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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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황석영 장편소설


한반도 100년의 역사를 꿰뚫는 방대하고 강렬한 서사의 힘

지금의 우리는, 끊임없이 싸워온 우리들의 결과다

어쨌든 세상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져간다

얼마 전 출간된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

구상부터 집필과 완성을 하기까지 총 삼십 년이 걸렸단다.

개인의 삶에 이렇게 오래도록 머무르는 소설이라니 읽기 전부터 기대됐다.

창비 블로그에서 '철도원 삼대'의 사전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지원했다.


이전에도 강남몽을 통해 사회적인 사건들을 다루고 그 시기를 살던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무게

더불어 도래하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소설 속에 무겁게 녹아낸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작가이다.

새로운 책 '철도원 삼대'는 그보다 이전 시대 인물들부터 현재를 살고 있는 인물들까지 몇십 년에 걸친

이야기들을 교차하여 등장시킴으로써 보다 더 다양하고 폭넓은 사건들을 다루고 있었다.

철도원 삼대의 시작은 이러하다.

공장 노동자로 25년간 근속하던 주인공 이진오는 갑자기 돌연 해고를 당하고

한밤중에 공장의 발전소 건물 끝에 자리잡은 굴뚝 위로 올라가서 시위를 벌인다.

위험천만하고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참담한 그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 이 땅이 바로 우리의 현장이요, 현실이다.

우리는 우리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내가 읽은 가제본은 본책의 절반이 채 안 되는 분량의 요약본인데

이 짧을 글에서도 느껴지는 작가의 짜임새있고 노련한 이야기 전환이 돋보였다.

삼대를 어우르는 소설인 만큼 등장 인물을 파악하는게 중요한 듯 싶다.

그래야 이야기를 보다 속도감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

어쩌다 이런 상황에 몰렸을까 물음표를 띄우기도 잠시

곧이어 전개되는 여러 개의 일화들로 인해 지루함 없이 끝까지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철도원 삼대의 작가의 말에서 읽은 문장이 인상깊다.

한국 소설에는 근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한 소설이 드물다고.

누군가의 청춘, 땀, 뼈, 시간등을 밟고 지금이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 이상 사람을 갈아 완성하고 이룩하는 일이 줄어들기를 오늘도 깊이 바란다.


바야흐로 남과 북을 잇는 철도를 꿈꾸는 이 시대에

강렬한 서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린 작가 필생의 역작이기도 하다.

세월을 거듭할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황석영만의 독보적인 입담과

그가 그려내는 생생한 인물들은 우리 문학사의 자랑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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