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필사시집
윤동주 지음, 나태주 엮음, 슬로우어스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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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서거 75주기 특별판 : 지은이 윤동주 / 엮은이 나태주 (북로그 컴퍼니)



윤동주란 이름처럼 아름다운 이름은 없다. 

윤동주란 이름처럼 부드럽고 둥글고 순하고 선한 이름은 없다. 

윤동주란 이름처럼 신선하고 향기롭고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이름은 없다. 

윤동주란 이름처럼 오래도록 살아서 숨 쉬는 이름 또한 없다. 


- 하늘과 사람과 별과 시 (2020), 나태주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을 꼽으라면 단연코 제일 먼저 윤동주의 이름이 언급될 것이다. 그의 이름 석 자 만큼이나 유명한 그의 수많은 시들은 지금까지도 전 세대를 어우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윤동주 시인의 시들은 문학 사조에서 현대시로 분류되지만 나는 그의 시에서 고전의 울림을 느끼고 있다. 고전은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에 읽은 소설 '어린 왕자'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등의 명작들을 커서 다시 봤을 때 더 깊고 진한 감동이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윤동주 서거 75주년을 맞이하여 북로그 컴퍼니에서 나온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읽으며 나의 예전 기억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10년도 더 전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조립하듯이 배웠던 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한 것들이 새롭게 다가와서 깊은 울림을 가져다 주었다. 주입식으로 공부한 탓도 있겠지만 세월을 살다 보면 저절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공감이 되어서 더 인상깊에 읽어내려갔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그가 쓴 시들이 그의 생애의 시기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1부 <밤은 많기도 하다> 에서는 그가 연희 전문 학교에 다니던 일본 유학시절의 시들이 들어가 있었다. 2부 <흰 물결에 푹 젖었다>에서는 그가 광명 학교에 재학 중일 때 쓴 시들이 수록되어 있었고 3부 <그것은 내 마음의 바다>에서는 은진-숭실학교 시절의 시들이 담겨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점층적으로 깊어지는 그의 시상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1부에는 그의 유년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시들이 많았고 마지막으로 가면서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느껴지는 듯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그가 남긴 수많은 시들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몇 개의 시를 촬영해 보았다. 읽기 부담 없는 글자 크기와 여백을 통해 온전히 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또한 지루할 틈없이 바뀌는 디자인듣로 인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시들을 만나는 과정이 즐거웠다. 75년간 많은 버전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되었지만 특히나 이번 특별판이 반가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모든 페이지마다 이렇게 시 옆에 필사를 할 수 있게 마련된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엮은 나태주 시인은 이미 여러 권의 필사 시집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필사 시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하루의 끝에 시를 읽는 다는 것 자체도 정말 좋았지만 직접 따라 씀으로써 그 문장이 나에게 더 깊이있게 와닿는 점이 가장 좋았다. 또 내가 직접 쓰는 손글씨가 들어간다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책이 되는 것 아니겠나!


각 부의 마지막 장에는 엮은 이인 나태주 시인의 자필 필사본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를 보면서 나도 매일 한 개씩 필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애는 윤동주 시인의 생애가 담겨 있다. 처음에는 책의 순서대로 따라서 읽어보고 마지막에 그의 생애를 이해하고 나서 다시 한 번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더 저릿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 윤동주 시인의 시는 우리말과 한글의 영광이다. 

한국어도 윤동주 시인의 시에 따르면 최상의 언어, 지극히 선한 언어가 된다.

시인은 비록 일찍 떠났지만 시인은 여전히 살아서 숨 쉬는 생명이다. 시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말과 한글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윤동주 시인의 시는 영원히 우리 민족 앞에 있을 것이다. "


-본문 8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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