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희망찬 회의론자 - 신경과학과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희망의 과학
자밀 자키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5년 2월
평점 :
“희망은 문제에 대응하고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다는 분별 있는 믿음이다.”
그동안 나는 냉소주의와 회의주의를 혼동하고 낙관주의와 희망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과학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희망을 믿어볼 수 있게 되었다. 냉소주의자는 자신이 처한 환경과 상처, 편견을 가지고 ‘선제공격’을 하며 자신을 방어한다. 사람들 역시 ‘냉소적인 천재의 환영illusion’에 자주 사로잡히곤 한다. 행복하지만 잘 속는 바보와 현명하지만 신랄한 인류 혐오주의자라는 고정관념이다. 물론 모든 사람을 항상 신뢰하는 것 역시 현명하지 않다. 자밀 자키는 “사회적 지혜는 모든 사람을 무턱대고 믿거나 아예 아무도 믿지 않는 게” 아니고 “과학자처럼 생각하면서 증거를 믿는 것”을 뜻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냉소주의와 극단적인 신뢰가 아닌 회의주의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건강한 방향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회의론자는 “새로운 정보를 기반으로 자신의 믿음을 갱신하면서 복잡한 세상에 적응”하고 음모론에 빠질 가능성이 작아 이와 같은 인지적 오류에 덜 빠진다.
“자신의 냉소주의를 회의적인 눈으로 보라. 어떤 사람, 일반인 또는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냉소적 사고를 한 가지 골라보자. 이 믿음은 어떤 정보에 기반하는가? 특히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식의 일반적인 믿음일 경우, 자신에게 있는 증거로 이 주장을 실제로 입증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자. 증거가 없다면 이 믿음을 입증하기 위해 어떤 증거가 필요할까?”(349쪽)
냉소주의는 결국 탄탄한 증거가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냉소주의는 사람에 대한 신뢰의 결핍인 반면 회의주의는 추정에 대한 신뢰의 결핍이다. 냉소론자는 인간이 끔찍하다고 상상하는 반면 회의론자는 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고 말한다. 신뢰도는 고통을 당한 누군가의 마음을 여닫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저자의 친구 에밀은 고통의 순간에도 신뢰와 희망으로 나아가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희망찬 회의론자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신경과학자로서 나는 우리 뇌가 세상을 실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세상을 해석한다고 배웠어. 그러니까 내 몸이 없어진다고 그게 정말 없어지는 것은 아니야! 당신에게 나라는 사람은 실제로는 당신 마음이 투영된 모습이지. 나는 현재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랬고 항상 당신 안에 있어.”(21~22쪽)
신뢰와 희망은 냉소주의 못지않게 전염성이 있다. 에밀 역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유방임적인 태도로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 아버지 덕분에 희망찬 회의론자로 성장할 수 있었고, 자신 역시 럭비팀의의 코치가 되었을 때 팀원들에게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덕분에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에밀의 아내와 자녀들은 그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트라우마로만 기억하지 않게 되었다.
신뢰는 타인에게 자신을 기꺼이 노출하는 마음으로 타인이 무언가를 제대로 할 것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책을 읽으면서 타인의 이야기는 귀담아들어 왔지만, 나의 고통과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꺼내는 순간 그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라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 추측 때문이었다. 그저 자기방어적인 태도라 생각했지만 이 역시 냉소주의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에밀 자키는 냉소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증거를 찾아보라고 제시한다. 냉소적 이론을 팩트 체크하고 직접 부딪혀보고 수치로 예측한 다음 실제 수치를 비교해 보라고 한다. 사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앞으로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혹여 털어놓게 되더라도 이전만큼 후회하거나 괴로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들은 쉽게 누군가에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부록도 흥미롭다. 이 책을 통해 내세운 많은 주장들을 동료 케이트와 함께 검토하며 평점을 매기고 3점 이하의 점수가 나오면 반박하는 이유도 수록했다. 책을 읽을 때 부록은 정독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책은 부록까지도 흥미로워 책을 덮는 순간까지 얻어가는 게 많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