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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문비나무
존 베일런트 지음, 박현주 옮김 / 검둥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오랫만에 지나치게 하얀 종이가 아닌 문고냄새가 나는 종이를 받아보고서 나도 모르게 씩~ 웃었더랬다. 표지의 나무모양으로 인해 머리속에 책의 주인공은 대충 감을 잡았고......그런데 머리 속이 백지가 되어가는거다.
그래도 나름 지리에는 맹탕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아니었다. 머리 속에 지역이름을 입력하지 않으면 도저히 진도가 나지 않는 스타일이 이럴 땐 얼마나 큰 걸림돌인지. 하루에 10페이지 나가는 것도 쉽지가 않다. 머리 속에 채워지지가 않는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니 여기저기서 봤던 사진이나 그림으로 연결조각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다시 작가소개글로 돌아오고.
도구와 숲의 생성에 대해서도 모르는 내게 이건 얼마나 무모한 종이와의 싸움인지..결국은 띠엄띠엄 읽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책에서 전해주는 사실만으로도 내 머리는 벅차고 가문비나무에 대한 최근의 모양만이라도 겨우겨우 건져가고 있었다. 그래, 큰 맥락만 짚어가자. 이거 한달만에 끝날 일이 아니로구나.
자연다큐를 보고 있었다. 끊임없는 자연과 늘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살아야한다는 말을 내뱉는 인간과..... 난 또 자연다큐를 통해 나약한 인간과 거대한 자연을 또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의 지혜 또한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던 사람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풍습과 이야기들이 쌩뚱맞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난 다른 나라의 다큐책으로 또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곳곳에 숨어 있는, 나는 바라보지 못하는 자연의 힘. 가끔 피곤한 나를 쉬게 하는 것도 나의 의지가 아닌 자연스러움의 힘임을, 돌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우리집 화분의 나리처럼 말이다.
때때로 책 속의 그랜트씨와 만남을 가져야할 듯 싶다. 숲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읽고, 아주 기초적인 나무이야기를 더 채우고 그랜트씨의 이야기를 다시금 봐야하지 싶다. 그리고 내 아이 역시도 좀더 나무와 대화를 나눈 다음에 읽어야할 이야기이다. 시간이 좀더 많이 걸리겠지만, 다시 가문비나무를 찾아봐야할 듯 싶다. 나는 자연 속에서 어떤 존재인지, 자연을 거스리기만 한 존재는 아닌지...황금색의 희귀성 혹은 불꽃같은 느낌을 좀더 오래 간직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