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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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 중에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작품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에 대한 묘사가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표지에 있는 파도는 그 그림을 닮았다.

하얀 모래사장 같기도 한 베이지색 배경에 밀려오는지 밀려가는지 방향을

알 수 없는 파도가 묘사되어 있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오고 밀려간다.

지구가 생기고 온통 바다였던 시절부터 파도는 존재했을 테고

살아있는 동안 다가왔다가 사라지는 내일이라는 파도를 떠올렸다.

나이가 많건 적건 언제나 내일은 미지의 시간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다가오는 내일을

기대와 설렘으로 맞이할 수도 죽음을 향해 다가갈 수밖에 없는

허무와 절망으로 맞이할 수도 있다.

작가는 등장인물 중 마커스의 입을 통하여 연극 멕베스 대사를 인용했다.

처음 제목을 접하고 주인공들의 나이가 모두 20대 청춘들이었기 때문에

내일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의미할 것으로 지레짐작했던 나는

책을 읽으며 혼란스러웠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책을 완독하고 내가 내린 결론은 둘 다이다.

관점의 차이일 뿐 어느 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

현실 세상이 힘들 때 게임 속 세상에서 위로받고 다시 힘을 얻어

현실을 살아가는 것처럼 두 세상을 오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반드시 한쪽이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내일이 오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과 다른 내일을 살아갈 수 도 있다.

내 세상이니까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이 책 제목 참 심오하고 좋다!

어떤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버리기도 하고

어떤 책은 너무 재미있지만 오래 두며 아껴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랜만에 그런 책을 만나서 읽는 동안 많은 생각과 재미의 순간들을 만났다.

개브리얼 제빈의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현실 세계와 게임 속 세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고 흥미로웠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게임이 뭐겠어?" 마크스가 말했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잖아.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개념.
그 어떤 죽음도 영원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까."
- P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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