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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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이랑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된 건 2016년 무렵이다. 친구가 너 이런 가수 아냐고 욘욘슨이라는 노래를 추천해주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요즘에도 이런 포크송을 만드는 사람이 있구나 놀랐던 기억이 반, 가사가 너무 재치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반. 여하튼 처음 이랑의 노래를 접하게 된 계기는 이러했다.


그로부터 2년쯤 지났을까? 다른 친구로부터 또 이랑이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다. 자기가 어느 북토크에 갔는데 이랑이라는 작가를 만나고 왔단다. 혹시 내가 아는 그 이랑인가 싶어서 찾아보니 역시 동일인물이었다. 그렇게 나는 두 명의 친구로부터 두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알게 되었다.

음악가와 작가. 두 개의 직업은 긴밀하고 상호 연관성이 느껴지지만 두 분야에서 모두 이름을 알리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가수 이랑의 노래는 4년 넘게 듣고 있으니 이번에는 작가 이랑에 관하여 알고 싶어서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를 읽게 되었다.


TV와 라디오, 잡지, 저자와의 만남 등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사람들을 마주하는 직업의 특성 상 한 달에 이틀 남짓 쉬면서 열심히 노동해서 벌어들은 수입이 42만원인 적도 있었다는 이랑씨. 한달 월세가 50만원이니 월세를 내기에도 모자란 돈을 벌게 된 것이다. 프리랜서의 프리가 우리가 아는 사전적 의미의 free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어느 날은 자신의 음악으로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노래상을 수상했지만 생계 유지를 이유로 무대 위에서 트로피를 경매에 부치는 퍼포먼스를 하여 화제가 되었던 적도 있다.


처음에는 얼마나 벌이가 빠듯했길래 그럴까 싶었는데 직접 통장에 찍힌 수입까지 듣고 나니 저절로 납득이 갈 수밖에 없더라. 누구보다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몰두하고 있는데 어쩨서 그에 맞는 대가를 받지 못하는 걸까 일차원적인 궁금증이 일어났다. 그리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촬영비나 면담비 또는 행사비를 쉽게 터놓고 말하지 않는 문화예술계의 오래된 악습관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잡지 화보 촬영을 하면 연기자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니 촬영료는 지불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믿을수가 없어서 주변에 있는 비슷한 직업의 종사자들에게 물어보니 본인들도 다들 무급으로 촬영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누군가는 예술에 너무 돈돈거리지 않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삶을 유지하고 지속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도 돈이다. 에술이 존재하기 이전에 삶이 먼저 존재하는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고 기본적인 권리와 노동의 대가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행이 하루빨리 반전되었으면 좋겠다.


읽다보니 너무 무거운 주제에 포커스가 맟춰진 것 같지만 나도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어서 인상깊에 읽었다. 물론 이러한 주제 말고도 인간 이랑과 가수 이랑, 작가 이랑에 관한 진솔하고도 유인력있는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자기 자신을 재료로 삼아 영감을 얻는다는 이랑. 노래 가사 속 이야기, 여성으로 태어난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진행형 이야기까지. 다양하고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이 즐비해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예술인 이랑을 가장 가깝고도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그런 에세이이다. 이랑 작가가 직접 그린 귀여운 삽화도 책의 중간 중간에 들어가 있어서 더 좋았다. 열 마디 말보다 그림 하나가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한 것처럼, 이 책 한권 속에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창비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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