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서 (스페셜 에디션) - 영혼의 순례자 칼릴 지브란
칼릴 지브란 지음, 로렌스 알마-타데마 그림, 강주헌 옮김 / 아테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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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칼릴 지브란의 책을 읽고 싶었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닿아 칼릴 지브란의 『지혜의 서』를 받게 되었고, 내친김에 나도 온라인 서점에서 그의 최고 히트작(?!) 『예언자』를 샀다. 『지혜의 서』는 완독했고, 『예언자』는 앞부분만 조금 읽은 상태. 현재까지 그의 책을 읽고 난 느낌은?! 두구두구두구~ 일단 그의 책을 읽기 전에 했던 생각과 읽은 후에 든 생각이 많이 달랐다. 우선 나는 칼릴 지브란이 독일 낭만주의 작가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이거 완전 오산. 그는 중동 레바논 태생이다. (나는 영어 이름 외에 여전히 이름과 국적을 제대로 매칭하지 못하는가 보다.) 중동 작품은 아마 이 책이 처음이지 않을까.

문제와 책 내용은 낭만주의랄지, 신비주의랄지 여성스럽고 섬세하며 신비롭다. 현실보다 이상을 그리며, 현실과 이상의 괴리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 나는 이런 섬세한 영혼과 거리가 멀고, 쿵쾅 거리며 이 세상을 활보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라 처음 칼릴 지브란의 책을 읽었을 땐 좀 당혹스러웠다. 그래도 제일 처음 나오는 스승의 이야기는 제자에게 들려주는 본인의 러브스토리라 할 수 있어 줄거리도 있고, 재미나게 읽었는데 뒷부분은 뭐랄까 잠언집이랄까 류시화 시인의 산문집이랄까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나는 깨끗하고 정화된 영혼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이라 좀 당황. 내가 메마른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어쨌거나 칼릴 지브란이 '당혹스러움'에서 '지혜의 길'이 열린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라면 지금 내가 느끼는 당혹스러움이 나를 지혜로 인도하는 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기대해 볼게요, 칼릴 지브란 님!




칼릴 지브란은 1883년 레바논 브샤리에서 태어났다. 13살 때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미국으로 이주했고 미국에서 레바논 출신 사람들이 모여사는 '보스턴 허드슨가'에 정착했다. 지브란은 이곳에서 2년간 공부했으며, 이후 혼자 레바논으로 돌아가 고등학교를 다녔다. 이 시기에 그는 아랍 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곳에서 첫사랑을 만난 칼릴 지브란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미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또 레바논으로 컴백. 또 가족들의 사망 소식에 급히 미국으로 돌아간다. 이 시기에 칼릴 지브라는 화가로 주목받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글도 꾸준히 썼는데, 젊을 때여서 그랬던가 교회와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얼마나 신랄했던 글인지 후에 신비주의적 작품들도 그의 반항아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없애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프랑스에서 쥘리앵 아카데미와 에콜 데 보자르에서 그림 수업을 받았고, 또 당연히 유럽 문학을 풍부하게 접한다. 이 시기에 윌리엄 브레이크의 작품을 감명 깊게 읽었는데 그 까닭에 칼릴 지브란의 작품에 브레이크의 영향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칼릴 지브란은 레바논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 파리에서도 생활을 하고, 그곳의 문화들을 흡수했기 때문에 동과 서,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의 화합을 갈구했다고 한다. 이는 이 책, 『지혜의 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형제여, 그대가 누구이든 간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그대가 교회에서 예배를 보거나, 사당에서 절을 하거나, 모스크에서 기도를 하거나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그대와 나는 하나의 믿음을 가진 형제이다.

종교는 갖가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똑같은 하느님의 자애로운 손의 손가락이기 때문이다.

그 하느님은 우리 모두에게 차별 없이 사랑의 손길을 내미시고, 우리 모두 깨끗한 영혼을 나눠주시며, 우리 모두를 기꺼이 받아들이신다. (201쪽)

}


칼릴 지브란의 글이 섬세하고, 신비로운 색채를 띠는 건 어쩌면 다문화의 결합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가 반항아적인 글을 썼다고 하는데 이 책 『지혜의 서』에서는 딱히 반항아적인 느낌을 느끼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아쉬웠던 점은, 이런 유형의 책(잠언집 등등)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과 동일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잠언집은 내용이 좋기는 하나 폭력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과 저것을 나누고,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의 반대의 것은 나쁘고 악하다고 몰아세우는 부분이 있기 때문. 이 책에서도 좀 그런 게 느껴졌다. 아마도 내가 믿는 종교가 없기 때문일런지. 종교를 가진 사람의 특징인, '단정적인 어투'에 내가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인데 그래서 칼릴 지브란의 말에도 내가 거부감을 느낀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지금도 여전히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 칼릴 지브란 같은 작가가 두 문화의 화합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물론, 여전히 갈등의 골이 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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