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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부서지고 무너지면서 강인해진다
‘인간은 나약하다. 너무 쉽게 부서지고 무너진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숨기며 끊임없이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그렇게 부서지고 무너지면서 강인해진다. 모순적이었다.
모순적이기에 인간은, 삶은 매력적인 것이었다.’
소설은 이렇게 끝났다.
중반부까지도 삶이 아름답기만 하진 않다는 사실을 청소년의 시선과 생각으로 보여주는 건 줄로만 알았다. 너무 단순했나. 사람이 타인이나 삶을 대할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야기하는 게 끝이라고 생각하다니.
아름다움의 이면, 서로의 이익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다는 것, 누구나 가면을 쓰고 서로를 대하거나 살아간다는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아주 일상적인 일이, 집에서 저녁을 먹는 것 같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아주 이질적인 일이며 상처이기도 하다는 것.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 없고 끊임없이 상처를 입을지언정 나아가야 한다고.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한 발짝씩 알아가고 다가서며 서로를 껴안는 건 가능하다고. 끝까지 덮을 수 없는 상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때론 약간의 안온함과 포근함만으로도 조금씩 가려진다고.
끝까지 읽고 나니 요즘의 내 생각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상처가 참 많았지만 무수히도 덮였구나, 안 좋은 기억을 참 좋은 기억들로 계속 치유해나갔구나, 사람은 어떻다란 단언이 얼마나 무지했던 것인지, 정말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고 아무 이유 없이 내어주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