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다정한 공부 - 어른에게도 성교육이 필요하다
김항심 지음 / 어떤책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목차만 봤을 때는 또 섹스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인건가 약간의 피로감을 느꼈다. 그러나 성평등 교육 현장에서 오래도록 경험했던 저자인 만큼 우리 삶에서 중요한 성 이야기를 다양하게 펼쳐놓았다. 다양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며 성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제목처럼 관계의 다정함을 위해 필요한 이야기랄까?


다정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다정함을 경험하는 것에서 시작되기도 하겠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에서도 나오는 것 같다. 저자의 사람에 대한 믿음이 글 전체에서 느껴진다. 어쩌면 이게 나에게 가장 부족한지도 모른다.


남편에게도 추천했는데 이왕이면 모두 읽으면 좋겠지만 어렵다면 내가 접은 부분만이라도 읽어보기를 권했다.

성적 욕망은 단순히 호르몬이나 상대의 성적 매력에 영향받지 않아요. 그보다 더 복잡한 삶의 맥락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고, 함께한 시간과 일상의 밀도에 영향을 받지요. 성적 욕망은 어느 순간 끓어오르는 충동만이 아니라 농도를 더해 가는 관계의 깊이가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 P127

‘상대의 모카신을 걷고(신고) 1마일을 걸어 보기 전까지는 상대를 평가하지 말라’는 인디언 속담이 있습니다. 공감은 상대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위해 기꺼이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공감능력은 그 자리에서 같은 경험을 해보려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능력입니다. 그의 자리에서 서서 그의 언어가 나오게 된 경험을 상상해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 P111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어떤 실천, 어떤 교육이 가능할까요? (중략) 저는 사람의 성장을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입니다. 매일 매 순간 사람은 조금씩 나아진다고 종교처럼 믿습니다. 단단하게 굳어져 있는 차별적인 사회구조, 만연한 폭력······ 날이 갈수록 사회가 나빠진다고 해도 그 안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 P179

어떤 사람이 아무런 검열 없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사건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곁의 존재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궁금해할 것,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 들을 것입니다. 타인의 이야기가 내 안으로 들어오면 나의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내 존재가 확장됩니다. - P1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 -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10개의 시선
배윤민정 외 지음, 자본-여성-기후 연구 세미나 기획 / 한티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명의 저자들이 각자 자기 살의 자리에서 자본-여성- 기후 연구 세미나를 통해 공부하고 실천했던 내용을 소개한 책이다. 


올 여름 극심한 무더위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절망했던 나는 인류의 삶이 절망을 향해 간다고 생각했다. 자본주의의 폭주를 멈추기 어려울 거라 단정했다. 그러나 저자들의 일상에서부터 실천하는 노력들에 내가 얼마나 오만했던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신념은 단단하고 허물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자기 모습에서 절망을 봤다. 그러나 힘세고 사나운 용기를 내보자는 저자들은 두부처럼 물컹해서 손에 잡아 부숴도 빠져나가는 신념으로 조금씩 주변을 바꿔 나가고자 한다. 나는 그것이 우리 삶을 장악하는 자본주의에 발이라도 걸어보는 실천으로 보인다.

 

완벽한 채식을 할 수 없어도, 기후위기 활동에 투신할 수 없어도, 모든 전기코드를 다 뽑아 둘 수 없어도, 자본에 대한 욕망과 물신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어도, 인간 중심 가부장제 자본주의가 주입한 가치와 기준들에 대해 불신할 수는 있다. 체제 변화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질지라도, 이 끔찍한 세상을 살아 내고 있는 자신을 기특하게 여길 수 있다. 자신을 향했던 의심의 화살을 자본주의라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향해 겨눠야 한다.” (156)

 

우리의 싸움은 결코 새롭지 않은, 오래 묵어 온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지만 익숙한 일들을 반복하면서 익숙한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한 도전이기도 하다.” 96

 

우리는 서로에게 응답한다. 그 응답은 완전하거나 완벽하지 않다. 실뜨기란 보편성과 개별성이 아니라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연결을 가지고 세계들을 결합하고 변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136

 

익숙하게 겪어 온 문제들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지만, 그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불신을 나에게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체제로 향하게 하는 것. 그렇게 마음을 다시 다잡아 보게 된다.

우리의 싸움은 결코 새롭지 않은, 오래 묵어 온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지만 익숙한 일들을 반복하면서 익숙한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한 도전이기도 하다. 96

연결이 상품이 되는 세상이 괜찮은 걸까? 아니, 그렇게 따지면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모든 일이 다 문제가 아닌가? 아이 씨, 나는 왜 자꾸 이런 생각을 하지? 돈을 벌 자신이 없어서 자본주의 사회를 삐딱하게 보는 걸까? 패배자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점하려고 하는 걸까? 119

내 스스로가 폭력과 죽음의 정치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오기를. 그 순간을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용기’를 기꺼이 증여할 수 있기를. 211


어쩌면 신념은 그런 것이 아닐까? 단단하기보다는 물컹한 것. 스몰토크와 농담처럼 나도 몰래 옆에 있는 것. 그렇게 생활이자 일상인 것. 그런 것들은 스륵 스르륵 빠져나가서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신념은 그래서 오히려 두부같이 물컹하다. 손에 잡아 부숴도 빠져나가고, 거기다 두부는 맛있기까지 하잖아.227

우리는 서로에게 응답한다. 그 응답은 완전하거나 완벽하지 않다. 실뜨기란 "보편성과 개별성이 아니라 부분적이고 불완전한 연결을 가지고 세계들을 결합하고 변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 새로운 패턴을 만들고 때로 아름다운 무언가를 발견하면서 이어진다. 우연한 응답은 예측 불가능한 문제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기쁨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연결을 생산해 낸다. 136

완벽한 채식을 할 수 없어도, 기후위기 활동에 투신할 수 없어도, 모든 전기코드를 다 뽑아 둘 수 없어도, 자본에 대한 욕망과 물신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어도, 인간 중심 가부장제 자본주의가 주입한 가치와 기준들에 대해 불신할 수는 있다. 체제 변화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질지라도,이 끔찍한 세상을 살아 내고 있는 자신을 기특하게 여길 수 있다. 자신을 향했던 의심의 화살을 자본주의라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향해 겨눠야 한다. 156

우리는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처럼 자율적이며 독립적인 존재로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 인수공통 감병 질병을 겪으며, 환경과 개개인이 상호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동시에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1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 페미니즘의 관점
김동진 외 지음, 김동진 기획 / 학이시습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N번방 사건이 보여준 끔찍한 강간 문화는 그 사건 속의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기저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권력에 의한 지배의 문화가 잠재해 있으며 그건 우리 일상에서 계속 지속되고 있는 문제이다 그런 문제들이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린이집부터 대학까지, 교육자, 양육자로서 남성으로서, 문화 예술인으로서 그 현장에 있는 주체들의 고민과 시도들,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은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처럼 다가온다. 책의 저자들은 전체 교육 현장에서 소수일 뿐이겠지만 말이다.

 페미니스트 엄마로서 아이들과 엄마의 권위로, 더 많이 공부한 사람으로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이 사회의 질서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질서에 문제를 제가하는 교육을 위해 중요한 또 한가지는 잘 듣는 것’”(249)라는 말처럼 아이들의 이야기, 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첫 번째 과제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