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 - 어느 저널리스트의 ‘핀란드 10년 관찰기’
정경화 지음 / 틈새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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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천국'이 양립할 수 있는 단어던가.

이 책을 마주한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제목이 지닌 역설만큼이나 역설적인 그들의 교육관을 엿볼 수 있었다.


북유럽의 소국 핀란드가 우리나라에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것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다. 2000년 OECD 가입국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핀란드가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면서 전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에 따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핀란드 교육을 주제로 쓴 책들이 쏟아져 나왔음은 당연한 처사이다.


바로 여기에서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한국에서 핀란드 교육과 관련된 서적들이 막 쏟아져 나올 즈음 해당 도서들은 무상 교육과 무상 급식을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핀란드 경기가 후퇴하고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이 떨어지자 정반대로 무상 복지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쓰였다고 한다. 같은 제도도 시기에 따라 각기 정반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쓰인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인구가 적은 핀란드는 전세계 교육계가 '경쟁'을 강조할 때,

자국민들이 똘똘 뭉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가치이며

'협력'과 '평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서 교육 개혁을 추진하였다.


우리가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더 알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들이 실행중인 제도를 베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사례를 통하여 우리만의 해법을 찾는 태도를 익히기 위해서 알아야 한다.


현대 복지 국가의 이상향으로 손꼽히는 나라, 핀란드.

높은 교육열과 힘든 취업난등의 이유들로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많은 이들이핀란드에 정착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가 있다.

그러나 핀란드는 외국인이 살기에 반드시 좋을 수만은 없다.

이국적인 외모에 이민자로서 당할 차별이나 불편함이 당연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무상 교육과 무상 급식, 무상 대학 교육등은 사실은 무료가 아니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월급의 약 1/3을 세금으로 지출하고 있으며

돈을 내는 주체가 교육을 받는 학생이 아닌 것 뿐 결코 무료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찌보면 개개인의 희생을 토대로 사회의 발전을 이룩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의 국민들과 학생들이 교육 분야의 복지에

왜 이렇게 아낌없는 지원을 하는지, 그 과정에서 힘든 일은 없는지에 대하여 궁금할 것이다.

작가가 열심히 돌아다니고 취재해 온 이야기들로 그들의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었다.

그가 모은 시민들의 증언과 그 속에 담긴 가치는 우리가 겉핥기 식으로만 알고 있던

핀란드라는 나라의 진짜 모습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의 복지와 행복을 달성하기 위해

기꺼이 고민하고 동참하고 자신의 부분을 내어주는 국민들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핀란드의 높은 수준의 학업 성취도와 정부와 사회를 포함하여 다른 국민들과 아이들에 대한 견고한 신뢰가 하루 아침에 덜컥 이루어진 게 아니며 한 순간에 얻어진 게 아님을 깨달을 것이다. 그 무엇 하나 쉬운 것 없지만 끝없는 서로의 노력을 통하여 결국에는 모두가 현재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같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깊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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