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 마르크스 세계관의 핵심을 찌르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임승수의 전작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원숭이보다 더 자본론을 잘 이해하게 되었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원숭이 이하의 생물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자본론이라든가 노예 관계라던가 생산 수단이라던가 착취라던가 그런 ‘무시무시’한 말들을 다룬 책들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게 해 준 거였다. 그 전에는 아예 도서관에서 사회과학 서가를 보면 달달 떨면서 좀 말랑말랑해 보이는 쪽 서가로 얼른 옮겨갔는데, 임승수의 전작은 대강 이렇게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를 주었고 그것만으로도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충분히 세상에 이로운 책이었다. 이런 책 필요없이 첫 발자국부터 두꺼운 자본론을 이해하고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사람들이야 코웃음을 치겠지만 사실 글씨 한 줌이 누구에게 그토록 의미가 있을까, 요즘 같은 세상에.  

 이 책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이 말하고 있듯이 요즘은 돈이 신이 된 세상이라서, 돈 안 되는 글씨는 아무도 안 읽고 다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그래서 밥 먹는 것보다 책 좋아하는 인문학도들은 코웃음 칠지 모르겠지만 대학 때 제대로 배운 것 없고 해서 마음 속으로 쭉 주눅들어 있는 바로 나 같은 사람, 이라면 주저없이 얼른 읽어야 할 책이다. 전작을 통해 자본론이라는 말이 갖는 무시무시함이 구약에서 신약 수준으로 내려왔다면 이번 책에서는 누구나 들어 알고 있지만 누구도 자세히는 모르는 세계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그렇게 바라 본 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이다. <승자독식사회>와 오락가락 같이 읽어서 묘한 충돌과 하모니를 보았다. 어쨌거나 스스로 원숭이보다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이라면 자본론이니 마르크스니 뭐니 머리아파, 하는 무서워 보이는 것들을 알기 전에 옆구리에 전과처럼 한 권 끼고 갈 만하다. 일단 임승수 본인이 공학도답게 인문학도들처럼 말이 많지 않다. 엔지니어의 글쓰기다. 이거 더하기 이거, 그러니까 이거, 멋있어 보이는 현학적이 말들 없이 간명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 서술에는 감성이 있어서 이 책 전과처럼 끼고 가야겠다 싶은, 마음을 움직이는 그것이 있다. 이를테면 ‘자본주의에서 공황이라는 국면은 마치 아이가 너무 자라서 옷이 맞지 않게 되었는데 새 옷으로 바꿔 입지 않고 계속 자신의 웃자란 살을 칼로 베어내서 피를 쏟는 상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180p). 

 잡말 없이 군더더기 빼고 칼같이 글쓰는 공학도 출신을 숨기지는 못하지만, 태생은 못 속인다고 정말이지 임승수는, 어쩔 수 없는, 낭만주의자다. 그가 사랑하는 우고 차베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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