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 세월을 이기고 수백 년간 사랑받는 노포의 비밀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이자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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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 대로 천년의 도시,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무라야마 도시오는 1953년 생으로, 젊은 시절 당시 일본인으로서는 드물게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공부했고,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다. 저자는 관심사가 다양하고 많아서 이종 다양한 주제를 갖고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 한국에 관한 책도 많다. 그중 몇 권은 일본인을 위한 한국에 대한 책이다. 반면, 이번에 국내 출판된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는 한국인을 위한 일본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핫플레이스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도 문제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지난 후 을씨년스럽게 완전히 망해버린 곳이 많다. 우리나라는 유행에 민감하다지만, 이렇게 상권까지 떠들썩하게 떴다가 쫄딱 망해버리면 그 지역이 오래도록 건전하게 발전할 수 없다. 우린 왜 이렇게 빨리 떴다가, 빨리 망해버리는 건지 궁금했다. 국민성 문제일까, 사회 시스템의 문제일까, 행정의 문제일까. 그럼 다른 나라(특히 일본)는 어떠할까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책을 읽었다.


기차 타고 여행하는 기분 내며 읽었또요. 


일본에서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가업을 잇는 가게를 '노포(老舗 しにせ)'라고 한다. (찾아보니 우리 국어사전에도 '노포'가 등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를 잇는 가게가 우리나라에 드물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이 책은 일본의 천 년 고도인 '교토'에 자리한 노포를 총 10곳을 취재하고 소개한다. 가게 종류는 다양하다. 고등어구이 전문인 음식점에서부터 목욕탕, 술도가, 베이징요리, 게스트 하우스, 찻집, 사탕 가게, 도장가게, 서점, 소바 가게를 다룬다. 가게 종류는 천차만별이지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데는 공통된 이유가 있었다. 각 가게마다, 그 가게만의 정신이랄까 자부심, 책임감이 있었다.


가게 주인은 일을 설렁설렁하지 않는다.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납품 업체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 주인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부모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본인이 가게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깨닫고, 부모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허투루 보지 않고 잘 배운다.


'나의 게으름 때문에 가문을 욕되게 할 순 없다. 반드시 최선을 다하여 가게를 꾸리고, 선대의 유지를 받들겠다' 이런 마음이 깊이 밴 듯하다.


그래서 음식은 맛이 한결같이 좋고, 디스플레이에서는 장인 정신이 느껴질 만큼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 상품을 파는 가게도 마찬가지다. 상품 질이 우수하고, 서비스는 한결같다. 그래서 한 번 찾은 손님은, 두 번 찾고, 두 번 찾은 손님은 한 평생 손님이 되며, 그 손님의 자식까지 대를 이어 단골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정신'이 아닐까 싶었다. 진심 어린 마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 선대의 정신과 노력을 후대에 물려주겠다는 책임감과 자부심.


요즘 우리나라 재벌 3세들의 마약 스캔들과 골목마다 심각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우리도 이제 먹고 살만 해졌으니 당장에 먹고 살 걱정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어떤 '큰 맥락 속'에서 본인의 몸가짐과 행동거지를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선대와 자식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삶, 떳떳한 삶을 살도록 노력하며, 남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만큼 가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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