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어 사전 - 보리라고는 보리차밖에 모르는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맥주 교양
리스 에미 지음, 황세정 옮김, 세노오 유키코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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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생각처럼 전문적이고 어려운 수식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아 초보자 입장에서도 쉽게 이해할만 했고, 귀여운 삽화나 만화가 중간중간 잦은 빈도로 삽입되어 있어서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또한 사전 형식이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소설과는 달리, ㄱ, ㄴ, ㄷ 순서로 정리 된 앞의 목차를 따라 해당하는 부분만 찾아서 읽으면 맥주를 알지 못하는 왕초보에게도 큰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첫 장에 이 책의 활용법이 나와 있는데 여기에서부터 이미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목차를 보고 찾아 읽으라고 되어 있다.

 '사전'이라고 하니까 뭔가 고리타분하고 따분하고 지루하고 어려울 것 같은 기분인데, 생각해 보니 국어 대사전이나 영어 대사전도 처음 장부터 끝 장까지 차례대로 그냥 무작정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고 싶은 단어를 ㄱ,ㄴ,ㄷ, ㅏ,ㅑ,ㅓ 순서에 맞춰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는게 사전 아니었던가.

 저자조차도 가볍게 읽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보니 막상 실제로 보면 크게 부담이 심한 책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필요한 부분만 찝어 골라 볼 수 있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앞뒤로 이동하며 보다 보면 어느새 상당 부분 저절로 알게 되는 교양서였달까.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맥주에 관한 전문 용어들만을 위한 용어 사전집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맥주에 관련한 교양이나 관련 칼럼 등을 모아 심심할 때 재미있게 읽을만한 맥주 칼럼집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노래, 뉴욕 등의 항목만 보면 맥주랑 무슨 상관이냐 싶은 단어들이지만 맥주에 어울리는 유쾌한 노래를 소개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귀엽고 참신한 발상의 소개가 나와 있다. 그 정도로 전분야 다방면의 이야기들이 모여져 있다.


심지어는 맥주에 관련한 유명인들의 명언들도 실려있다. 난 개인적으로 이 코너가 제일 재미있었다. 맥알못 입장에서는 맥주가 이렇게나 매니아층이 있는지도 몰랐고, 유명인들이 맥주를 즐기고(술을 좋아한다고 해도 포도주나 양주 이런걸 좋아하는 줄 알았다!) 심지어는 이렇게도 인간적이고 재미있는 명언들을 남겼는지도 난생 처음 알았기 때문이었다. 맥주가 이렇게나 문명에 미친 영향이 컸다니...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아서 빵 터졌던 명언은 '맥주를 마시는 사람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 잠을 오래 자는 사람은 죄를 짓지 않는다.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천국에 간다. 그러니 맥주를 마시자!'라는 종교개혁자이자 사상가 마르틴 루터의 명언이었다. 전..혀... 종교개혁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의외기도 하고 빵 터졌고, 잠 자면 죄를 짓지 않는다는 말에 2차로 빵빵 터져서 무척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파트였다. 회식 등의 술자리에서 저런 소리 하면 다들 거짓말인 줄 알고 웃을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진짜라면 다같이 더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ㅋㅋㅋ


 그리고 정말 신기했던 다양한 형태의 맥주잔들. 내가 알고 있던건 하이트 맥주라고 써있는 길쭉하고 손잡이 달려 있는 컵 정도 뿐이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맥주잔이 있다니 너무 놀라웠다. 게다가 하나같이 예뻐.. 그릇 덕후인 나에게 이 잔들을 사용해 보기 위해서라도 맥주를 한 번 마셔봐야 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던 잔들.  


 맥주 사전이라고 해서 딱딱한 맥주의 과학적인 발효 원리, 발효 단계, 효모 종류, 현미경 사진, 발효 온도, 기타 등등 온갖 딱딱하고 과학적인 이야기들로 내 가엾은 머리를 뿌셔뿌셔 할 줄 알고 겁먹었던 적도 있지만, 막상 읽고나니 너무나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교양서였다. 

 나는 맥주를 마시지는 않지만 회사를 다니며 사회 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다 보니 술자리에 같이 참여할 일은 많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초적인 교양이 필요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대화나 피드백은 필수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주 전문적이고 듣는 사람도 재미 없어 죽을만한 죽은 지식이 아니라 정말 술자리에서 같이 상대와 대화하며 즐길 수 있는 교양 수준에 딱 적정한 지식을 제공하는 책이었다. 술을 마시지 못해도 적당히 아는 척 하면서 맞장구 칠 수 있는 맥주 관련 입문+생활을 유쾌하게 하는 교양서로 추천할만한 책.

 흠.. 술을 마셔 본적은 없지만 책을 읽다 보니 가끔은 마셔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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