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선택한 남자 스토리콜렉터 6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한이 옮김 / 북로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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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고 보는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 신간이자 과잉증후군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 3번째 이야기, '죽음을 선택한 남자(원제: The Fix)'를 드디어 읽었다. 마이클 로보텀에 이어 데이비드 발다치라니. 폭염이라 어디 나가면 열사병으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서 책이나 읽으라고 북로드에서 힘써준 느낌이 팍팍 난다.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둘 다 매우 좋아는 하지만 다른 느낌으로 좋아하는 작가인데, 마이클 로보텀은 매우 섬세한 심리 묘사와 서서히 고조되는 매끄러운 진행, 데이비드 발다치는 영화를 보는 듯한 진행과 스피디하게 몰아치는 힘이 좋다. 둘 중에 꼭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내 취향에는 마이클 로보텀이 더 좋지만... 데이비드 발다치가 더 대중적으로 고르게 인기를 싹쓸이할만한 작가이지 않나 생각함. 실제로 출간 판매고 기준, 현재 전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작가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마이클 로보텀은 음... 에.. 그 분은 CWA를 수상했어요...ㅠ.,ㅠ;;

 암튼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은 전개가 호쾌하고 굉장히 시각적이다. 그래봐야 하얀건 종이요 검은건 글씨라, 활자로 이루어진 책일 뿐인데도 읽다 보면 눈 앞에 파노라마 펼쳐지듯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가다. 아마 빠르게 치고 빠지는 대사 위주의 진행 방식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인 것 같다.

 이번 소설도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인만큼 여전히 주인공은 과잉 기억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데커다. 시리즈는 원제와는 달리 모두 다 '~ 남자' 시리즈로 제목을 통일했고, 순서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괴물이라 불린 남자-> 죽음을 선택한 남자. 데커가 과잉 기억 증후군을 가지게 된 계기나 데커의 트라우마, 심리 상태는 시리즈의 첫 편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서 상세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매 책마다 이전 이야기를 아주 간결하게 요약해서 언급하는 문단들이 있고, 과잉 기억 증후군이라는 그의 특성이 스토리에서 매우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아무거나 먼저 봐도 된다. 미드 suits 같달까... suits의 주인공도 한 번 본 건 사진기로 찍어낸듯이 머리 속에 담아내는 천재지만 1시즌 초반 정도에나 그걸 써먹었지 뒤로 갈수록 전혀 그런건 크게 뭐 없고 오히려 가끔 언급되기라도 하면 '아.. 맞다... 얘 그런 스탯이 있었지.. 완전 까먹고 있었냄 -ㅅ-a' 정도로 회자되는, 그런 정도 특성이라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냥 재미를 위한 감미료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이번 이야기는 데커가 FBI에서 일하게 되면서 맞닥뜨린 의문의 살해+자살 사건. 열심히 FBI 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는데 눈 앞에서 웬 반할아버지가 반할머니 여사님을 총으로 쏴죽이고서는 자기 턱 밑에 총을 쏘고 자살해 버린다. 출근 길에 이 무슨... -_-..  

 데커는 목격자이자 수사관으로서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조사할수록 사건은 오리무중이다. 남자는 성공한 기업 대표에 사업도 여전히 잘 되고 있었다. 나이가 무색하도록 예쁘고 탄탄한 와이프와 장성한 자녀들이 있었고,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과 드림카 페라리까지 갖춘 뭐 하나 모자란 것 없는 남자였다.  

 첫장면부터 살해 당한 피해자 역시 누가 어떤 질문을 해도 막힘 없이 술술 가르쳐주는 1등 교사인데다가 시간이 남으면 어린 암환자에게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읽어주는 봉사활동까지 하는 천사표 선생님이었다. 대체 왜 가해자가 되어야 했고 피해자가 되어야 했는지 종잡을 수조차 없는 사람들이고 관계다. 둘 사이에 무슨 관계나 안면이 있어 보이지도 않거든. 그런데 캐면 캘수록 이상한 것들이 나온다. 살인자는 머리 속에 종양이 있어서 남은 인생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었고, 피해자는 궁핍한 교사 월급으로는 감당 되지도 않는 팬트하우스와 고급 세단까지 보유한 거부(?)였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살인자가 머리가 훽 돌아 마지막 가는 길에 옆에 지나가던 행인을 무작위로 쏴죽이고 자신도 자살해 버린걸까? 그렇다면 이 피해자의 근원을 모를 많은 자산과 10년 이전의 기록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혹시 피해자는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가 과거의 기록이 봉인된 어떠한 사건의 고발자나 증인인 것일까? 그렇다면 이 둘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으며, 왜 하필이면 인적이 많은 FBI 빌딩 앞 도로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를 살해하고 자살해 버린 것일까?  

 전혀 실마리 하나 잡히지 않는 채로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과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들 때문에 중반부까지 전혀 뭐가 뭔지 종잡지 못하다가, 정확히 한 반절쯤 부분에서 어... 이거 엄청 스케일 커지는뎀? =_=;;;;;; 싶다가 정말 말그대로 대형 스케일로 치닫던 책이었다. 

 음.. 개인적으로 이번 시리즈는 데커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내용이 이상했다거나 지루했다거나 뭐가 빠졌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는 추리나 수사를 더 기대했고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서도 그쪽이 더 강했어서 이번 작품도 그쪽을 더 기대하고 시작했다. 그런데 다 보고서 느낀건 이건 007류의 첩보 스파이물 영상 제작을 노린 작품이지 추리나 크라임 장르 쪽을 기대하고 보기에는 많이 장르가 달랐다는 느낌이다. 

 이번 시리즈는 데이비드 발다치의 책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나 또한 그냥 내 취향이 아닐 뿐 완성도 자체는 매우 좋았다는데 동의한다. 장면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고, 누가 보아도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로 바로 바꿔 제작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작품이었으니까. 심지어는 이번에 알라딘 MD's Pick 뿐만 아니라 편집장의 선택까지 올라왔다. 대중적인 장르 소설로서는 굉장히 호평이 아닌가 싶다. 단지 나의 취향이 아니었을 뿐.. ㅜㅜ...

 아무튼 오랜만에 데커 시리즈 접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취향을 떠나서, 데이비드 발다치 소설은 믿고 볼만하다는건 어쨌든 이번에도 검증됨. 이번 책은 책보다는 영화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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