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 - DNA 속에 남겨진 인류의 이주, 질병 그리고 치열한 전투의 역사
요하네스 크라우제.토마스 트라페 지음, 강영옥 옮김 / 책밥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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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

-DNA속에 남겨진 인류의 이주, 질병 그리고 전투의 역사




고고유전학이라는 분야는 다소 생경하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나부터도 수천만년 전의 인류부터 몇 만년전의 인류까지 모두 알기까지는 방대한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지금을 살고 있는 나와 큰 관련이 없는 분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을 읽으면서 이런 고정관념들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책 한권으로 인류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고, 특히 유행병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현재 전 세계의 코로나19 발생과 오버랩되면서 더 많은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이자 고대 DNA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요한스 크라우제가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앵두 씨 크기쯤 되는 아주 작은 뼈 하나를 의뢰 받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네안데스탈인 여성이었으며 그의 염색체를 분석한 결과 호모 사티엔스의 유전자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고. 


원시 인류로만 알려졌던 네안데스탈인이 이렇게 놀라운 유전적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니 실로 대단한 발견인 셈이다. 약 3만여년 전에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지금도 현생인류의 몸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말이니 말이다.


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에서는 책의 초반부에 다소 생소한 고고유전학에 관한 기초 지식을 다룬 후, 본론으로 들어가서 현생 인류와 관련된 다양한 원시 인류 그리고 그들의 이주와 인종에 얽힌 비밀, 초기 유럽인들과 네안데르탈인의 유사성까지 낱낱히 파헤치고 있다. 


역시나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8장과 9장에 적힌 페스트와 유행병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오늘날과 같이 항생제가 보급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페스트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예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지금도 매년 전 세계에서 페스트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최근 활발하게 개발되고 보편화 되고 있는 탄소 연대 특정법 등의 첨단 기술을 통한 유전자 분석 결과 덕분에 현재 우리는 페스트가 언제 처음으로 유럽에 전파되었는지도 파악이 가능해졌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유행했으며 석기시대에 처음으로 유행한 페스트는 유목민들의 대이동으로 전세계로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한다. 


만약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전염병에 감염된 오늘 날의 현생 인류 역시 방사선 탄소 연대 측정법을 통해 나이며, 인종이며, 출신이며, 신체적 특징 등을 전부 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매우 신기하고 흥미롭다. 이 모든 것들이 곧 우리의 뿌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테니까. 인류의 탄생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 고고학과 인류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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