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여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햇살 좋은 어느 날 놀이공원에 놀러 나온 기분. <종이여자>로의 첫 번째 여행은 책 표지에서 시작된다. 
 

  시원하고 매력적인 바다 빛의 색깔과 ‘종이여자’로 보이는 오렌지색 드레스의 소녀. 그 첫 느낌부터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놀이공원에서도 놀이기구 하나하나가 전혀 색다른 것처럼, 주인공들에 그치지 않는 다양한 등장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끝없이 펼쳐진다. 또한 주인공 ‘톰’이 작가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가 집필하는 소설과 인물들이 주된 소재가 된다는 점에서 ‘톰’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하나하나가 작가의 진심과 그의 경험으로 느껴진다. 
 

  작가 자신인지,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그럴듯한’ 상황들은 더욱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 않게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음식과 풍경을 누릴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작가가 대한민국을 소재로 다루는 부분에서는 그 섬세하고 정확한 묘사들에 깜짝 놀랄 수밖에… ! (심지어는 번역가가 한국판으로 옮길 때 삽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매 장마다 제목 밑에 나오는 주옥같은 명언들은 절묘하게 스토리와 연결되는 짜릿함을 줄 뿐 아니라 때로는 가슴에 절실히 와닿기도 한다.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현실성’인 것이다. 책의 중후반에서는 긴장감에서 시작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연’이 슬슬 지겨워지는 느낌이 있지만 결말까지 가보면, 끝이 보인다는 생각에 느꼈던 지루함이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가지게 된다. 초반에 멕시코의 한 휴게소 식당에서 만든 ‘톰’과 ‘빌리’의 계약서가 말미에 재등장할 때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오느라 까맣게 잊고 있던 두사람의 약속이 깔끔하게 지켜졌음을 알려주니 왠지 독자와의 약속을 지킨 기분이다. 어딘가 강렬함은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기욤뮈소의 <종이여자>, 기분 좋게 권하고 싶은 재미있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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