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커트 보니것 단편집,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두툼한 책인데 각 단편들이 재밌어서 딱히 책이 두껍다는 생각이 전혀 든다. 문장은 간결하고, 군데군데 유머가 지뢰밭처럼 깔려 있어 책은 두툼하나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문장이 간결하다는 말은, 쓸데없는 문장이나 미사여구가 없고, 모든 장면들이 눈에 보이듯 시원시원하게 서술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군데군데 깔려 있다는 유머는, 마크 트웨인 식의 재치와 촌철살인의 지혜가 엿들어 있어 의미 없는 독서가 아닌 유익함 있는 독서로 이끈다. 

다 재밌게 읽었지만 크게 기억에 남은 단편 2편을 소개하겠다. 





1.「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때는 미래, 지구는 엄청나게 불어난 인구로 도저히 인간(지구인간 170억명)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지경이 이른다. 사람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려 '윤리 자살 센터'를 설립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윤리 자살 센터'에 가서 직원에게 고통 없이 죽여달라고 요청만 하면, 아무런 윤리적 문제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특단의 조치도 하나 있는데, 이것은 윤리적 산아 제한 정책이다. 하루 세 번 윤리적 피임약을 먹으면, 아랫도리는 자신의 신체가 아닌 다른 뭔가로 느껴져 전혀 성적 욕구가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 꼭, 저항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 사람들을 '저항자'라고 불렀다. 저항자 중에 특히 악명 높은 자가 있었으니, 이름하야 <시인 빌리>라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자살 도우미 직원에게 접근하여, 그들을 범하고 그들을 저항자로 개조(?)시킨다. 

자살 도우미 직원 낸시는, 빌리에게 다른 사람은 다 당해도 자신은 당하지 않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지만 결국 자신도 빌리의 계략으로 그에게 당하게 된다. 그 뒤의 낸시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지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다른 도우미들이 그랬듯, 낸시 역시 빌리 편에 서게 될 것이다. 빌리 고조모가 그렇게 질색팔색하던 잠자리를 점점 열광적으로 좋아하게 되었듯 말이다. 

지금은 인구가 너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어 문제인데, 이 시대 커트 보니것이 또 다른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쓴다면 어떻게 쓸지 궁금하다. 섹스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공론화하기 어려운 뭔가 불편한 부분이 있는데, 커트 보니것은 '서로 불편하지 않게' 그리고 '재치있게' 잘 다루었다. 이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겠고, 용기라면 용기겠다 . 




2. 포스터의 포트폴리오

할아버지가 남긴 유가 증권 등으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허버트 포스터. 허버트 포스터는 재무관리사(화자)에게 자신의 유가 증권을 맡긴다. 화자는 그가 건네준 증권의 가치를 보고 대단히 놀라고, '당신은 부자예요'라고 시그널을 보내도 허버트 포스터는 심드렁할 뿐이다. 허름한 집에서, 깡마르고 성질 더러워 보이는 여자와 함께 살며, 지저분한 아기와 함께 살 뿐이다. 바쁘기는 얼마나 바쁜지, 돈도 되지 않는 일을 낮에도 하고, 밤에도 한다. 

어쨌든 화자는 허버트 포스터의 자산을 아름답게 분산 투자하여 엄청난 이득을 거두었는데 이를 허버트에게 알리고 싶어 근질근질했다. 그래서 찾아간 허버트가 일하는 가계는, 더없이 불결하고 지저분했으나 그 가계에서 피아노 치는 허버트는 진정으로 행복해 보였다. 

돈에 무관심했던 아버지처럼 살기 싫어서 엄숙한 삶, 고행의 삶을 선택했던 허버트 포스터는 그렇게 아버지를 미워했으면서 아버지가 살았던 대로 술집에서 재즈 연주를 하며 행복해했다. 이는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고, 알려도 주고 싶지 않은 그의 파라다이스였는데, 그는 미국의 대부호가 되는 것보다 허름한 바에서 마음껏 피아노를 치는 것이 행복했다. 

대부분 재능이 주는 행복보다 돈을 선택하지만, 허버트 포스터는 재능이 주는 행복을 선택했다. 
인상 깊었고, 재밌었고 뭐랄까, 단편의 정석이랄까 그런 소설이었다. 짧고 간결하면서 인물의 개성과 특징을 잘 드러냈고, 맨 마지막의 반전은 잘 쓰인 단편의 특징이다. 



참말, 커트 보니것은 전형적인 글쟁이인 듯. 글쓰기를 한 번도 제대로 배우지 않았으면서 스스로 습작하며 자연스럽게 소설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체득했고, 체득한 바 잘 풀어냈다. 

강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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