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숙취로 침대를 벗어나지 못할 때, 팔을 길게 뻗어 벽에 세워진 기타를 끌어 안는다. 손이 가는 대로 기타를 치다가 익숙한 3개의 코드로 만들어진 노래를 부른다.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숙취의 외로움과 노래의 쓸쓸함을 느끼며 서너 번 연속으로 부르다가 목이 메이고 말라서 물을 찾아 침대를 벗어난다. 오늘도 변함없이 쨍쨍하고 찌질한 아침이다.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를 읽고 어떻게 찬사를 써야 할까 고민했다. 난생 처음 책을 읽고 웃다가 의자에서 굴러 떨어진 일? 찌질함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자학의 글 속에 빠져 며칠을 멍하게 있었던 일? 몇 페이지만 읽고 자려고 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다 읽고 설 잠을 잤던 일? 책을 네 권이나 더 사서 친해지고 싶은 지인들에게 선물했던 일? 어떻게 이 책이 좋다고, 마냥 좋다고 리뷰를 써야 할까 몇 주를 고민했던 일?

책 한 권을 읽고 꽤 긴 시간을 빠져들었다. 책을 안 읽는 주변사람들을 괴롭히듯 책을 선물하고 머리 속에 책 내용이 지워지지 않았음에도 재독했다. 블로그나 일기장에 써 있어야 할 것 같은 글이 책으로 묶여 나와서 긴 글을 읽기 싫은 내 입맛에 잘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같은 인간은 손발이 오글거리는 감상이나 인생을 통달하신 분들의 잠언이 익숙지 아니하여 술 먹고 뱃속이 뒤집힐듯 허할 때 튀어나올 것 같은 글이 좋다. 좋음을 온갖 미사여구를 사용하기도 전에 '좋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 책이 좋다.

류근시인은 이 책을 위해서 자신을 내던진 듯하다.  씁쓸하고 장난기어린 고백이 이어진다. 세상에 대한 통탄과 감상적인 글들도 숨어있지만 자신을 내던진 유머가 살아있다. 나는 이 글을 보고 마음껏 웃었다. 타인을 비하하는 대신 자신을 내던진 웃음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편안히 웃을 수 있게 해준다. 시래기국만 끓여주는 하숙집아줌마, 동화의 세계에 계신 아저씨, 들비, 밍규 등의 등장인물들은 류근시인을 통해 웃음 띤 얼굴로 나타난다. 시의 행간 사이에 보이지 않게 채워져 있을 것 같은 '시바'와 '조낸'은 그보다 적절한 시어가 없을 것처럼 잘 들어맞는다. 자신을 완전히, 마음껏 내던진 이 책은 그냥 좋다. 침대 근처에 놓아두고 숙취에서 깨지 못했을 때 손을 더듬어 기타대신 읽고 싶을 만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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