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감상문 - 먹고 마시며 행복했던 기록
이미나 지음, 이미란 그림 / 이지앤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먹고 마시며 행복했던 기록
<식후 감상문>


이미나, 이미란 자매가 쓰고 그렸다.
식후 감상문에서는 두 자매의 진가가 백분 드러난다. 
가족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식탁의 모습과 정서가 
이 책에도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식후 감상문의 차례.
혼자 쌀밥에 스팸을 올려 먹는 혼밥부터 시작하여
고소한 냄새로 아침잠을 깨우는 엄마표 집김밥,
보기만 해도 입에서 사르르르 녹을 것만 같은 초밥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들, 간식들, 음료들이 담겨 있었다. 




하나같이 귀하게 느껴졌다. 
작가가 정말 음식을 사랑하는 모습 역시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재미있었던 점은, 음식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책 시작 전 프롤로그 역할을 하는 '식전 글'에 담아내었다는 점이다. 
나의 어린 시절 기억도 덩달아서 떠오르고
솔직하고 소탈한 작가의 말에 웃음짓게 저절로 웃음짓게 된다.

이렇게 일러스트가 다수 수록된 책은 오랜만이다.
이런 책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그림과 함께 글을 접하면 유독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나중에 따라 그리고 싶은 그림들은 다시 꺼내어 펼쳐 보게 된다.
또,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자매 사이라는 점도 재미있었다.
음식은 가족끼리 먹게 된다. 서로의 식성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같은 집에서 같은 음식들을 먹고 자란 배경을 공유하는 것이
이번 책에서 유독 글과 그림의 궁합이 찰떡처럼 맞게 만들어 준 듯 하다.







글쓴이의 소중한 추억과
그 때 맛 본 음식의 맛이나 냄새 묘사까지.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한동안 시골 밥상이 그리워졌던 것처럼
식후감상문에 나오는 모든 음식들이 고파진다. 




흰죽 역시 그런 음식들 중에 하나였다.
재료는 간단하지만 정성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음식.
고소한 참기름을 쪼로록 두른 흰 죽이 정말이지 먹고 싶어졌다. 





경양식 돈까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음식들이 하나같이 먹고 싶어진다.
글도 군침돌게 하는데, 거기에 이런 고퀄리티 그림까지 더해지면 
정말 당장이라도 나가서 돈까스를 찾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자꾸 눈길이 가는 그림들이다.
사진보다 더 맛있어 보일 때도 있다.





야채 튀김.

이 페이지 역시 추운 날 길거리 분식집에서 갓 튀겨진 야채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고 싶에 만드는 마성의 페이지였다.
이건 삽화를 함께 나누고 싶어 한 번 찍어 보았다. 






그림과 글이 만나서 내는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 
노릇 노릇 구워진 마들렌 그림 아래에는
"우리 삶은 매일 한 조각 부족하다가도 딱 그만큼이면 충분해진다"
라는 문장 하나가 따스하게 마음속에 들어오는 오후이다. 

단지 음식들을 단순 나열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음식들을 매개체 삼아서 여러가지 추억과 향수와
삶을 녹여낸 따뜻하고 의미있는 책이었다. 







 이 페이지는 유독 인상 깊은 문장이 있어서 소개하고 싶다. 


" '요리는 사라지는 작품이다.' 제 요리 철학입니다. 
음식은 입으로 먹기 전에 눈으로 감상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어요.
'보기 좋게'를 넘어 그릇 위에 작품을 그린다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부엌을 엽니다. 
재료 준비와 조리 과정, 접시를 고르고 그 위에 음식을 담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예술'인 거죠. 전시관에 따라 작품에 대한 감상과 수준이 달라지듯이
어디에 담느냐, 어떻게 놓느냐가 음식 맛을 좌우하지요. 
원재료와 색깔, 모양, 온도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그릇을 고르고,
그 위에 섬세하게 음식을 담아내는 이유입니다. "

-식탁 예술가 유홍숙 / 식후 감상문 63쪽


--------------


오랜만에 마음이 따스해지는 책을 만났다. 
음식을 보면 지난 추억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식후감상문은 정말이지 가족과의 추억과 음식에 대한 추억이 공존하는 그런 책이다.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식구'의 의미 답게 
밥과 맛을 공유한 두 자매가 만들어내는 케미가 상당하다. 
한 번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식후 감상문은 
그야말로 마음을 채워주는 마음의 음식, 양식인 도서 그 자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