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빠라기 - 영혼을 보는 눈 세상을 사는 지혜
투이아비 지음, 에리히 쇼이어만 엮음, 유혜자 옮김, 이일영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남태평양 추장의 연설문을 되도록 그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는 에리히 쇼이어만의 서두가 책장을 넘길수록 있는 그대로 이해가 되었다.
굳이 유럽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할 필요을 느끼지 않을 것이며, 투이아비 추장의 이야기를, 말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테니 말이다.

 투이아비의 이야기를 통해서 볼 수 있는 현대 사회의 맹점들을 고스란히 보며, 가끔 내가 느끼는 숨막힘과 나의 병을 만날 수 있었다. 과연 무엇을 해야하나라는 생각조차도 안해야함을 그냥 말로만 알 뿐이라는 것.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며, 있는 그대로를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 아주 조금 슬프기도 했다.
생각 속에 갇혀서, 나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잊을 때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생각이란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어정쩡한 내 나이는 어느새 이 책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었다. 자연의 일부인 나를 과연 얼마나 인정하고 있었는지.

 
책의 중간중간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말들이 주는 힘을 오랫만에 느꼈다.-아마 이것도 어정쩡한 나이탓일지도 모른다.

 내 것인 동시에 네 것 - 본문 96쪽

아무리 야자수를 잘 올라가는 사람도 야자수보다 높이 올라가지는 못한다. 우듬지에서 다시 내려와야만 하는 것이다. 더 높이 올라갈 줄기가 없다. -본문 158쪽

 책을 덮을 즈음,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또한편으론 서운감이 없지 않은 부분도 있다. 추장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결국은 이런 것이었나. 빠빠라기를 경계하라는 말을 하고 있긴 하지만 또 그 이야기로 빠빠라기이거나 혹은 아닌 이들도 자신을 돌아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겠지만, 마지막 꼭지가 빠졌으면 좋지 않았다 싶은 마음이 든다. 추장의 말을 옮긴 이가 하고픈 말이 꼭 이 마지막 꼭지를 의도하는 듯이 보여질 수도 있다는 것, 전체를 흐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추장의 이야기와는 맞설 수 있는 우월성을 줄 지도 모르는 부분이여서인지 아주 많이 아쉽다. 출판의 묘라는 것을 발휘했으면 어땠을까라는 희망사항. 발췌를 하는 과정에서 정리를 했다면 하는 생각을 하는 건 이 마지막이 주는 일종의 우월의식의 향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건 독자마다 달리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생각일 뿐. 내 생각으로만 끝나길 바라는 마음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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