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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감촉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이 글은 #서평단 선정 후 #문학동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아주 우연한 일치였을까?
방송에서 “사람들은 나를 이러저러하다고 평가하는데 천생 내가 그런 사람인 건지 아니면 그런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건지 모르겠다”던 백온유 작가의 말을 마주한 직후 이 작품을 맞닥뜨리게 됐던 것은?
"거울 속의 나를 보는 방법은 나의 눈으로만 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 눈으로 보는 것은 어차피 틀려 있다. 우리는 타인이란 존재를 알 수 없으니까."라는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던 것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는 방증이겠다.
사람에게도 나이테가 있다. 다양한 상황, 다양한 환경을 살아낸 시간들이 몸에 쌓여 '나'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 경험은 나에게만 내제되는 것이기에 사람들은 그 순간들의 결정인 '나'만을 보고 짐짓 '오해' 할 뿐이다. 안나와 경선, 그리고 다니엘이 '우리의 첫!'을 외치며 각자 서로의 경험에 대해 고백하는 장면. 이 고백을 통해 자매 사이인 안나와 경선이 서로 간의 공백을 채워가면서 그제서야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은 가족이라는 가장 내밀한 관계로 얽혀있는 상대조차도 우리는 온전히 알 수 없음을 얘기한다.
"엄마로서의 경선에 대해 안나가 아는 것은 많지 않다. 어쩌면 그 외의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소원하게 지내는 가족들이 으레 그러듯 안나는 오래전 기억으로 만들어진 낡은 틀로만 경선을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안나의 고백이 내 얘기가 아니라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한 사람의 몸 안에는 수많은 장소와 시간이 들어 있다. 몸은 기쁨과 고통과 욕망과 상실의 부화장이고 사랑의 꿈과 왜곡을 간직한 도서관, 마지막 삶이 거처할 최후의 집"이라는 작품 속 작가의 말에 우리 안에 담겨 있는 우주를 떠올린다. 또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시구를 또 굳이 떠올리는 것은 나의 편협함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그가 살아온 시간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상대를 이해하고 있다, 알고 있다 말하는 것은 얼마나 오만한 것인가?
작가는 "우리 모두 오늘이라는 시간의 초보자이고 계속되는 한 삶은 늘 초행"이라고 말하는데 앞선 나의 실수들 역시 거기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하면 그나마 좀 위안이 되려나. 하늘의 뜻을 깨달아 아는 나이가 지천명이라는데, 50세를 코 앞에 둔 지금도 배워야 할 것들 투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