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 50명의 과학자들이 알려주는 과학의 생각법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과학에 관심은 많지만 관심만으로는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고 난해하다. 그래서 즐겨 있는 것이 과학史 책과 과학사의 변곡점에 서 있는 '과학자' 이야기들이다. 시간의 흐름으로 쓰인 과학史와 개성 만점인 과학자의 이야기들은 일반인에게도 쉽고 재밌고, 흥미롭다. 물론 지엽적으로 파고들거나, 방대한 내용을 다룬 책은 어려운데 그래도 일반인들이 과학에 접하기에 제일 쉬운 분야다.

이 책도 이런 맥락에서 읽었다. '어려운 과학, 하지만 알고 싶은걸~' 하는 마음으로. ㅋㅋ

이 책은 과학을 여러 분야로 나눠서 그 분야에서 꼭 다뤄야 하는 과학자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업적이나 생애, 특기할 만한 사항을 서술해 놓았다. 과학 외에 '수학과 정보학', 그리고 과학과 상관없어 보이는 인물도 다룬이 것이 좀 독특했다. 특히 '안톤 체호프'가 제일 의외의 인물이었다. 체호프의 본디 직업이 '의사'여서 깍두기처럼 끼워 넣은 걸까나...

이런 유의 책들이 대체로 그렇듯, 천문학과 물리학자의 분량이 제일 많다. 과학자들은 물리학과 천문학을 과학의 제일 기본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터. 갈릴레오 갈릴레이부터 케플러, 뉴턴, 막스 프랑크,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오펜하이머, 리처드 파인만 등이 다뤄지는데 개인적으로 리처드 파인만이 반가웠다. 워낙에 그의 에세이를 좋아해서 그렇다. 그런데 에세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글에서 만나는 리처드 파인만은, 내가 알던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본 것 같아 기분이 조금 묘했다. 낯섦. 파인만의 에세이를 읽으며 그만큼 내가 감정이입을 많이 했나 보다. 다른 사람이 서술하는 리처드 파인만은 재밌고 매우 똑똑하지만 건방지다. >ㅁ< 근데 똑똑하고 재밌으면 건방진 것도 용서가 된다. 어차피 내 분야 사람도 아닌데 뭐 ㅋ.


책 속 인상적이었던 몇 부분.

예컨대 1930년 베를린에서 열린 한 라디오 박람회 개막 연설에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기분 좋게 풀을 뜯어 먹는 소가 그 풀의 식물학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과 기술의 경이로운 성과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합니다." (아인슈타인 / 80쪽)
이 문장에서 이 책의 제목을 뽑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아인슈타인의 저 말에 약간의 반감도 느껴지지만 어쨌든 그는 과학자고, 그것도 인류사를 바꿔놓은 과학자이므로 그의 견해를 존중한다. 내가 모르는 과학의 뭔가를 아인슈타인은 잘 알 것이기 때문. 아인슈타인 님, 과학과 기술의 경이로운 성과들을 저도 이해해보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ㅠ

"미래를 가린 장막을 들춰서 다가오는 세기들에 우리 학문에서 이루어질 진보를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우리 중에 누가 있겠습니까! 미래의 인류 수학자들은 어떤 목표들을 추구하게 될까요? 드넓고 풍요로운 수학적 사유의 장에서 새로운 세기들은 어떤 새로운 방법들과 사실들을 발견하게 될까요?"

힐베르트는 역사적 연설의 의미와 생기는 굳은 그의 굳건한 기본 태도, 곧 '모든 각각의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온다. 그 확신이 그의 연구를 부추겼다. "우리는 내면에서 끊임없는 외침을 듣습니다. 문제가 존재한다. 해답을 찾아라. 너는 순수한 사유를 통해서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수학에는 '우리는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힐베르트 / 159쪽)
힐베르트의 말이 너무 멋있어서 발췌했다. 역시나 한가닥 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거나, 말하는 것도 참말 멋있구나.
그 책이 다윈의 주저 『종의 기원』인데, 이 작품은 제목이 약속하는 바와 달리 종들의 기원을 전혀 설명해주지 못한다. (찰스 다윈 / 204쪽)
이 부분은 웃겨서 발췌했다. 『종의 기원』을 읽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전혀 종의 기원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구나. ㅋㅋ 종의 기원보다는 종의 적응과 변이가 더 적절한 걸까. (그런데 종의 적응과 변이로부터 새로운 종이 기원하는 게 아니던가? 그렇다면, 책의 제목이 틀렸다고 할 순 없겠다.)
(닐스) 보어가 델브뤼크에게 일러준 바에 따르면, 물리학적 세계상의 전복이 성취된 이유들 가운데 중요한 것 하나는, 정말 단순한 시스템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시스템은 양성자 하나와 그 주위를 도는 전자 하나로 이루어진 수소 원자다. 그렇게 단순한 수소 원자 덕분에 과학자들은 추측하고 더듬으면서 새로운 법칙들에 접근할 수 있었다. (델브뤼크 / 260-261쪽)
델브뤼크는 분자생물학의 개척자인데, 잠시 닐스 보어 밑에 있었다. 거물 밑에서 배우면, 사고의 깊이와 폭이 엄청나게 확장한다. 델브뤼크는 닐스 보어 밑에 있을 때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후에 분자생물학을 열었다. 분자생물학은 그 분야 특유의 환원주의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원리, 기본 구조를 찾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우리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뭔가가 드러날 수 있다.

또 위 발췌한 문장이 좋았던 점은, 하나의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한 분야의 통찰력은 완전히 다른 분야를 열어젖힐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것. 같은 맥락으로 이 책의 다른 쪽에 실려 있던 문장이 떠오른다.

화학만 아는 사람은 화학도 모른다.
자연과학만 아는 사람은 자연과학도 모른다.

224쪽

위의 말은 18세기 인물인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리히텐베르크가 한 말이다. 델브뤼크와 닐스 보어의 일화와 리히텐베르크의 말이 1:1로 대응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관련 다른 분야도 잘 알고 이해해야 자기 분야의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 곱씹고 명심해야 하는 말이다. 한 분야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된다. 한 분야를 위해서, 다른 분야도 접하고 알아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의 저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도 과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독일 쾰른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과학사 교수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1947년 생으로 연세가 꽤 되시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에 언급된 과학자와 교류했다는 이야기도 실려있다. '바버라 매클린톡'이라고 생소한 여성 과학자인데 198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옥수수 과학자라고 한다. 저자는 저자는 이 분과 같이 산책을 같이 했었는데, 짧은 만남이었지만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서술한다. 어쨌든 한 분야에 특출나고, 게다가 노벨상까지 받은 분이면 뭔가 분위기나 대화에서 남다른 인상을 받을 것 같다. (그래서 자기 분야에서 어떤 성취를 해 낸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봐야 한다)

이전에 저자의 『밤을 가로질러』라는 책보다 좀 더 수월하게 읽혔다. 저자도 독자층을 중고생과 일반인을 잡고 글을 쓴듯하다. 군데군데 사견도 좀 섞인 듯한 느낌적인 느낌. 교과서처럼 딱딱한 책은 아니므로, 과학자의 생애에 관심 있는 분들은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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