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 사회 1 - 존재의 방식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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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스파링으로 문학동네소설상
2017년에는 저스티스로 세계문학상을 받은
도선우 작가의 신작, 『모조사회』


소설 제목에서 감이 오다시피 모조(模造)사회를 배경으로 한 SF장르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국내 SF소설은 잘 안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재밌을 것 같아 읽었는데 내 예감이 맞았다. 재밌게 잘 읽음!!

SF소설 3대 거장(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리히, 아서 클라크) 이후 SF 소설은 거의 비슷한 주제와 소재를 반복, 재생산하고 있으므로, 도선우 작가의 『모조사회』도 여러모로 기시감 많이 느껴지는 소설이다(SF를 많이 접하지 않은 분들께도). 하지만 저자가 구축한 모조 사회나 그 외 여타 사회 구성, 인물 캐릭터를 보면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쓴 게 느껴진다. 날로 쓰고 발로 쓴 SF소설을 많이 접해 본 나로서는, 애쓴 흔적이 느껴지는 이 소설은 소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며, SF소설이나 현실 반영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SF 장르만큼 현실 반영이 도드라지는 장르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본 줄거리

① 외인부대 용병으로 활동하다가 탈영 후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었던 '류건'. 마침 폭탄 테러가 발생했고 우연찮게 ‘정탄’이라는 한국인의 목숨을 구해준다. ② 정탄‘은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똑똑하고, 돈도 많아서 생명의 은인인 ’류건‘을 위해 직장도 마련해주고 여러모로 물심양면 도와준다. ③ ’은수‘, 고등학교 수학 선생,

은수와 류건, 정탄 이 세 사람은 원래 서로 모르는 사람이었다(정탄과 류건도 모르는 사이였으나 몇 년 전 있었던 파리 폭탄 테러로 알게 됨) 어느 날 대지진이 있던 날, 셋은 우연히 마주치는데 모두 언젠가 본 적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다가 반복적으로 꾸던 꿈에서 본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런 깨달음도 잠시, 지진으로 세상이 무너졌고 이 세 사람은 현실과 완전히 딴판인 곳으로 건너가게 된다.

그들이 가게 된 곳은 300년 후의 세상. 과학기술은 고도로 발달했고, 정체 모를 바이러스 때문에 나무들은 놀라울 정도로 비대하게 커졌고, 동물들은 방사능에 노출되어 유전자가 조작된 것처럼 이 동물과 저 동물이 유전자적으로 섞인 것처럼 생경한 모습이다. 하지만 빛과 어우러진 자연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랭‘이라는 여성이 '은수'에게 놀라운 사실들을 ’홀로그램‘을 재생하며 가르쳐 준다. 당신이 ’현실‘이라 믿었던 세상은 ’신경회로 컨트롤러‘가 조작한 300년 전의 모습을 한 가짜 세상(모듈 사회)이었으며, 현재는 바이러스의 대재난 이후 대부분 인류는 죽고 도시는 멸망했으며, 단 두 개의 사회만 존재하는 세계라고 설명한다. 은수는 랭의 설명을 듣고,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고 더불어 지금부터 해결해야 할 일을 자각하게 된다.



│『모조사회』에 등장하는 사회

모조사회 : 철저한 계급 사회. 무사 가문의 후손이 의장을 맡고, 모조가 총리를 맡고 있는 사회. 표면적으로는 시의원, 평의원, 총리 이렇게 권력이 3등분 된 것 같으나, 의장과 총리로 권력이 양분된 사회다. 모조사회는, 총리 이름을 따서 사회 이름을 부르는데, 이곳은 모조가 총리라 그의 이름을 따 도시 이름이 ’모조사회‘이다.

모듈사회(모조사회 내 속함) : 모조사회의 제일 하위 세계로, 계급에서 추방된 범죄자들을 가두고 노동 착취하는 곳이다. 반란이 일어날까 봐 신경회로 컨트롤러로 수감자들의 감각과 지각을 조작해 비루한 현실을 근사하고 아늑한 장소처럼 잘못 지각하도록 보여준다. 모듈사회도 총 4구역으로 나뉘는데 류건, 정탄, 은수는 알파 구역에 있다가 대지진 때 ’공동체 사회‘에 의해 구조된다. 류건이 외인부대 용병, 정탄이 신경정신과 의사, 은수가 고등학교 수학 선생이었다는 것도 사실 모듈 사회에서 조작된 기억이었다. 실상은 비루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던 수감자일 뿐이었다.

공동체 사회 : 모조사회에 속하지 않고, 자연과 벗하고 존중하며, 평등과 다수결로 의사결정하는 민주적인 곳. ’정의‘를 공동체 사회의 제1의 가치로 친다. 자연 속에 숨어 살아서 모조사회는 '공동체 사회'의 존재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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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모조사회』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은수가 공동체 사회로 가서 랭으로부터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듣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은수는 원래 모조 사회의 1급 시민으로서, 할머니 아버지 모두 능력이 특출났던 과학자였고, 은수는 그들 모두를 뛰어넘을 만큼 머리가 좋은 아이였다. 그러다 아버지가 사건에 휘말려 돌아가시고, 은수는 아버지가 복원(?!)한 건과 함께 4급 사회에서 ’춘춘 할머니‘를 만나 모조에게 복수할 꿈꾼다.

그나저나 모조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진 사회일까. 일단 모조사회의 시간적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300년 후다. 30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300년 후 모조사회 같은 철저히 계급사회적인 세상이 등장했을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기, 그러니까 이제 막 한창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해지고, 안드로이드가 세상에 나오기 시작할 즈음 ’무사 가문‘의 제1대 조상이 등장한다(무사 가문을 무소불위의 권력 가문으로 만든 것이 3대째, ’무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이 1대 조상을 무사 할아버지라고 한다) 무사 할아버지는 가난하고 비참하게 살았던 사람으로, 말 그대로 길바닥 인생을 살았다. 돈의 중요함을 알았기 때문에 악착같이 돈을 벌었고 이 돈으로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고리대금업으로 점차 부를 쌓고 사업을 확장한다. 무사 할아버지 때부터 세계적인 대부호가 되었지만, 그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세계를 지배하려는 마음을 갖는다. 무사 아버지가 그의 아버지로부터 이 같은 정신을 잘 이어 받았고, 3대째였던 무사는 '공포'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아이로서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이용, 선동해서 ’돈‘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까지 지배하기에 이른다.

무사의 시기 때가 실제 ’류건‘이 외인부대 용병으로 활동하던 시기로, 무사의 독주를 막기 위한 세력들이 류건을 회유해 무사가 가진 슈퍼컴퓨터를 망가뜨려고 한다. 그러나 무사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가졌다는 걸 몰랐던 사람들, 사고로 무사가 개발했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졌고 이 때문에 인류 대부분은 죽었고 극소수의 사람만이 살아남았다.

지구 대부분이 오염되었지만, 유일하게 반도(아마도 우리 한반도 같음?!)만이 인간이 살 수 있는 지역으로 판명 나자, 무사 가문 및 세력가 등 생존자들은 반도에 있던 원주민을 내쫓고 그들만의 계급사회를 구축한다. 일단 자리를 잡게 되자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좁은 반도에 몇 억 명의 사람이 살아야 했으므로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건물을 짓고, 최상층에서부터 최상급, 1등급, 2등급... 사람들이 거주하고 마지막 지하엔 범죄자들이 사는 도시를 건설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대재난 이후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은 급격히 좁아졌지만 그 나름으로 균형을 잡게 되자 다시 과학기술을 빼돌렸던 사회(공동체 사회)는 안정적 환경 속에서 과학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달시켰고, 이 공동체 사회에 살던 ’루‘라는 소녀가 공동체의 뜻과 자신의 뜻이 맞지 않아 무사 가문의 후손인 의장과 거래를 한다. 루는 자신의 이름을 ’모조‘로 바꾸고 그곳에서 총리로 등극하며, ’퀸‘이라는 어마어마한 성능을 가진 인공지능을 만들어 모조사회를 거의 제 손바닥인 양 다룬다.

은수는 이 시기에 태어나 인공지능까지 위협하는 천재 소녀로 자란다. 어떤 일에 휘말려 아버지인 은 박사는 죽고, 아버지가 살려낸 액체질소탱크 인간 류건과 함께 4등급 시민이 사는 곳에서 '춘춘 할머니' 밑에서 모조에게 복수하기를 은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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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 속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현재 발달하고 있는 과학 기술, 근 미래 기술들이 총집합으로 나오며, 우리에게 익숙한 사회 문제인 계급주의, 양극화 갈등, 세뇌와 선동, 갈등, 배신, 환경문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강한 인공지능', 과학 기술 남용(인간이 만든 바이러스, 대지진 등), 테라포밍(他 지구형 행성으로의 이주), 독재와 민주주의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 저자가 이 시대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이 책으로 다 담아내려 한 듯 엄청난 포부가 느껴진다. 특히 디테일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던 '모조사회'가 기억에 남는다. 이런 피라미드 형 계급 구성은 고대 문명 태동기 때부터 늘 있어 온 문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있을 사회 문제다.

어쨌거나 기시감은 느껴지지만 원래 SF 장르 자체가 첨단 소재를 다루면서도 어느 장르보다 주제나 소재가 진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소설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이나 익숙한 배경을 가지고 이 작품의 수준을 평가할 순 없을 것 같다. (내가 읽은 대부분의 SF소설, 내가 본 대부분의 SF영화가 다 비슷비슷하다) 어쨌거나 저자가 많은 노력으로 정성을 쓴 소설이며, 배경이나 주제가 탄탄하다. SF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한다.


덧붙임> 춘춘 할머니의 화살은 개인적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욘두 '화살'이 떠올랐다. 욘두의 화살은 살인병기가 예술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물론 이는 영화에서만 그래야 한다). 이 소설 읽고 급 가오갤이 보고 싶어졌다. ㅠㅠ 그리고 <토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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