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작가의 SF
소설집이다.
어떻게 보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는 공상과학소설,
그러나
현재 과학 기술의 발전은 그런 유치한 상상으로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는
지구보다 문명과 과학이 훨씬 더 발달한 외계의 생명체가 이미 우리 일상 속에 함께 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뛰어난
외계 문명의 일처리라하기엔 어딘지 엉성하고 부족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가.......
트룹행성에서 지구를 관광특구로 개발하기 위해 공무원을
파견하였는데,
우연히
대한민국 중딩에 대한 아줌마들의 수다를 듣고는 지구의 비밀병기로 오인하여 대한민국 중딩에 관한 보고서를 보낸다.
그런데 파견된 트룹인은 어떤 노인을 중딩으로 착각해 납치하는 헤프닝을 벌이고 이를
목격한 진짜 중딩 우기영은 이를 제지하려다가 함께 트룹인의 우주선에 타게 된다.
기영은
자신이 진짜 대한민국 중딩이라 밝히며 노인 대신 자신이 트룹행성으로 함께 가겠다고 우긴다.
트룹인은 처음 받은 엉성한 보고서를 수정하고 기영과 노인을 일상으로
돌려보낸다.
그
날의 납치에 관한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기록이 남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도 어디에선가 불가사의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을까?
“최후의
임설미”를
살펴보면,
더
황당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중고등학생들이
즐겨 신는 삼색 슬리퍼가 바로 인류멸망의 투표권이라는 설정!
일찍 눈이 떠진 어느 날,
차해린은
사복차림으로 등교하기 위해 학생부장이 없는 이른 시간을 택해 학교로 간다.
그런데
쓰러진 학생부장과 마주하게 되고 ‘1-9
임설미를
지켜달라’는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학생부장은 병원으로 실려 간다.
학생부장은 차해린에게 오시택이 츠바인 행성의 첩자이며,
자신은
지구방위사령부에서 파견 나온 특수요원이고,
임세미는
인류 멸종을 결정하는 최후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더
황당한 이야기는 학생들이 신는 삼색 슬리퍼가 바로 투표에 찬성하는 의미라는 사실까지.......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이 하얀 실내화가 아닌 삼색 슬리퍼를 신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그 삼색 슬리퍼를 사준 기억이 있다.
물론
슬리퍼를 신고 다니면 위험하지만,
하루 종일
바람이 통하지 않는 꽉 막힌 실내화보다는 발이 편할 것 같아서인데,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설정이다.
학생들
역시 자신이 신고 있는 슬리퍼에 대하여 한 번 더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너만
모르는 엔딩”은
물파스
냄새에 반해 지구에 정착한 점술가 홉 씨로부터 미래를 설계하는 호재의 이야기다.
미래의
아내 상에서 가능성 0%로
만들었던 민아가 갑자기 마음속에 들어오면서 다시 미래를 바꾸고자 하는 호재,
하지만
그건 홉 씨의 인생이 바뀌어야하는 조건도 같이 한다.
시간여행을
하면 홉 씨는 다시는 고향 행성으로 돌라갈 수 없으며 호재의 미래 역시 어찌 변할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호재는 과거로 돌아가 민아의 진심을
보았고 현재 또한 바뀌었음을 알게 된다.
홉
씨는 자신이 그토록 만나고자 하는 이에게 가는 시간 여행을 할 것이라며 호재를 위로하고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미래를 설계하여 원하는 대로만 사는 인생과 스스로 개척하여 더 나은 삶으로 변화시키며 사는 인생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 지는 바로 우리 자신의
몫이다.
자신의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과 선택보다는 누군가 정해준 대로 살아간다면 우리들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한번쯤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날의
인간 병기”는
용돈이 궁해 신개념 의복 체험자를 구한다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일어난 사건으로 전개된다.
사이버웨어
개발업체인 크롬소프트를 찾아간 경수는 신형 방호복을 착용해야 하는데 담당 연구원이 한눈파는 사이 T-998이라는
전투복을 잘못 입게 된다.
T-998은
특수부대원을 위한 것이라 24시간
동안 맘대로 벗을 수도 없다.
T-998을
입은 경수는 평소 자신과 친구 훤이를 괴롭히던 희대 일당을 혼내주고 크롬소프트에 훤이와 함께 감금된다.
24시간
후 T-998을
벗은 경수 옆에 다시 T-998이
서 있다.
친구
훤이가 T-998을
가로채 입고는 크롬소프트를 탈출하여 하늘을 날아다닌다.
이렇게
최신 병기 등을 개발하는 업체의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게임이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같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을 돌아보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알파에게
가는 길”은
“안녕,
베타”의
후속편이라고 해야 하나.......
대체인간 미카는 인간의 발길이 끊겨 대체인간들이 모여 산다는 늪지로 탈출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미카에게 가끔씩 찾아오는 통증과 함께 이상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자신을
베타라 부르는 소녀 진아에 대한 기억인데 이건 미카의 기억이 아니다.
미카는 대체인간 개조 엔지니어인 악차이 영감으로부터 생존을 위해 본래 기억을 지우고
인공 기억을 넣은 것이 바로 미카 자신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미카는
자신에 대해 설명해 줄 진아를 찾아가지만 도망친 대체인간을 잡으려는 사냥꾼들에게 잡힐 위기에 처한다.
그때
다시 찾아온 기억,
“~ 꼭
살아남아서 나 보러 와야 돼.
안녕,
베타.”
미카는
늪지 대신 6년
전의 약속을 지키고자 진아를 찾아간다.
오랜만이야,
나의
알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대체인간 미카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학의 발전과 함께 찾아 올
인간과의 문제 역시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어야 할 지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