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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된 소년 ㅣ 단비청소년 문학
김근혜 지음 / 단비청소년 / 2021년 6월
평점 :
#유령이된소년 #김근혜 #단비청소년
목차가 없이 이야기가 바로 전개된다. 학교폭력위원회 2번째. 경준이가 먼저 단우를 괴롭혔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로, 주인공 단우는 가해자로 나온다. 억울한 마음과 함께 더 엇나가는 행동을 보이지 않을까. 단우의 방황의 시간에 그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해 준 담임 선생님도 어릴적 같은 방황의 시기가 있었기에 단우의 방황을 이해해준다.
단우의 방황은 산을 사랑하고 산에서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과 자신이 끝까지 잡지 못했다는 마음때문이었을까.
가족의 만류에도 산을 포기하지 못하고, 결국 아빠는 단우의 간절함을 뒤로 하고, 끝내 실종되고 말았다. 그리고 아빠의 죽음을 받아드리지 못하고, 단우처럼 한없이 흔들리고 있는 엄마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너무 힘이 들었다.
아빠가 산에 바친 열정으로 엄마와 나를 돌봤다면 어땠을까? 다른 가족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p.151
어느날 학탈을 하며 곤지산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 홍을 만난다. 해골이 따로 없는 모습을 하고, 자신에 대한 기억을 다 잃어버린 소년. 단우는 그 소년의 기억을 찾기 위해 날마다 곤지산을 찾아간다. 홍이 병인박해 때 순교했다는 것과 그것도 배교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는데 순교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죽음을 맞이했는데도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 곤지산에 머물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된다.
유령이 된 소년은 자신이 배교를 결심하고도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가족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신자를 밀고한 자신의 죄를 받기 위함이라는 걸. 단우는 소년의 등을 쓸어주며 진심으로 위로한다.
"넌 이미 그들에게 잘못을 빌기 위해 노력했어. 네 죽음이 그걸 증명한 거야." p.177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나를 잃지 않고 사는 것이다." p.186
단우는 소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산을 포기하지 못했던 아빠의 마음을 서서히 이해하고, 그토록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단우가 유령이 된 소년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듯, 단우의 등을 어루만져 준 이들이 있었다. 끝까지 단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담임 선생님, 무심한 듯하면서도 애정으로 단우 주위에 머물러 준 승환 아저씨와 친구 보늬와 승규, 그리고 엄마.
누구나 방황의 시간이 있듯이 옆에 아무도 없는 것 같겠지만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보낼수 있겠죠. 단우가 소년의 등을 어루만져주었듯이 지금 내 아이의 등을 가만히 어루만져 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