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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세 가지 실수
체탄 바갓 지음, 강주헌 옮김 / 북스퀘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작년 이맘때, 여행책을 들고 아메다바드를 헤맸다. 낯선 곳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서 골목을 들 쑤시며 다니면서 인도 중·대형 도시의 복잡함과 그곳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움에 스치듯 지나쳤다. 아메다바드에서의 기억은 인도제일의 공업도시답게 젊은 사업가들(?)이 많아서 내 손을 거리낌없이 쉽게 잡고 흔들었다는 것, 크리켓
공을 살 돈이 부족하면 공을 사주는 조건으로 낯선 외국인도 껴준다는 것이었다. 인도의 젊은 사업가들은
낯선 외국인에게도 쉽게 사업아이템을 이야기 해 줄 정도로 사업에 대한 열정과 이야기가 많았다. 끝이
없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하기 위해 낯선 외국인에게 짜이까지 대접할 정도로 열망이 대단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한 열정은 크리켓이다. 3명 이상만 모이면 크리켓을 할 정도로 크리켓은 대중 스포츠다. 공이 물에 빠지거나, 배설물에 닿거나 그들은 끝까지 공을 쫓으며
게임을 지속한다. 공이 건물을 넘어가 찾지 못할 때가 되면 사진을 찍던 낯선 외국인에게 크리켓 공 값만
내면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그 외국인은 아메다바드 한 골목에서 크리켓 공을 쫓으며, 벤치클리어링처럼 볼러와 배트맨이 논쟁을 벌일 때도 같이 나가며 인도를 조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내
인생의 세가지 실수』를 읽으며 옛 사진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익숙한 때로는 낯선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은 사업, 크리켓, 우정, 자유연애가 소재였다. 20대 초반 세 친구가 작은 크리켓 용품점을
열고 미래를 꿈꾸는 이야기다. 사업가적인 마인드를 가진 고빈드, 크리켓에
열광하는 이샨, 힌두 성직자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가업을 이어받기 싫은 오미, 세 친구가 변화하는 인도 사회를 살아간다. 크리켓 용품점을 확장하려고
빚까지 내어 새로 짓는 건물에 입점하려다가 지진으로 좌절하게 되는 첫 번째 실수, 이샨의 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다가 이샨의 동생과 사랑을 하게 되는 고빈드의 두 번째 실수, 힌두와 무슬림의 분쟁에서 무슬림
아이를 보호하는 것을 망설이다가 힌두 폭도에게 다치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을 갖게 된 세 번째 실수가 이 소설을 이어간다.
소설은
인도에 대한 이야기라서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인도를 여행했기 때문에 이해가 쉬운 부분이 있었다.
힌두와 무슬림의 종교 다툼, 종교에서 이어진 정치 다툼,
자유연애에 대한 인식은 서울에서 이해하기엔 먼 이야기였지만 젊은 사업가들이 기성세대와, 자본과
다투며 살아가기 힘든 변화하는 인도의 모습, 크리켓에 열광하는 인도 젊은이의 모습은 여행에서 찍어 온
사진을 다시 본 것처럼 친숙한 느낌이 있었다. 읽는 것은 쉽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소설이다. 문화, 정치, 종교, 관습을 이해해야 깊은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염두에
둔 것인지, 인도 소설 문화의 특징인지, 쫓기 힘든 드라마적인
결말이 있다. 힌두와 무슬림의 무력 분쟁에 휘말린 세 친구의 장면과 자살을 시도한 고빈드의 사정을 듣고
찾아온 이샨과 이샨의 동생 비디야와의 해피엔딩도 문화적인 차이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서사
위주의 속도감있는 전개라 쉽게 읽었다. 하지만 이해는 이 리뷰 정도다.
인도를 경험한 것이 어느 정도 소설을 읽기 쉽게 만들어줬지만 스치듯이 다녀온 경험이 깊은 이해를 만들어 주진 않았다. 감동을 받기에는 인도를 모르는 무지가 앞서 벽을 만든 것 같다. 이해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