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
심광현.유진화 지음 / 희망읽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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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인간혁명에서 사회혁명까지』를 통해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선보인 심광현·유진화 부부는 한가위를 앞두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새 책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를 같은 방식으로 내놓았다. 심광현은 무의식과 현실 사이에 위치한 영화의 시공간이 왜 이 시대의 철학이 될 수밖에 없는지 이론적으로 펼쳐놓았고, 유진화는 한국의 천만 영화 10편을 전문 감상자의 입장에서 심광현의 이론에 살을 붙였다.

2003년 이후 2019년까지 총 27편의 천만 관객 영화 중 한국 영화가 19편인데 비해 할리우드 영화가 8편에 불과하다는 놀라운 사실은, 젊은 시절 한국 영화를 우습게 보고, 외국 영화 보기에 목숨 걸었던 소위 '헐리우드 키드'였던 50-60년생들에게 기이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저자는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가 SF영화였던 것에 반해 한국 영화가 역사 무비였던 사실에 주목하며 극장에 모였던 대중의 '소원-성취' 매커니즘을 파헤친다.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가 『시간과 이야기』 삼부작(1983~85) 에서 제안했던 삼중의 미메시스 이론을 영화이론과 인지생태학을 매개로 재구성하면 대중영화를 보면서 세계관과 인생관을 교정하고, 현실의 환경 변화와 자기 자신의 변화를 일치시키고자 노력하는 <마음의 사회화> 과정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해명할 수 있다."(55쪽)고 역설한다.

저자는 그간의 영화에 관한 글쓰기에 대해 말하면서 "모듈성, 자동변환, 가변성, 부호변환을 특징으로 하는 뉴미디어의 새로움(마노비치)을 들어 옹호하거나, 내러티브에서 벗어난 이미지의 자율성이 촉발하는 정동적 강렬함이 사유의 새 지평을 열어준다는 담론들이 <포스트시네마>라는 이름을 내걸고 넘쳐 나고 있다."(66쪽)고 지적하는 걸 잊지 않았다. 뇌과학과 사회과학, 미학을 횡단하는 저자의 영화에 대한 글쓰기가 왜 다를 수밖에 없는지 독자들이 깨닫기에는 메타비평의 지면이 좁다고 느껴지는데,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이기에 작은 재미에 안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젝이 영화 '메트릭스'에 대해 쓴 글을 비평하며 불교에 관한 얘기가 슬쩍 나오는데,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러나 매우 짧다. 그 이유는 저자가 줄곧 중심에 둔 이야기의 주제는 "촛불을 통해 주기적으로 분출해온 <대중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친 정치적 현실주의에 안주하는 <제도정치>와 강렬한 열정의 <대중정치> 사이의 <심리적 광장>이 바로 <대중영화>라는 점을 설파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4개월 후, 천만 영화 <명량>이 개봉한다. 저자는 같은 진도 앞 바다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미메시스 이론을 영화이론과 인지생태학을 매개로 재구성하면 대중영화를 보면서 세계관과 인생관을 교정하고, 현실의 환경 변화와 자기 자신의 변화를 일치시키고자 노력하는 <마음의 사회화> 과정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해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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