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코르뷔지에
도서 출판 아르테에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로 출간된 책이다. 평소 아르테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즐겨 읽는 편인데, 대충 구색을 맞추기 위한 기행문이 아니라 정말 해당 인물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가득 담은 분들이 써내려가는 이야기여서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나 역시도 작가들이 좋아지는 경험을 한 적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을 읽었는데 찐 덕후인 신승철 작가가 써내려간 책 답게 곳곳에 그에 대한 찬사와 경외감을 엿볼 수 있었다. 르코르뷔지에가 평생동안 누비었을 장소들을 따라가며 그의 흔적을 찾고 쫓는 여행길에 관한 책이다. 그의 시선으로 마주했을 지중해와 가까운 유럽의 나라들을 오늘 날 책을 통해 만나는 기분은 정말이지 색다르다. 글을 읽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연속적인 영상물이나 시각적인 이미지들을 마주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르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은 살면서 많은 순간 순간에 마주해왔다. 때로는 미술 교과서에서 때로는 교양 수업에서 그의 작품들을 접했지만 정작 인간 르코르뷔지에에 대해 접근한 적은 없었다. 그의 건축은 정말 단편적이고 일부분이었으며 그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책이다.
그는 특히 자기 자신을 지중해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지중해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고 한다. 실제로 노년이 된 그가 생애 마지막 시간을 보낸 곳도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프랑스 남동부의 작은 해안가에 위치한 마을이다. 지중해 바다 속에서 수영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데 결국 자기가 사랑한 지중해 품속에서 눈을 감은거나 마찬가지이다.
르코르뷔지에는 동시대에 활발하게 활동하던 스타 건축가들이 고급스럽고 휘황찬란한 상류층들의 고급 주택을 설계할 때, 노동자들 또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건축을 했단다. 건축이 곧 주거 공간이며 공간이 곧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데 이 문장만 봐도 그가 얼마나 영민하고 노련한 건축가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책의 주된 구성은 르코르뷔지에의 유년 시절부터 시작하여 막 건축에 입문했을 당시, 그리고 젊은 시절의 그가 보고 듣고 느낀 장소들을 필자가 따라가는 방식이었는데 각 도시를 여행할 때마다 르코르뷔지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제시하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한마디로 모든 그의 덕후들에게 하나의 방향점을 제시하는 책이라고나 할까? 여러가지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르코르뷔지에의 덕질용으로도 활용하기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