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 이정록 청춘 시집
이정록 지음, 최보윤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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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표지의 코믹한 일러스트가 눈을 사로잡았다. “이건 뭐지?”라는 생각으로 페이지를 넘길수록 개성 넘치는 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시집을 읽은 지 너무 오래돼 그런가, 청춘을 한참 지나온 나는 이해하기 버거운 시들도 제법 눈에 띈다. 나 역시 생활에 부대끼며 열심히 지나온 길인데, 아이들의 대화에서 느꼈던 그런 소외감을 이 책을 읽으며 맛보고 있다. 아이들을 꽤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아이들의 눈에 나는 그저 머나먼 세상의 어른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내가 그 시절에 보았던 어른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시를 통해 잔잔한 위로와 통쾌한 위트를 날리며 누구보다 지금의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인다.

 

별명의 탄생부터 보여준 위트는 아이들의 세상을 그대로 보고 있는 듯 순수하면서도 부당한 현실을 시로 마음껏 녹여내고 있다.

 

공부 중에서 역시 꿈까지 꾸며 졸고 있는데 공부 중이라며 깨우지 말라 어깃장도 부릴 줄 아는 어줍잖은 패기까지, 시 하나하나가 가슴에 콕콕 박히는 듯하다.

 

네 시간처럼 그렇게 나만을 위한 시간을 준비해 둘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참 쉬울 듯싶지만 역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발을 동동 구르며 투정하기 바쁜 우리에게 자신한테 주는 선물이라 일깨워 준다. 이 책을 읽는 지금부터라도 습관처럼 준비해 놓는다면 머지않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거라 희망해 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아주 다정한 충고 아닌가...

 

아이들도 유치한 듯 유치하지 않은 감성으로 쓰인 이 작품을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아주 오랜만에 읽어 본 괜찮은 시집이다.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어른들이 함께 읽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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