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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기술 - 권력보다 강력한 은밀하고 우아한 힘
로버트 그린 지음, 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 현란한 보라색 표지에다가 제목만 보면 여자 꼬시기류 헌팅 서적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인지 들고 다닐 때 오해를 많이 받았지만 -_- 여타 픽업 아티스트의 잠자리에 이르기 위한 잔기술을 이야기 하는 저급한 책은 아니다. '유혹'이라는 행위를 권력 쟁취를 위한 성별 및 계급, 배경의 한계가 있는 이들의 우회적인 투쟁 수단이자 기술이며, 궁극적으로는 그를 통해 권력을 얻기 위한 카리스마의 방면으로 해석하였다. 또한 각각의 특징적인 사례를 빌어 '유혹'이라는 행위를 굉장히 학술적 차원에서 다룬 책이다.
굉장히 두꺼운 편이지만 좌우에 여백에 꽤 있고 여러 유명한 유혹의 위인(?)들이나 사례들을 풀어 그 안에 적용된 유혹의 법칙을 강점과 약점에 대해 알기 쉽게 다루었다. 덕분에 책의 크기와 두께에 비해서 굉장히 쉽고 빠르게 읽힌다.
권력 투쟁의 뒤켠으로 밀려나 있던 여성이나 비주류들이 힘을 가지기 위해 허락된 한정적인 수단은 이성이나 대중을 향한 '유혹'이었다. '유혹'은 국가와 국가, 정부와 정부간의 힘의 다툼보다는 개인 대 개인, 혹은 개인과 대중을 휘어잡는 인간 대 인간을 대상으로 한 또 하나의 권력의 기술이다. '유혹'에 성적인 뉘앙스가 포함된 경우가 많아 '권력'의 일종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있지만 책을 읽을수록 유혹은 일상 생활을 살아가는 개개인에게 더욱 확실히 와닿는 실질적인 힘이라는 느낌이다.
책의 초반부는 유혹자의 유형을 9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후반부는 24가지의 유혹의 전략, 해당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타입의 제물(?), 진행 방식, 역으로 당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해 상세히 다루었다. 실생활에 당장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해당 지식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울러 책을 보며 인간관계에서 늘 갑의 위치를 선점했던 지인들, 별 것도 없는 것 같은데도 늘 인기를 끌었던 이들의 모습이 떠올다. 반대로 중반부의 유혹할 줄 모르고 당하기 쉬운 사람 챕터를 볼 때는 너무나도 바보 같던 나의 지난 과거가 주마등처럼 펼쳐졌다. 하.....ㅠㅠ 그래서 난 늘 인간관계에서 을로 고통 받으며 살아왔구나...
꼭 유혹을 통해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나 인기 만발의 스타가 되지 않더라도 그 제물로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회 처세술로 꼭 읽어볼만한 책이었다. 이런 교양서치고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진도가 술술 나가는 책은 거의 드물었는데 남녀 관계에서부터 범용적인 인간관계까지 모두 통용되는 기술이다 보니 읽는 시간이 매우 즐겁고 유용했다. 추천할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