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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 : 전진하는 진실 ㅣ 위대한 생각 시리즈 2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4월
평점 :
『목로주점』으로 유명한 에밀 졸라가 ‘앙가주망’ 정신의 선구적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드레퓌스 사건’과 비견되는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터지기 전까지는 에밀 졸라는 내게 영감을 주는 소설가로 기억될 뿐이었다. 드레퓌스 사건을 처음 기사로 접했던 것은 지난 2월 유서 대필 사건을 통해서였고, 그 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통해 다시 접했다. 드레퓌스 사건과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의 전문을 읽고는 100년 후 대한민국에도 대한민국 역사를 바탕으로 이런 책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됐다.
우선 나는 이 책의 존재 자체가 마음에 든다. 책의 제목처럼 진실은 전진한다는 증거이며, 100년 전 정의, 신념,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실이 전진하는지, 상식이 통하는지 확신하기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는 내게 희망 같은 책이 됐다. 책을 읽으며 나는 때로 감정을 이입했고, 작금의 상황을 대입했다. 에밀 졸라와 같은 앙가주망을 실천하는 지식인은 누구인지, <로로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언론은 어딘지, 에밀 졸라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누구인지를 대입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진실도 아주 느리지만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드레퓌스 사건은 프랑스의 유대인인 드레퓌스 대위가 독일의 간첩으로 몰린 사건이다. 드레퓌스가 독일의 간첩으로 지목된 증거는 명세서에 사인된 필적이었는데, 재판부는 필적 감정도 없이 증거를 인정해 버린다. 사건은 유대인 혐오와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국가라는 문제를 통해 발생했고, 에밀 졸라를 비롯한 지식인들과 사회적 반향을 통해 드레퓌스는 8년만에 무죄를 선고받는다. 사건은 너무 쉽게 요약되지만 경과들이 담긴 책의 내용은 절절하다. 선하고 정의로운 프랑스가 잠깐 길을 벗어난 것을 되돌리자는 애국심, 진실한 프랑스를 후대에 전해주자는 외침 등 에밀 졸라의 글에는 진심어린 분노와 자성의 목소리가 느껴진다.
책을 덮고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를 다시 읽었다. 어딘가 닮아 있었고 너무 천천히 전진하는 진실에 대해 감정을 표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책 모두 선하고 정의로운 프랑스 작가들의 책이다. 나는 선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두 책을 나란히 꽂아두었다. 너무 천천히 전진하는 진실에 실망하면서도, 내가 고발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으면 진실이 멈출 것 같아서 이 책들 옆에 더 많은 책들을 꽂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