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모어 이모탈 시리즈 1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 홍보글을 보았을 때 트와일라잇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벤트에 당첨되어 남보다 먼저 에버모어를 손에 넣게 되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책장을 펼쳤을 때, 에버모어는 트와일라잇과 전혀 달라졌다.

글 전체의 분위기, 캐릭터, 모두 달랐다.

트와일라잇이 판타지적 느낌이 강했다면 에버모어는 좀더 하이틴 로맨스에 가까웠다.

어른스럽게 굴던 벨라에 비해 에버는 좀 더 미국의 10대 같았고,

모든 것을 포용하던 에드워드에 비해 데이먼은 점 더 이기적인 그래서 매력적인 존재였다.

사랑하니까 떠난다는 에드워드보다 사랑하니까 곁에 있어 달라는 데이먼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트와일라잇이 낳은 최고의 완벽남 에드워드 못지 않은 매력적인 불멸자를 만나고 싶은 여성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벌써 에버의 다음 선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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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모어 이모탈 시리즈 1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에드워드 못지 않은 매력적인 불멸자를 만나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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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트와일라잇 팬아트 공모전!

 

<If....>

Episode 1. 기억상실증




익숙한 하지만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천천히 의식이 돌아옴에 따라 목소리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지금이야.”




“벨라! 정신이 들어?”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병실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새하얀 천장이었다. 심각할 정도로 결여된 운동신경 때문에 나에게 병원은 제법 익숙한 곳이었다. 익숙한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지만. 나는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찾아 눈을 돌렸다.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치명적인 정도로 아름다운 한 남자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름다운 외모의 한 여자가 침대 옆에 서 있었다.




“누구세요?”




내 물음에 얼어붙은 남자의 표정이 내 심장을 따끔거리게 만들었다. 이상했다. 기억 속에 없는 이들인데도 너무나 친숙하게 느껴졌다.




“칼라일을 불러올게.”




여자가 우아하지만 빠른 움직임으로 병실을 빠져 나갔다.




“기억상실증?...벨라가 모든 것을 잊었다고?”




남자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가슴이 아팠다. 나도 모르게 그를 위로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의 피부는 대리석처럼 차갑고 단단했다. 이상하게 여겨져야 하는데 오히려 당연함은 물론이고 안도감마저 느껴졌다.




“미안해요. 기억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내가 그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그의 시선이 내 얼굴로 향했다. 그의 혼란과 고통이 고스란히 읽혀져 숨이 막혔다. 그 때 병실 문이 열리더니 아까 병실에 있었던 검은 머리여자와 금발머리의 젊은 의사가 들어왔다. 의사가 침대 옆으로 다가오자 그가 뒤로 물러섰다. 그가 내게서 멀어지자 심장이 따끔거렸다.




“벨라, 기분은 어떠니? 어디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니?”




의사가 마음을 달래주는 편안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그 때 난 세 사람이 닮아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 사람 모두 창백한 피부색에 황금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세 분, 한 가족이신가요?”




의식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묻고 있었다.




“우선 자기소개가 필요하겠구나. 난 칼라일 컬렌이라고 한단다. 외과의사지. 그리고 저 두 아이는 앨리스와 에드워드란다. 네 말대로 우린 가족이지. 몸은 좀 어떠니?”




“전 괜찮아요. 아픈데도 없고요.”




“이마가 조금 찢어져서 4바늘 정도 꿰맸단다. 몇 군데 멍이 들었고. 그 외에 다른 부상은 없는 것 같구나. 왜 다친 건지 기억나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일이 뭐니?”




나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공항에서 마중 나온 찰리와 만났어요. 전 이제부터 찰리와 함께 살기로 했거든요.”




“확실히 기억상실증 같구나.”




“기억상실증이요? 제가 뭘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죠?”




“넌 두 달 전에 포크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단다.”




일 년 반도 넘는 시간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전 아무런 이상도 없어요.”




내 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자신 없이 떨리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뭔가 알 수 없는 영상이 정신없이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머리가 아팠다.




“윽!”




“벨라!”




“머리가 아파요.”




어느새 에드워드가 내 곁에 다가와 손으로 내 이마를 짚었다. 차가운 그의 손이 와 닿자 두통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제 괜찮아요.”




“뭔가 기억난 거니?”




제대로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머릿속을 스쳐간 영상 속에서 단 하나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에드워드였다.




“난 에드워드를 알아요.”




내 대답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들 들은 것 같았다. 에드워드의 눈에서 기쁨이 빛났다.




“다른 것도 기억나?”




에드워드가 다급히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에드워드의 눈에서 다시 빛이 사라졌다. 칼라일이 말했다.




“기억상실증은 일시적인거야. 조만간 기억이 모두 돌아올 거다. 그러니 너무 무리해서 기억을 찾으려고 하지 말렴. 스트레스는 오히려 기억회복에 방해가 될 거다.”




“퇴원해도 될까요?”




난 병원이 싫었다. 그래서 칼라일에게 퇴원여부를 물었다.




“물론이란다. 앨리스, 에드워드, 너희들이 벨라를 보살펴주렴.”




칼라일이 나가고, 나는 앨리스와 에드워드의 도움으로 찰리의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 상황이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들의 차가운 체온도, 그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모든 것이 너무나 익숙했다.




에드워드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었지만 앨리스는 내내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로 이것저것 떠들어댔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나는 신기했다. 어떻게 나처럼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가 그들처럼 동작이며, 목소리며, 외모까지 아름답고 우아한 사람들과 친해지게 된 걸까? 이윽고 차가 찰리의 집 드라이브 웨이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리던 나는 그때서야 차의 본네트에 붙어있는 메르세데스 엠블럼을 보았다. 차에 대해 무지한 나였지만 그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와우, 메르세데스잖아? 너희들, 굉장한 차를 모는구나!”




나의 감탄에 앨리스가 조금 곤란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이거 벨라 네 차야.”




“내 차라고? 하지만...”




“네 시보레 트럭이 고장 나서 에드워드가 이 차를 선물했는데 기억 안 나?”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값비싼 차가 내 것이라는 것도 놀라운데 에드워드가 선물한 거라니? 나와 에드워드는 무슨 관계인걸까? 설마....? 번뜩 머리를 스친 생각이 있었지만 나는 그 가정을 무시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저 ‘완벽한 남자’가 비싼 차를 선물한 정도로 나를 ‘사랑’한다는 건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였다.




“에드, 난 먼저 집에 가볼게. 네가 벨라랑 있어줘.”




내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우리는 거실에 들어와 있었고 앨리스가 에드워드에게 가겠다고 말했다.




“벌써 가는 거야?”




내 목소리에는 섭섭함이 묻어나왔다.




“모두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리고 결혼식 준비도 서둘러야하고...”




“결혼식은 취소해.”




에드워드가 말했다.




“안돼! 미래는 변하지 않았어.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될 거야.”

앨리스는 무서울 정도로 단호하게 말했다.




“벨라, 에드가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못하게 해줘. 난 먼저 갈테니 몸조심해.”




미처 잡을 새도 없이 앨리스는 가버렸다. 에드워드와 나만 남은 거실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아, 저기...가족 중에 누가 결혼해?”




나는 침묵을 깨기 위해 억지로 입을 열었다. 결혼은 내가 좋아하는 화제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응, 그럴 예정이었어.”




그는 과거형으로 대답했다.




“누가 결혼하는데?”




내 물음에 에드워드는 대답을 망설였다.




“...내가.”




“뭐?”




“내가 결혼할 거였어.”




“그...그렇구나.”




나는 충격으로 말을 더듬었다. 나와 동갑일 그가 이렇게 빨리 결혼한다는 게 충격인지 아니면 ‘그’가 결혼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충격인지 알 수 없었다.




“벨라?”




또다시 머릿속으로 영상들이 흘러갔다.




그와 나는 햇살이 내리쬐는 초원에 앉아 있었다. 우리 주위로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그의 피부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였다. 그가 나에게 말했다.




“이제 너는 나한테 가장 중요한 존재야. 영원히, 가장 중요한 존재.”




또다시 머리가 아팠다. 그는 날 사랑했다. 근데 결혼한다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보다 심장이 조각나는 듯한 고통이 날 더 괴롭혔다. 숨을 쉬기 힘들었다.




“벨라! 왜 그래? 또 머리가 아픈 거야? 진통제 가져올게.”




나는 황급히 그의 옷소매를 잡았다. 그리고 외쳤다.




“날 사랑한다고 했었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날 사랑한다고 했으면서! 그런데 누구와 결혼한다는 거야?”




눈물이 뺨을 적셨다. 휘청거리는 내 몸을 그가 단단히 감싸 안았다.




“당연히 너와 결혼하는 거지. 너만이 내 유일한 사랑이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니까.”




나와 그가 결혼을?! 하지만 안 17살 아니, 18살인데? 내가 이렇게 이른 나이에 결혼한다고? 나, 에드워드를 무척 사랑했구나.....그 때 아까 그가 앨리스에게 결혼식을 취소하라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거짓말!!”




나는 그의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힘이 부족했다.




“결혼식은 취소라며? 내가 기억을 잃어서 마음이 변한거야!!”




“그게 아니야.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아. 네가 잊어버려도 몇 번이고 다시 말해줄게. 벨라. 널 사랑해. 언제까지나, 영원히.”




에드워드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의 눈을 바라보는 동안 내 안에서 들끓던 혼란과 고통이 사그라 들었다. 또다시 머릿속에서 영상이 스쳐갔다.




에드워드의 눈동자 빛깔과 닮은 황금빛 시트가 깔려있는 침대 위에 그와 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가 목각늑대가 달려있는 내 팔찌에 크리스탈 심장을 달아주었다. 고전적인 디자인의 반지도 끼워주었다. 그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난 널 영원히 사랑할거야. 매일매일. 영원히. 나와 결혼해 주겠어?”




“벨라, 괜찮아?”




머릿속 영상이 아닌 눈앞의 그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내 왼손을 내려다  보았다. 손목에는 목각늑대와 크리스탈 심장 팬던트가 달린 팔찌가 끼워져 있었고 약지에는 반지가 영롱한 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눈치 채지 못한 게 신기할 정도였다.




“이 크리스탈 심장은 널 상징하는 거야. 정식으로 청혼하던 날 준 거였고.”




“맞아. 기억난 거야?”




“조금씩 단편적으로 기억이 나.”




“다행이네.”




에드워드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가 너무나 찬란하고 아름다워서 나는 순간적으로 현기증을 느껴 비틀거려야 했다.




“벨라!”




“괜찮아.”




“좀 눕는 게 좋겠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나를 안아 들고 내 침실로 향했다.




“괜찮아. 내 발로 걸을 수 있어.”




“내가 안 괜찮아. 오늘 계단 밑에 쓰러져 있던 널 발견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나 계단에서 넘어진 거야? 한심하네.”




“한심하지는 않지만 좀 더 조심해줘. 네가 없이는 나도 살 수 없으니까.”




“조심할게.”




에드워드는 날 침대에 내려놓고 담요를 덮어 주었다.




“쉬고 있어. 난 가서 먹을 걸 좀 챙겨올게. 오늘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배고플 거야.”




그는 우아하게 몸을 돌려 침실에서 나갔다. 나는 담요에 얼굴을 묻었다. 담요에서는 아까 그의 품에서 나던 것과 같은 달콤한 향기가 났다. 내가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그와 나는 어떻게 사랑했던 걸까? 나는 담요에 남은 그의 향기가 주는 기분 좋은 설렘 속에서 생각했다. 잠시 후 에드워드가 샌드위치와 우유가 놓인 쟁반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중환자가 아니야. 굳이 침대에서 식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내 목소리는 조금 뾰루퉁하게 들렸다. 에드워드는 비딱하게 웃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늘은 내가 덜 불안하도록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줘, 응?”




“미안해, 걱정하게 해서.”




“그래도 넌 사랑스러워. 자, 이제 좀 먹어. 또 현기증이 생길라.”




공복 때문에 현기증이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난 순순히 신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샌드위치는 맛도, 모양도 전문가가 만든 것 마냥 훌륭했다. 내가 샌드위치를 한 입씩 먹을 때마다 에드워드의 눈동자에서 뿌듯한 만족감이 춤을 추었다. 그래서 조금 많은 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샌드위치를 모두 먹어 치웠다.




“얘기 좀 해 줘. 우리가 함께 했던 일들, 내가 잃어버린 추억들을.”




에드워드는 담요를 덮고 있는 날 그대로 품에 안았다.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음악처럼 귓가에서 울렸다. 에드워드의 이야기는 매끄럽게 이어졌지만 중간 중간 망설임이 느껴졌다. 내 생각에는 좋았던 일만 이야기하려고 고르느라 그런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몇 가지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듯하다가 아스라이 사라졌다. 그의 품에 안겨 있으니 더할 나위없이 편안하고 행복했다. 기억상실에 따른 불안감은 조금도 없었다. 그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다 괜찮다고 느껴졌다.




“곧 찰리가 도착할 거야.”




“기억상실증이라고 하면 놀라시겠지? 그냥 거짓말 할까?”




“포크스에서 사는 동안 너와 찰리는 꽤 가까워졌어. 눈치 채실 확률이 높아.”




“그럼 말하는 수밖에 없네.”




하지만 정말 말하기 싫었다. 늘 상처를 달고 사는 나였지만 기억상실증은 꽤 심각한 문제이니 걱정하실 게 뻔했다. 너무 호들갑 떨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내가 대신 설명할게. 칼라일이 곧 기억이 돌아올 거라고 했으니 찰리도 크게 걱정하지 않으실 거야.”




“부탁해.”




에드워드의 다정한 미소에 나는 마음이 놓였다.




창밖에서 찰리의 자동차소리가 들려왔다. 에드워드는 내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은 채 나를 아래층으로 데려갔다. 찰리는 기억상실증이란 말에 깜짝 놀라더니 이어진 에드워드의 설명에 안정을 되찾았다. 에드워드는 의학지식도 풍부한 지 찰리에게 현재 내 상태와 회복에 걸리는 시일 등을 아주 상세히 설명했다. 에드워드의 설명이 끝나자 찰리는 나를 바라보았다.




“벨라, 제발 좀 조심하렴. 목이 부러지지 않은 걸 하느님께 감사해야겠구나.”




그 후는 평범한 일상의 저녁시간이었다. 아니, 나에게는 기억에 없는 모습이었지만 찰리와 에드워드에게는 익숙한 일상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도 생각보다 편안한 느낌이었다. 에드워드는 10시가 넘어서야 돌아갔고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방은 너무 휑한 느낌이었고 창밖의 바람소리는 너무 컸다. 한참을 뒤척이다 자정이 훨씬 지나서야 잠이 들었다.




차가운 손길이 나를 악몽 속에서 이끌어 내었다. 잠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악몽의 내용은 무의식의 공간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 여운은 여전히 내 몸을 떨리게 하고 있었다.




“벨라, 악몽을 꾼 거야?”




에드워드가 헝클어진 내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넘겨주었다. 나는 그때서야 에드워드의 존재를 인식했다. 왜 그가 지금 내 방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숨을 쉬기 위해 공기를 필요로 하듯이 그가 필요했다.




“오, 에드워드!”




나는 그의 품에 파고들어 그의 체취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의 손이 내 등 위에서 부드럽게 오르내렸다. 그의 존재는 엉망이 된 내 정신을 빠르게 안정시켰다. 나는 여전히 에드워드의 품에 고개를 묻은 채 물었다.




“에드워드, 언제 내 방에 들어온 거야?”




“네가 잠든 다음....넌 오늘따라 쉽게 잠들지 못했어. 혹시 머리가 아팠던 거야?”




에드워드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아니, 그냥 잠이 잘 오지 않았을 뿐이야. 그런데 어떻게 들어온 거야? 혹시 내가 기억을 잃기 전에도 내가 잘 때 내 방에 왔었어?”




에드워드는 잠시 말이 없었다. 나는 조용히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창문으로 들어왔어. 거의 매일 난 밤마다 널 찾아왔고 넌 아침까지 내 품안에서 잠들었었지.”




“그랬구나.”




나는 그렇게만 말했다. 이상하게도 그의 말에 전혀 의문이 생기지 않았다. 2층인 내 방 창문으로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는지, 어째서 내 방에서 밤을 보내는지 물어야 함에도 모든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런 내 태도가 이상했는지 에드워드가 물었다.




“그게 다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차가운 내 체온, 밤마다 널 찾아오는 일, 식사를 하지 않는 점, 모두 평범한 인간과 다르잖아. 호기심 많은 네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들이 아닐 텐데 왜 묻지 않는 거야?”




에드워드의 목소리는 조금 초초하게 들렸다. 나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방안에 빛이라고는 야광시계 조명뿐이었지만 그의 표정을 읽기에는 충분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의문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모든 것이 아주 당연하게 느껴져. 기억나는 건 없지만 그 어떤 것도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을 막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어째서...!”




에드워드는 괴로워보였다.




“어째서 또 그렇게 무모하게 구는 거야!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내가 너에게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모르면서 어째서 내 이기심을 다시 용서해 주는 거야!!”




나는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날 만난 후 얼마나 많은 목숨의 위험을 겪었는지 알아? 네가 날 선택한 대가로 잃어야 하는 것이 뭔지는 기억해? 모든 것을 잊은 지금 넌 날 피해 도망가야 해. 그게 옳아!”




그도 나도 침묵했다.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지금 내가 널 사랑한다는 사실이 널 불행하게 하니?”




“아니, 널 위해 내가 떠나야 했음에도 난 그러지 못했어. 난 이기적인 놈이니까. 너의 사랑은 그런 내 이기심에 대한 좋은 핑계지. 예전에도, 지금도.”




“그럼, 예전의 내가 너에게 너 때문에 힘들다고 원망하는 말을 한 적 있어?”




“아니, 넌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을 가질 만큼 나쁘지 않아.”




“너와 함께할 때 난 늘 행복해했어?”




“응, 넌 언제나 나에게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여줬어. 미소 짓는 널 볼 때마다 신이 내 존재를 용서해 주는 것 같았지.”




순순히 대답하면서도 에드워드의 얼굴에는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기억의 잃기 전의 나도, 지금의 나도 널 사랑함에 행복해 했고, 행복해 하고 있어. 그러니까 그런 슬픈 소리는 하지 마. 난 나로 인해 네가 고통과 죄책감을 느끼는 거 싫어. 내가 너로 인해 행복한 것처럼 너도 나로 인해 기쁨과 행복을 느끼길 바라.”




내 말이 끝나자 에드워드는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넌 언제나 나에게 기쁨이고 행복이야. 널 사랑하기에 난 천국의 달콤함을 알게 되었어.”




우리는 한참동안 서로를 마주 안고 있었다.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마음이 편안해지자 육체의 피로는 나를 잠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번에는 악몽 따위는 없었다.




개운한 기분으로 잠에서 깬 나는 에드워드부터 찾았다. 에드워드는 침대 쪽으로 몸을 향한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에드워드!”




“잘 잤어? My sweetheart."




나는 그의 품에 답삭 안겨들었다. 그가 내 이마에 입을 맞추어주었다. 어제와 달리 그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계속 그의 품에 있고 싶었지만 우선 씻어야 했다.




“얼른 씻고 올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나는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실수를 했다. 물기가 남은 타일을 밟고 미끄러진 것이다. 뭔가에 머리를 부딪쳤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내가 생각한 것은 걱정에 잠긴 에드워드였다.

‘에드워드, 미안.’




“벨라, 벨라, 정신 좀 차려봐.”




에드워드의 다급한 목소리와 차가운 손길이 내 정신을 일깨웠다.




“에드워드, 난 괜찮아.”




정신없는 와중이었지만 우선 에드워드를 안심시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와 에드워드는 욕실에 있었고 에드워드가 욕실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날 끌어안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 어제는 계단 밑에 쓰러져 있더니 이번에는 욕실이야?”




“미안, 그런데 내가 언제 욕실에 들어왔지? 난 네가 집에 다녀온다고 해서 아침을 먹으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던 참이었는데....”




에드워드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벨라, 그건 어제 일이야. 너 기억이 돌아온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이번에는 내가 놀라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너 어제 계단에서 넘어져서 기억상실증에 걸렸었어. 기억 안나?”




“기억상실증?”




“포크스에서의 기억을 모두 잃었었는데...지금은 어디까지 기억하는 거야? 제이콥은 기억나? 나나 내 가족들은? 안젤라나 제시카도 기억나?”




“다, 다 기억나. 네 청혼도, 빅토리아의 죽음도, 제이콥이 떠난 것도 모두. 그런데 내가 그걸 전부 잊었었다고?”




나는 놀람과 당황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어떻게 그 모든 일들을 잊을 수가 있었을까? 내 삶에서 가장 격정적인 순간들을. 놀람을 넘어 무섭기까지 했다. 내가 어떻게 에드워드를 잊을 수 있지? 에드워드가 얼마나 놀라고 괴로웠을까!




“에드워드, 내가 뭔가 상처가 될 만한 말은 하지 않았어? 미안해. 너만은 기억했어야 했는데....”




나의 다급한 물음에 에드워드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넌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날 행복하게 해줬어. 넌 언제나 나에게 기쁨이자 행복이야.”




“너도 그래. 나 역시 네가 있어서 기쁘고 행복해.”




나는 그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 중요한 것은 우리 두 사람이 함께라는 것이었다. 영원히 함께.




그렇게 내 기억에서 꼬박 하루가 사라졌다. 에드워드에게 물어보아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은 평소 그대로의 나였다고만 할 뿐 그날 일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일이 에드워드에게 나쁜 기억으로 남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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