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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나무
윤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9월
평점 :
이 글을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됐습니다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사랑한다면 왜 헤어져야 해.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작품을 읽어가는 시간동안 이 노래가 생각난 건 왜일까? 태오의 ‘벽’인 1990년대에 살짝 앞선 1987년에 발표된 노래의 첫 소절이 자꾸 머릿 속에 맴돈다.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너를 다시 만났었지. 신문을 사려 돌아섰을 때 너의 모습을 보았지.”
책을 덮을 때 즈음에는 이 노래가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 혹여 태오와 미아가 다시 만난다면 지하철역일 거란 근거없는 생각이 들었다.
미아가 길을 거슬러 태오를 향해 다가갈까 사뭇 궁금해진다.
태오는 잠과 현실 사이를 ‘꿈’이라 했다. 얇지만 찢어지지 않는, 그래서 생존 배낭과 비슷한… 그 여름을 건너 가을로 가는 시간에 태오와 미아는 꿈을 꾸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의 사랑도 어쩌면 한낱 꿈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직 찢어지지 않은? 그리고 태오는 틀렸다. 꿈은, 어느 순간 찢어지기도 한다.
초록초록한 겉표지를 보고서는 가벼운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AI가 지배해 버린 근무환경, 계약직 혹은 인턴이라 불리는 젊은이들의 불안한 신분, ‘사이버 폭력’이란 이름의 돌파매질, 그리고 허락되지 않는 사랑 같은 주제들이 몰아치는 사뭇 무거운 작품이었다. 길지 않은 작품에 이런 다양한 주제들을 어색하지 않게, 촘촘히 박아넣은 필력에 감탄하게 되는데 작가의 전작 중 유일하게 읽어본『밤의 여행자들』은 또 나의 취향과 맞지 않았던 터라 그땐 뭐가 맞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미아의 말을 빌면, “시기가 좋지 않았”을 뿐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