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지음, 안진옥 옮기고 엮음 / 비엠케이(BMK)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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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육체적 고통을 예술과 승화사킨 프리다 칼로, 그녀의 일기장을 책으로 만나다!

나의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결코 돌아오기 않기를



나는 결코 꿈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나의 현실을 그릴 뿐

 

'프리다 칼로'라는 이름을 볼 때마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교통사고로 병상에 누워 있는 프리다 칼로. 진한 눈썹에 무표정인 프리다 칼로.

그녀의 삶은 몇 개의 조약한 단어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처음으로 그녀의 인생을 접하게 되었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는 내가 겪어보지 못 한 프리다의 아픔을 타자화 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오늘날 새롭게 느끼게 된 사실은 간접적으로만 접해본 우리가

함부로 프리다의 인생을 동정하거나 불행하다고 여길 수 없으며

또, 그러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죽음이 나를 이기지 못하도록, 나는 죽음을 놀리고 비웃는다. 


현실에 굴복하지 않은 화가.

불운에 함부로 순응하지 않은 화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사랑했던 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치열했던 화가.

이런 몇 가지 문장으로는 차마 다 설명할 수 없는 화가.


바로 이것이 프리다 칼로의 일기장을 보고 난 뒤 내가 느낀 감정들이다.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의 목차.


서문과 일기, 연보 순서대로 수록되어 있다.

당연하게도 일기의 비중이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기 속에 그녀의 삶이 통째로 녹아 들어있는 기분이 들었다. 



본 일기를 읽기 전에 서문을 꼭 읽는 것을 추천한다.

스페인, 라틴 미술 전문 기획자 안진옥씨가 쓴 글이었는데

이 분은 그동안 많은 라틴계, 남미 분야의 전시회를 담당해왔으며

2016년도 프리다 칼로전을 기획한 분이라고 한다. 

덕분에 프리다의 삶과 책에 수록된 일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또, 마지막 부분에 수록되어 있는 연보는 미리 봐도 좋을 듯 하다.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정리해놓은 부분이다. 







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글이고, 자신만을 위한 글이다. 그리고 그만큼 쓴 사람의 내밀한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글이다. (8P)


 이 일기는 오늘날 그녀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료이다. 여기에는 그녀의 근심과 고독, 정치적 신념, 작가로서의 자세는 물론, 디에고에 대한 사랑, 죽음에 관한 생각 등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9P)


프리다에게 있어 일기는 단순한 일상의 기록이 아니었다. 하나의 카타르시스이며 정신적 치료의 수단이었다. 그녀는 일기를 통해 부서진 척추, 그리고 그녀를 너무나도 괴롭게 한 세 번의 유산 등을 곱씹었고, 그것을 극복하려 했다. 이를 반영하듯, 일기에 실린 글과 그림 대부분의 테마는 성, 임신, 탄생, 신체적 고통이다. (9P)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서문에서 마주한 문장들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전적인 내용이지만 그녀 자신에게는 생존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는 이 일기장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커다란 희망과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프라다가 살아 있었다면, 누구에게도 공개하거나 허락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해지기도 한다. 




 

게다가 무척이나 친절한 해설이 눈에 띈다. 


프리다 칼로의 일기는 시적이며 굉장히 철학적이라는 말이

대번 이해가 가는 페이지가 많았는데

그녀가 밑줄을 그은 단어에는 해석에도 밑줄을 그어놓고,

그녀가 어떤 색깔의 잉크로 썼는지에 따라서 

해석 역시 같은 색으로 쓰여 있었다.

덕분에 이 페이지에서 중요한 단어, 강조하는 단어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고통, 기쁨, 죽음은 존재를 위한 과정일 뿐. 


멕시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일기장 답게

일기장 곳곳에 그녀의 그림들도 수록되어 있었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그림 잉크가 뒷장에 번지면

그 번진 부분을 살려서 새로운 그림을 그려넣었다는 점이다. 

그녀의 예술성과 재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어서 재미있었다. 



일생 동안 나는 심각한 사고를 두 번 당했다. 하나는 16살 때 나를 부스러뜨린 전차이다. 두 번째 사고는 바로 디에고다. 두 사고를 비교하면 디에고가 더 끔찍했다.



평생 애증의 관계였던 프리다 칼로의 남편 디에고.

그를 향해 썼던 연서들 역시 일기장에 녹아 있었다. 

여성편력이 심한 디에고 탓에 수난을 겪어야 했던 프리다였지만

한 사람을(엄밀히 말하자면 한 명은 아니지만) 이렇게 애틋하게

사랑할 수 있다니 이 역시 놀랍고도 신기하다.




그녀의 그림은 희망이었다. 그녀의 일기는 하늘이었다.

-서문 중에서



프리다 칼로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나는 이 책이 단순한 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기이자, 생명이자,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드는 씀이자, 시집이자, 자서전이자, 그림집이다. 

또는 이 모든 단어로 표현해도 모자랄만큼 귀중한 누군가의 삶의 무게이다.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내가 겪어보지 못 한 것들을 겪고,

희망과 의지를 얻는다는 것이

이토록 멋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좋은 이야기는 그림과 관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과 관념이 많이 혼합되어 있을수록 이해하기가 한결 쉽다.

-미국의 작가 헨리 제임스


그녀는 진정으로 삶에 저항하고, 잔인한 현실과 육체적 고통을 캔버스에 시적으로 풀어 낸 사람이다. 그 어느 여인도 이와 같이 할 수 없었다. 이 일기라는 작업실을 통해 그녀는 스스로를 표현했다. 그녀의 일기는 그림으로 된 하나의 담론이다. 또한 하나의 시이며, 공간-작가의 팔레트가 있는 은밀한 스튜디오이고, 혼돈의 순간을 통과한 예술의 시작이자 근원의 장소이다. 

-모데스타 수아레스


프리다는 악마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녀는 능란한 이야기꾼이었으며, 누구에게든 직설적으로 말했고, 그로 인해 그녀가 가진 개성의 힘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녀의 음성은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말투는 느렸고, 어떨 떄는 남자처럼 느껴질 만큼 중성적이었다. 거기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비평가 니콜라스 칼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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