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버린 - 김유담 소설집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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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 

 김유담 소설집 / 창비 2020.03 


삶이 징글맞음이 경쾌하게 울린다!

지친 감각을 일깨우는 단단하고 탄탄한 서사의 등장




김유담 소설가의 첫 소설집, 탬버린.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첫 소설집이 더욱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탬버린을 흔들 때마다 징글징글징글,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나는 그 소리가 좋아. 나만 징글징글하게 사는 게 아닌 거 같아서. 어때? 너도 들리니?"



탬버린에 달려 있는 조그마한 종들을 눈여겨 본 적이 있었나

그런 적 없다면 적어도 그것의 존재를 인지한 적은 있었을까.


노래방을 곧잘 가는 편인 나는 학창시절 음악 수업시간에 접하게 된 순간들도 포함하면

 탬버린을 손에 쥔 적은 수도 없이 많은데 단 한 번도 탬버린에 달려 있는 것에는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 이런 존재가 어디 탬버린 뿐이겠는가 

가까이 존재하면서도 너무나 당연하게 잊혀진 사물과 사람들이 다 셀 수 없이 많으니.


그러한 사람들이 바로 소설집 탬버린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김유담의 첫 소설집 '탬버린'에서는 저마다의 한숨을 끌어안고 사는 여성 화자들이 등장한다. 

그것도 각자의 상황과 목소리를 하고서.


소설집 ;탬버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이 넉넉하지 못한 지방 출신의 여성으로 퍼석하고 건조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담담하고 의연하다.  


자라온 환경이나 집안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자기의 능력 안에서 백분 노력하며 서울 소재의 대학에 입학해서 작은 원룸, 여성 고시원, 작은 빌라 등에 살면서 과거보다 더 나은 후일을 도모한다. 여러 번 넘어지고 좌절도 해가면서 말이다. 


'탬버린' 속 화자들은 결코 캔디적이지 않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인생은 그럴 수 없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벗어나고 싶었던 고향과 가족들에게서 도망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놓아버리기 보다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다. 


각 소설의 화자는 여러 명인 동시에 단 한 명의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내가 사는 세계에 존재하는 실존 인물들처럼 가까이 느껴지는 그네들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이 삶의 무게쯤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듯한 기운마저 생긴다.   





"삶의 징글맞음이 경쾌하게 울린다!"

책 뒷표지를 장식한 한 문장이 대번에 와닿는 소설집이다. 



책 한 권으로 인생을 짐작하고 재단할 수 없는 일이지만

 탬버린 속에는 누군가의 가족이거나 혹은 나이거나, 혹은 나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문장이 잦게 등장해서 기억에 유독 오래 남을 듯 싶다.



이러한 삶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준 김유담 작가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그의 다음 책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 목차 / 메모 - 


핀 캐리

공설운동장

우리가 이웃하던 시간이 지나고

탬버린

멀고도 가벼운

가져도 되는

두고두고 후회

영국산 찻잔이 있는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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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 152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인생이 재미없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재미없었다는 것을 송은 내게 알려주었다.




탬버린, 157

 나 역시 하루하루 버텨내기에 급급했다. 그럼에도 버텨낼 자리 하나도 허락되자 않은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보잘것없는 나조차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멀고도 가벼운, 198

먼 곳에 있는 누군가에게 다정한 마음과 응원을 보내는 행위는 내 일상에도 약간의 온기를 돌게 했다.




해설, 317

자신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구속하는 모든 조건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열망에 들끓던 여자아이들은 고향을 떠나 청년기를 통과하면서도 뜨겁게 생을 앓는다. 누구보다도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하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기에 그녀들은, 욕망을 매끈하게 성취해내는 데 실패하더라도 괜찮은 척 시치미 떼지 않고, 혹 여전히 결핍을 겪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어쩌면 가장 속된 방식으로 이들은 고유해진다. 이제 우리는 김유담의 소설을 통해 스스로를 한참이나 앓던 인물들의 마음을, 그녀들의 생존기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앓으며 여자아이에서 여성년으로 자라나고, 어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성장통을 겪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탬버린>에 담겨 있다.



해설, 333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며 흔들릴 때마다, 그 흔들림에 대한 감각은 살아 있음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도 불쾌한 증거로서 역할하곤 한다. 그러나 은수와 반장, 송,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조금은 다른 종류의 증거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서로가 서로의 삶의 증언자로서 역할해줄 수 있는 '친구'라는 존재처럼 말이다. 이십대 중반에 각자 다르게 징글맞은 삶을 통과하고 있을 세 사람이 가까스로 다시 연결된다면, 어쩌면 이들은 버거운 삶이 마모시키는 감정들을 지켜내고, 함께 탬버린을 흔들면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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