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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평점 :
재밌게 읽었다. 읽기 전에는 제목 때문에 살짝 1960년 대 미국 중산층 엄마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 시절 미국은 주위의 평판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딘가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시대였기 때문이다. 성공지향, 어제 보다 더 나은 삶은 자신 대(代)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 대에서 나올 수 있도록 완벽한 엄마가 되어 자식들을 케어하는 백인 여성들.... 그래서 그런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완전 오산-
이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아기를 갓낳은 엄마들. (아이를 교육하는 엄마가 아니다) 출산 준비과정에서 출산에 대한 정보를 얻고, 소통하고자 5월에 분만 예정인 예비엄마들이 인터넷으로 <5월맘>이라는 모임을 결성한다. 처음에는 인터넷으로만 소통하다가 아기를 낳고, 오프라인 모임이 제안되어 거주지 인근 공원에서 거의 정기적으로 만나게 된다. 어느 모임이나 그렇듯이 그냥 한 번 나왔다가 영영 안 나오는 사람들, 초반에는 열성적으로 나왔는데 점점 흥미가 떨어져 더 이상 안 나오는 사람들, 이사 때문에 못 나오는 사람들, 누군가 미워하거나 꼴불견이라 생각하여 그 사람이 보기 싫어 안 나오거나 뜨문뜨문 나오는 사람들 등, 여러 사람이 있다. 역시 어느 모임이든 그렇듯 모임에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프랜시', '콜레트', '넬' 등. 이 세 사람 외에 정말 중요한 <5월맘>의 멤버가 있는데 그 사람의 이름은 '위니'다.

위니는 키도 크고 늘씬하고, 얼굴도 좌우 대칭이 완벽한 정말로 아름다운 여성이다.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붓기는 다 빠지고, 뱃살도 완벽하게 제 상태를 회복한다. 하지만 위니는 <5월맘> 모임에 나올 때마다 왜인지 근심 걱정이랄지, 우수에 젖어 있다. 또 아이와 함께 있을 땐 아이를 신경 쓰고, 아이와 함께 없을 땐 아이가 있는 침대를 비춰주는 CCTV를 핸드폰으로 보고 있다. <5월맘> 멤버들은 위니가 너무 우울한 듯 보여(산후우울증은 위험하니까), 위니의 기분 전환을 위해 하루 저녁 날 잡고 놀자고 한다.
위니는 처음엔 거절하지만, 모임 직전에 응하고, 아이를 콜레트가 소개해 준 베이비시터에게 맡긴 후 놀러 나온다. 하지만 그날, 그 저녁, 위니의 아이는 사라지고 만다.
이 유아 납치 사건으로 위니가 사실 십수 년 전에 유명했던 드라마 배우였다는 사실과 결혼하지 않고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부자라는 것도.
이 소설의 중심 이야기는, 위니 아이의 납치 사건을 두고 <5월맘> 핵심 멤버들의 심리와 상황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육아를 하면서 겪게 되는 고충이 생생히 묘사되었다. 그들은 제각각 경제 사정이 다르고, 직업도 다르다. 그에 따라 육아를 대하는 자세나 여유가 많이 다르다.
저자는 유아 납치를 스릴러 형식으로 보여주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각 엄마들의 육아 고충이 아니었을까 싶다. 남편의 태도, 납치 사건을 둘러싸고 대대적으로 매스컴을 타면서 그날 함께 있던 엄마들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편견들.
가족을 우선시하고, 그래도 유교나 이슬람 문화권보다는 여성의 인권이 좀 더 존중된다는 미국에서도 엄마가 겪는 고충은 크다. 아이와 함께 있고 싶지만,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돈이 필요해 아이와 떨어져 돈을 벌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 경제적 여유가 되고 아이만을 케어 하고 싶지만 유명 페미니스트의 딸이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엄마, 돈과 외모 모든 걸 다 가진 엄마에게 쏟아지는 편견, 추태, 경제적 능력이 달리는 남편을 둔 여성의 고민 등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상에 '완벽함'이 있을까.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엄마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것 같다. 아이에겐 더없이 자상하고, 남편 외조 잘하고, 그러면서도 경제적 능력이 출중해 돈도 잘 벌고, 당연히 살림도 잘하는. 이 모든 걸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다고 해도 그 사람도 남모르게 어떤 고충이나, 차별과 강박증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한 아이를 키우는 건, 어떤 우주를 키우는 것과 같다. 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 어떤 이미지를 형성하고, 그 이미지를 엄마들에게 요구하거나 강요할 순 없는 일. 저자는 이런 메시지를 『퍼펙트 마더』로 던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스릴러지만, 스릴러이기보다는 여성, '엄마'라는 존재를 조명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