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제주 이야기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14
김하늬 외 지음, 김윤이 그림 / 책고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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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섬 제주의 옛이야기를 읽고 싶어 본 책. 
그리고 좀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이 곁들여진 동화를 읽고 싶어 본 책.


『아름다운 제주 이야기』는 제주대 사회교육대학원 스토리텔링학과 학생들과 타과 학생, 교수, 동화작가가 모여 만든 옛이야기다. 총 6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전래 동화는 아니고, 설화를 각색하거나 설화 속 모티브만 따와 새롭게 창작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ㅡ 첫 번째 이야기 : 칠성신 ㅡ

   봄, 여름, 가을이면 한라산을 기어 다니고, 겨울이 오면 백록담을 칭칭 감고 겨울잠을 자던 하얀 뱀 이야기. 조정에 특산품을 바치기 위해 제주 사람들은 힘들었는데, 힘든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하얀 뱀은 자신의 아름다운 비늘을 주었다. 특산품 대신 받은 비늘이 왕의 마음에 쏙 든다. 영롱하고 아름다운 비늘이 더 갖고 싶었던 왕은 하얀 뱀 비늘을 모조리 벗겨 오라는 명을 내린다. 사람들은 몰려와 독화살을 하얀 뱀에게 쏟았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하얀 뱀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7일이 지난밤, 하얀 뱀은 천둥번개가 치는 하늘로 승천했고 이때 7개의 별이 떨어진다. 그리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내리던 눈 때문에 조정에 있던 임금과 신하들은 모두 얼어 죽었고, 탐라에는 눈이 오지 않아 모든 사람이 살았다. 사람들은 하얀 뱀을 '칠성신'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집집마다 제단을 만들어 제를 올렸다. 그리고 겨울이 와 한라산 백록담에 하얀 눈이 쌓이면 칠성신을 떠올리게 되었다. 

/// 제주도는 육지와 떨어져 있으니 육지의 혜택은 당연히 못 받고, 반대로 육지에서 보기 귀한 특산물이 많아 언제나 수탈의 장소였다(조선 시대, 얼마나 많이 삥을 뜯겼는지 눈물 없이는 못 듣는다. 집 마당에 귤 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 곡소리가 나던 곳이다). 이 글은 그 당시 제주도 사람들이 겪었을 수탈의 역사를 아이들 시각에 맞춰 전래 동화로 잘 각색한 이야기다.


ㅡ 세 번째 이야기 : 산호 해녀 ㅡ

   옛날 어느 바닷가 마을에 젊은 해녀가 살았다. 부모는 일찍 돌아가시고 여동생과 둘이 살았다. 해녀는 너무 건강해 아무리 일해도 지치지 않았다. 질투가 난 마마신(천연두의 신)은 해녀 등에 찰싹 달라부터 마마에 걸리도록 했지만 해녀는 아프기는커녕 너무 일을 열심히 해 마마신이 오히려 병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마마신은 해녀의 여동생 등으로 옮겨 탔고, 여동생이 마마에 걸려 앓아누웠다. 여동생은 아픈 가운데 바람이 너무 쐬고 싶어 둘이 산책을 갔는데 이때 곤경에 빠진 거북이를 구해준다. 그런데 병세가 더 악화된 동생을 위해 해녀는 전복을 해먹이기 위해 물질하러 갔다가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런데 깨어나 보니, 용궁. '바다의 왕자'가 다가와 지난번에 위험에 처했던 거북이었다며, 그때 너무 고마웠다고 성대한 잔치를 열어준다. 용궁의 왕비와 왕자는 해녀에게 꽃을 하나 선물한다. 마마꽃이라고 하여 마마신 심장에 꽂으면 동생 병이 나을 거라고. 바다의 왕자가 시킨 대로 마마신 심장에 꽂았더니 마마신이 펑- 하고 터져 죽었다. 그리고 용궁으로 가 마마꽃을 더 얻어온 해녀는 동네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주었고, 마을 사람들은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해녀의 집을 만들어 주었다. 

/// 마마신이 못됐지만, 귀여워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 너무나 건강했던 해녀도 재밌고, 그런 해녀 등에 업혔다가 오히려 지쳐버렸던 마마신이 웃겼다. 마지막에 죽는 모습도 독특하다. 조금 『오즈의 마법사』 속 허당 마녀 같았다. 나쁜 마녀들이 그냥 픽픽 죽어버림. >ㅁ< 


이 외에 재밌는 이야기가 네 편 더 수록되어 있다. 제주도만의 이야기로 그곳의 신, 해녀 물질 같은 특수한 경제 활동, 특이한 자연환경 등을 소재로 재밌게 쓴 이야기들이 많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주인공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성이 주인공이 아닌 이야기도 있는데 그 이야기들도 주인공은 남자가 아니라, 신이나 뱀 같은 것이다. 

지금이야 마음만 먹으면 당일로도 갔다 올 수 있는 곳이 됐지만, 오랜 세월 제주도는 변방이었다. 섬이라는 특수 환경,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남자들 간혹 영영 돌아오지 못했는데 그래서 제주도엔 자연스럽게 여자들이 많게 되었다. 홀로된 아내, 부모를 여읜 딸들이 억척스럽게 살아가야 했던 곳, 그래서 육지와 사뭇 다른 전래 이야기들이 많다. 이 책 속의 이야기도 여성 친화적이고, 여성들이 부드러우면서 강인하고 지혜롭게 등장한다. 제주도는 타 지역과 달리 여성들도 어릴 때부터 경제활동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여성의 위상이 다른 곳보다 높았던 것 같다. 


전래 동화와 제주도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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