때여서 그랬을 테고, 또 밀폐되지 않은, 많은 사람이 함께 잇는 곳이어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어떤 장소를 만나는 것, 이것은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일 수 있겠다 싶다.


그리고 이 책에는 저자가 헬스클럽이나 필라테스 등 어딘가 '등록'해서 배우는 운동이 많이 등장한다. 나는 어디 등록하는 걸 싫어해서(돈이 없어서) 내가 하는 운동은 대부분 집에서 혼자 사부작거리며 하거나, 등산을 가거나 어디로 하염없이 걷는 운동을 좋아한다. 저자가 시도한 운동은 대부분 실내 운동으로 '머리로는 알겠지만 내가 실제로 겪지는 못한' 일들이 대부분이어서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듣는 것처럼 흥미롭게 읽었다(내 경험과 공명한 내용은 없었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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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상당히 많은 운동을 시도하는데, 좀 놀라울 정도. 책 표지에는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라고 적혀 있지만 글을 읽어보면 그렇게 하찮은 체력 같지 않고, 또 보통도 아닌 것 같았다. 유연해서 요가를 잘한다거나, 학년 대표로까지 나갔던 배드민턴 이야기 때는 전혀 하찮거나 보통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이런저런 상황이나 환경, 신체 컨디션, 운동에 대한 기대감과 달라서 '운동을 중도 하차'한 일이 많았을 뿐.



'운동해야 하는데',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는 말이 친숙하고, 자신이 한 말 같거나 꼭 본인이 하고 싶은 말 같다면, 이 책 추천한다. 공감하는 바가 많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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