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BOUT H : 대한민국 행복 리포트 2019
최인철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평점 :
휘게(덴마크)나 라곰(스웨덴) 등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 관련 책을 읽으면, 그 나라 국민에 관한 행복 기관이 상당히 많이 언급된다. 행복 조사 기관이 그 나라 국가 기관이나 대학 부속 혹은 사기업 연구소인지, NGO 단체 같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은, 국민 행복에 관해 상당히 관심이 많고 오랜 기간 심혈을 쏟고 있는 게 느껴진다. 복지가 고도로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이 거둔 세금을 어디에 쓸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국민 행복과 국민 만족에 쓰고자 행복 조사 기관이 발달한 것으로 내 맘대로 추측해 본다.
어쨌든 북유럽 관련 행복 관련 책이나, 그 책에 등장하는 행복 연구소를 접할 때면 이 사람들이 얼마나 디테일하게 연구하고 국민 만족과 행복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마 이런 국가적, 사회 조직적 노력 덕분에 북유럽 사람들이 다른 지역 국민들보다 더 행복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정말 절대적으로 북유럽 사람들이 행복한 지는 사실 긴가민가 잘 모르겠다. 그들은 어느 지역 사람보다 모델처럼 키 크고 늘씬하고, 감각적인데 그러면서도 북극에서 불어오는 얼음 바람에 얼어버린 것인지 얼굴 표정은 하나같이 딱딱하다. 말투나, 행동도 그다지 유연하지 않다. 타인과 외지 사람들에게 개방적이기보다 폐쇄적이다. 자살률도 상당히 높다. 남의 시선, 남의 말에 상당히 많이 신경 쓴다. 어쩌면 진심 행복해서 행복 체크 리스트에 체크를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다만, 사회 안전망이 촘촘하고, 튼튼하게 발달해 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과 분노는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이런 안전망이 없다면, 그 긴 어둠과 그 긴 추위와 그 긴 눅눅함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어두운 방에 홀로 촛불 하나에 의지해 술만 마셨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북유럽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만족과 행복, 의미 있는 뭔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북유럽에만 행복 관련 보고서가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 같이가치'가 공동으로 대국민 행복 측정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안녕 지수를 조사한 프로젝트다. 사실 UN에서 '세계 행복 보고서'를 발표하지만, 거시적인 측면이 강하고 디테일하지 못하다. 나라별, 지역별 비교 분석이 가능하지만 세계 기구에서 한 만큼 보다 우리 국민의 행복도를 파악하는 데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래서 해당 프로젝트를 행한 것이고 『ABOUT H』는 프로젝트 결과의 정리 물이다.
우리 국민은 얼마큼 행복하고 불행할까.
조사 결과 보통 수준이다. (와,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불행하다고 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냥저냥, 10점 만점에 5점 언저리. 그럼 어느 나이대가 제일 행복할까. 10대와 60대가 제일 행복하다. 그러면 제일 불안하고 우울하고, 짜증 나고 화가 나는 세대는? 20대와 30대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일까. (보고서에는 한때 유행어였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또 언급된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육체적 독립을 하고 자립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 집을 마련하고, 이 모든 일이 행복한 일이라기보다는 스트레스로 다가오는가 보다. (현 정부에서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행복지수가 출렁거렸다. 특히 집을 마련해야 하는 세대에서는 그 출렁거림의 정도가 매우 컸다!) 40대를 거쳐, 50대에 이르면 뭔가 자극에 무반응인 초탈한 사람들이 되고, 60대로 넘어가면 다시 삶에 활력을 느끼고 행복과 만족감이 높아진단다(그래도 돈이 있을 경우에 그렇지, 돈 없는 어르신들은 매일 불안일 것이다).
다른 이야기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불만족스러워하는 요일은 언제일까? 월요일? 일요일? 정답은 목요일! '눈코 뜰 새 없이 일하고 공부했는데, 놀 수 있는 주말이 이틀이나 남았쒀.' 이런 박탈감 때문일 끄나. 월요일과 월요일을 코앞에 둔 일요일도 불만족스러움이 올라갔지만 목요일은 진짜 예상도 못 했는데 높았다. 참, 이 리포트에는 나오지 않지만 불만족이 높은 목요일에 스트레스받아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리거나, 경찰과 소방 공무원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경우도 이때가 많은지 조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어떤 연구든, 연계성을 띠고 하는 것이 사회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니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라는 빅 이벤트로 국민은 즐거웠고, 명절은 분명 일을 쉬긴 쉬지만, 결코 몸과 정신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그다지 행복한 공휴일이 아니다. ;ㅅ; (이런 연구로 상담 센터 직원일 한시적으로 이때 많이 배치하는 것도 좋을 듯)
이 외에도 우리 국민이 언제 행복하고, 언제 불행해 하는지 자세히 나와있다. 보고서 형식이지만, 결코 전문 보고서가 아닌 국민 누구나 재밌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보고서이므로 삶의 만족도를 좀 더 높이고, 행복을 어떻게 관리할지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좀 사람들은 '행복'이란 단어를 좋아하면서도 많이들 싫어한다. 정형화되고 상투적인 단어라서 그런 걸까. 어쨌거나 싫어하든 좋아하든 만족스럽게 사는 건 좋고, 옳은 것이니 어떻게 하면 좀 불만족은 피하고 만족은 좀 더 누릴지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