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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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100세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겨우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인생을 달관해 희노애락을 모두 상실한 상태다.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희망과 욕심을 버린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읽고 싶다고 생각된 것은 모든 것을 초탈했을 것 같은 노인이 그 나이에 도망친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5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에 행간이 빡빡해서 읽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간결한 문체와 독특한 유머, 쉬지 않고 진행되는 이야기로 책에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쉽게 접하기 힘든 북유럽 작가에 대한 호기심도 책을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줬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으면서 들었던 느낌은 판타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드래곤이 등장하는 판타지에서 드래곤은 삶의 무료함을 견디는 방법으로 유희를 떠난다. 인간으로 변신하거나 다른 이생명체로 변신해서 인간세계 곳곳에 간섭한다. 판타지 소설을 이끌어 가기 위해 드래곤이 유희를 떠나는 장소는 대부분 전쟁의 한복판이나, 정치의 한복판에 등장해 욕심이 아닌 순수함으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과거와 현재가 알맞게 구성되어 있어, 책의 흥미를 더한다. 100세 노인 알란의 과거의 삶은 평탄치 않다. 정신병자로 몰려 거세가 되고 미국에서 원자폭탄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준다. 원자폭탄 개발의 지식을 가진 알란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건, 사고에 휘말린다. 전 세계의 분쟁이 발생하는 곳인 미국, 소련, 중국, 북한 등에 알란의 이동 경로는 세계대전과 냉전의 시대의 중심지다. 그의 경로는 정치적 분쟁지이지만 그는 정치를 싫어한다. 그는 편안하고 안락한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는 것이 삶의 목표인 것처럼 행동한다. 이런 그의 성격과 그의 모험은 판타지의 드래곤과 닮은 현실의 유희로 읽혀 재미를 더했다. 


현재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100세 노인 알란은 술을 허용하지 않는 요양원에서 탈출해 최대한 멀리 도망친다. 도망치면서 코카인 밀매조직원의 부탁으로 맡게 된 돈다발이 든 캐리어를 훔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는 또 다른 동료들을 만나며 도망을 이어간다. 알란과 그의 동료의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작가는 그 죽음을 가벼운 해프닝처럼 지나가고 후엔 또 다른 황당한 사건으로 이어 붙여서 책의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어쩌면 100세라는 나이가 그의 면죄부처럼 읽히는 지도 모르겠다. 책의 가벼운 분위기와 이야기로 인해 희노애락 중 희노는 겉으로 드러나지않아 책을 덮을 때쯤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교훈적인 작용을 한 것 같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꽤 많은 분량이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쉬지않고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의 간결한 문장들이 책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책장의 현실적이고 우울한 소설들 틈에 유쾌하고 가벼운 이야기의 힘이 강한 책 한 권이 꽂힐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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