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를 때 확 끌리는 제목에 솔깃해 하기는 해도, 실제 책을 살펴보지 않고서는 잘 믿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필자가 믿음이 가는 사람이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 고른 책이 <그림 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 때>.
‘그림 속 여인’이라는 표현에도 구미가 당겼지만, 저자가 이주헌 님이라는 데에 반사신경이 작용했다. 신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지식의 방대함,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감성과 표현력,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나 읽어도 쉽게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재주 등이 그를 좋아하게 이끌었다.
그렇게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그림 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 때>에서 또 다른 그를 만났다. 글머리에서 그는 남성인 자신이 어머니와 아내를 이해하고자, 그 입장에서 글을 쓰긴 했지만, 실은 그 입장을 다 알 수도 다 이해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그는 어머니, 아내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정말 보기 드문, 아들이자 남편이었다.
신혼의 날들이 그리울 때, 아이를 씻길 때, 꽃무늬 벽지를 바르고 싶을 때, 모든 것을 잊고 싶을 때…. 그가 이야기하는 상황은 금세 내 것이 된다. 물론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엄마들이 읽는다면 더 피부에 닿을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내게도 그것은 남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내 이야기로 다가왔다. 이 땅의 여자들이 사랑을 꿈꾸며, 또 애틋한 마음으로 아이를 기르면서, 살림을 하면서, 또 힘겨운 일상에 지쳐 모든 것을 떨쳐내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추슬러 가면서 살아가고 있고 살아갈 것이기 때문일 게다.
<그림 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 때>에는 제목 그대로 살아가면서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보면 좋을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에 잠깐 시선을 두고 있노라면, 그림을 진짜 이해하게 되는 것은 그것에 대한 배경지식이 아니라 ‘어떤 끌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이주헌 님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그림을 보면 그 상황들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엄마와 딸아이가 서로 기대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나 소중한 이에게 편지를 붙이려고 편지봉투를 입에 대고 침을 바르는 여인이나, 방금 전 맛난 음식을 담았을 그릇을 정갈하게 씻어내는 여인들이나, 상큼한 오렌지빛 드레스를 입은 채 달콤한 낮잠에 빠져든 여인이나… 모두 우리의 모습, 우리가 꿈꾸는 모습이다. 그렇게 그림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음으로 해서 더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 새로운 작품들을 보는 것이다. 몇몇 우리가 익숙한 작품이 있긴 하지만 흔히 보았던 그림들이 아니었다. 특히 영국의 작품들이 많은데, 그림을 보고 짧은 작가 설명을 읽고 나면 단 몇 줄의 글이지만 작가의 인생이 그림과 연결돼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온라인 갤러리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인데, 그 갤러리에서 그림을 본 사람들, 특히 여성, 엄마이자 아내인 사람들의 감상도 함께 실려 있다. 때론 아내로서, 때론 엄마로서, 때론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자신의 가족과 인생을 생각하며 쓴 글들이다. 짧지만 생활에서 삶에서 우러난 글들을 읽으며, 그들과 공감대가 싹트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그림 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 때>, 제목 때문인지 유난히 여성 독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감상평을 쓴 사람들도 대부분 여성들. 우리 삶이 더 행복하고 즐거우려면 이런 책, 남자들도 좀 많이 읽어야 하지 않을까. 감상을 실은 이들이나 독자들도 남편이나 애인에게 권했으면 한다. 나 또한 애인이 생긴다면 추천해야겠다. 이주헌 님같은 남자들이 많아졌으면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