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2011년 맨부커 상을 받은 줄리언 반스의 미술 에세이. 하지만 나는 이 책에 실린 글의 종류를 에세이로 적었지만, ‘평론이라고 쓰고 싶다. (평론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고, 평론가들의 글들도 대체로 나에겐 모호하고 불가해한 것들이지만)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1989년부터 2013년에 걸쳐 영국의 미술 전문잡지 현대 화가등 여러 유명 잡지에 실린 에세이를 모은 것이라 한다. 미술 전문 잡지에 실린 글들이라, 보통의 가벼운 에세이(수필로서)와 다르다. 줄리언 반스의 넓고도 깊은 미술사적, 문학적 지식이 스며 있어서 평론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전문잡지이므로, 그 잡지를 읽는 독자들 모두 다 아는 기본적인 내용을 쓸 수는 없었을 테고, 단순 감상만 쓰기에는 본인 스스로가 모양 떨어져 보였을 테다. 그리고 어느 분야든 일정 수준 이상 지식이 쌓이면 결코 아무렇게나 가벼운 글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제라코, 들라크루아, 쿠르베, 마네, 브라크, 마그리트 등 16명의 예술가를 다루고, 그 중 한 편은 이것은 예술인가?’라는 제목으로 예술에 대한 정의,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만의 생각을 쓰고 있다.

 

16명의 예술가에 대해서도, 예술가의 생애나, 그림 설명, 저자의 호불호를 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아마 이런 이유로, 이 책의 제목이 아주 사적인이라 붙은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내가 줄리언 반스의 책을 읽은 것 중, 이 책이 가장 공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의 소설이나 다른 에세이들은 줄리언 반스의 언어유희가 꼭 들어가 있었는데 그의 영국식 농담이나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도 사장(死藏)될 만큼 쓰이지 않고 낯설고 어려운 단어들로 말장난을 칠 때면 낯선 벽에 부딪힌 것 같다. 뭔가 농담은 한 것 같은데,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고 웃기기는커녕 당혹스럽다. 그래서 그는 그의 세계에, 나는 나의 세계에 완전히 떨어진 채로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소설이나 그의 다른 에세이들이야 말고 그의 아주 사적인 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은 그의 언어유희(줄리언 반스 혼자만 이해하는 농담)가 없다. 그림에 대해서, 화가에 대해서 대부분 실제 사실에 입각한 자료를 나열하며, 여기에 간단히 저자의 생각이나 의문을 덧붙이고 있다. , 줄리언 반스의 아주 공적인 미술 산책이라고 제목은 붙일 수 없더라도, 그의 말과 그의 생각들이 나에게 잘 전달되어 공적느낌이 들었다. 문체 역시 가볍지 않아서, 완전히 사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그의 다른 책들에 비해 쉽게 읽혔고, 재밌게 읽었다. (기존의 그의 책들은 영어 어휘들이 난해해 나를 소외시켰으니까)

 

소설가임에도 미술사적 지식이 해박하고, 스스로도 많이 노력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보다 깊이 예술을 즐기고자함이 느껴진다. 이 책에 실린 그의 생각들도 흥미로웠지만, 미술 아니 더 넓게 예술에 대한 태도가 참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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